런던일기/2012년

[coolture] 프로젝트 팀 금옥

토닥s 2012. 7. 2. 20:08

얼마 전 영국에 있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옥이'라는 창작 뮤지컬 소개·광고가 올라왔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여 일본군강제위안부를 다룬 창작극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에 이런 일이?'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선 유학생 둘 중 하나가 예술 관련 공부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학생들이 모여, 아마도 연기든 연출이든 극 관련 공부를 하겠지,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이 신기했고, 궁금했고, 기특했다.


요즘 아기 생기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욕심내서 하고 있는 중이라 지비도 나도 따로 주말이 주중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바쁘다.  그런 이유로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주말 저녁은 한가한 편.  토요일 오후5시 공연을 보러 갔다.  8시 공연도 있었지만, 그 공연을 보고나면 일요일이 피곤할 것 같아 이른 공연으로 골랐다.  극장의 위치도 지하철로 닿지 않는 곳이라 애매한 가운데, 표를 미리 예매할 수가 없어 애매했다.  5시에 공연을 보러갔다가도 자리가 없으면 볼 수가 없는 셈.  더군다나 입장료가 £1 이상이라는 기부개념이었기 때문에 과연 공연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 오후 5시공연을 볼 수 없으면 저녁을 먹고 주변에 기다렸다가 8시 공연을 보겠다는 마음도 있어 이른 공연으로 고른 이유도 있다.



일본군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은 공장에 취직을 하게되는 줄 알고 많이들 '자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대목이 전면적인 피해보상을 받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할머니들이 바로 잡고 싶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속은 것'과 '자원'은 다른 것이니까.  공연은 그 대목도 다루고 있었다.  5시 공연에서 120여 석의 90%정도가 찼다.  8시 공연에서는 가득 찼다고 한다.  일회성 공연이라 런던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국 언론까지 노출된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생길지도 모르겠다.


내게 공연은 새로운 정보를 주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공연이 영어+한국어로 진행된 덕에 지비도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어제도 영국에서 제주 강정관련 캠페인을 하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지만, 한국 소식을 부지런히 영어로 번역해서 퍼뜨리기만해도 큰 일을 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와 기업은 부지런히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포장해서 영어로 퍼뜨리지만, 다른 대안적인 목소리는 그렇지가 못한 현실이라 한국 밖의 사람들은 '한국'을 알 길이 없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슈들에 관심이 없고.  내가 좀 영어를 잘하면 좋겠구만!  영어공부하자.( ' ');;


https://www.facebook.com/musicalGumok


'금옥'을 보고난 뒤 지비랑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는 이런 이슈가 없었는지.  강간이나 겁탈 같은 범죄야 있었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바로는 일본군강제위안부 같은 건 없었다고.  그 대신 상업적인 매매춘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음에 기회되면 한 번 파봐야겠다.


그리고 얼마 전 서울에 개관했다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한국 서울가면 한 번 가볼 생각이다.  수첩에 적어둬야겠다.


극에서 주로 영어 대사를 진행한 배우는 영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학생이라 이 이슈를 잘 몰랐다고 한다.  알게 되서, 뭔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간단한 이유로 참여했다고 한다.  참 좋은 것 같다.

요즘 복잡하게 머릿속을 오가는 생각들과 맞닿아 '정말 그들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숙한 그들은 '알맹이'지만, 내가 하려고 했던 건 '껍질'을 채우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  좀 쉬워지고, 낮아지고, 깊어져야겠다.


'금옥'팀, 참 잘했어요!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