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keyword] Olympic

토닥s 2012. 7. 25. 05:43


2012년 런던 올림픽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어려서 별 기억이 없다.  굴렁쇠 굴리던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도 사는 곳이 런던이니까 아무리 스포츠나 이런 국가행사에 먼 사람이라도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가 없다.  TV만 켜면 접하고 싶지 않은 뉴스들이 머릿속을 마구 비집구 들어오니까.  이곳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은 한국이 국가차원의 큰 행사들을 준비할 때 뉴스들과는 좀 다르다.  아주 공평하게 양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림픽만 치르면 도시살림이 번듯해질 것과 같은 핑크색 꿈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경기장 Venue


얼마 전 동기 H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 뉴스엔 런던 올림픽 준비가 다 된듯 보였지만, 믿거나 말거나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들은 아직도 건설을 마무리짓지 못한 곳도 있다.  지난 목요일 뉴스에서 들었으니, 4~5일 사이 완공됐을지도 모르겠다.(-_- );;  그 날 뉴스의 내용은 '올림픽 경기 티켓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올림픽 운영위원회의 티켓 판매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운영위원장 격인 Sebastian Coe의 인터뷰에 아침을 먹던 지비와 내가 박장대소했다.  질문은 그런 것이었다, 왜 아직도 올림픽 티켓을 다 팔지 못했나.  대답은 그랬다.  "팔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판 것"이다.  예를 들어 "비치발리볼의 경기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여서 티켓을 팔 수 없다", "완공되고 좌석배치가 나와야 티켓을 팔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런던 올림픽 경기장인데 주먹구구로 짓지는 않을터.  건설 계획이라는 것이 있을텐데, 그를 기초로 티켓을 팔아도 될터인데 한국인인 나는 참 이해하기 힘들다.  참으로 엄격하게 꼼꼼한 영국사람들.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 Stratford라는 곳은 런던의 동쪽 4존지역이다.  지역 주민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일지는 모르겠으나 런던은 동쪽과 서쪽의 생활 수준차가 현격하다.  시내를 중심으로 런던의 서남쪽이 대체로 생활수준이 높고, 안전하다.  그와 정반대인 북동쪽은 그야 말로 정반대.  그 북동쪽에 Stratford라는 곳이 있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지점에서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이 그곳에 위치하게 됐다.  의도는 좋았지만, 그 의도대로 지역균형발전에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과 부대시설이 기여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재까지는 뛰는 집값 때문에 세입자들이 집값을 감당못해 사는 곳을 옮겨야 했고, 그럼에도 기대만큼 지역의 경기 부흥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냥 월세만 뛴 격이어서 이래저래 집없이 사는 사람들만 힘겹게 됐다.  


그 밖에도 런던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들은 새롭게 짓기보다 기존의 공간을 재구성해서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근데 런던에 그럴 공간이 많지도 않다보니 이제까지 시민들이 잘 사용하던 공원에 임시 경기장을 짓고 올림픽 기간에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단다.  대표적인 예가 그린위치 천문대가 있는 공원이다.  넓게 펼쳐진 잔디가 매력인 그 공원 한가운데 임시 승마경기장이 세워졌고, 그 경기가 끝날때까지 공원의 출입이 통제된다.  가족들이 오면 천문대에 가려고 했건만, 예상치 못하게 조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보안 Security


9.11과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치러진 아테네 올림픽은 보안이 삼엄해서 올림픽이어도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경제적으로도 보안 관련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재정적인 부담이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런던 올림픽도 그 비슷한 이슈가 있다.  런던 올림픽 준비기간에 예상비용보다 실제지출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5~30%정도의 비용이 초과 됐다고 들었다. 


http://en.wikipedia.org/wiki/2012_Summer_Olympics#Financing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092077


아이고 아니구나, 예상비용 £2.4 billion에서 10배가 불었다고 하는구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수치는 1년 전 쯤 £9 billion에서 £12 billion으로 뛰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데일리메일 뉴스에선 £24 billion으로 뛰었다고 하는구나.  하여간 1년 전 접했던 뉴스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든 영역이 보안 관련이라고 들었다.  미국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영국의 입장이면서 유럽의 그 어느 나라보다 무슬림 커뮤니티가 두터운 영국으로써는 걱정이 될만도 하다.  더군다나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다음날 영국 시민권자인 무슬림 청년들에 의해서 폭발물 테러가 있었던 런던의 입장으로서는 더더욱.


비용상승이라는 이슈 외에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이슈는 도심 미사일 설치였다.  현재 런던 도심 동부 6군데에 미사일이 설치되었다.  


http://www.guardian.co.uk/sport/2012/jul/03/london-2012-missile-defence-deployment


일반 주거지역에 설치된 미사일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당연하다.  오작동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해?  보안/안보가 주민들을 더 불안에 떨게 하는 격이다.  사실 내 입장에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떤 문제가 생겨 그 미사일을 쏘아야 할 일이 생겼다고 치자.  도심으로 쏘아도, 도심 상공에서 폭발하도록 쏘아도 다 문제 아닌가?  하여간 날아드는 비행물체를 미사일로 쏘아 폭발시키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잘 안된다.  그런 '날아드는 비행물체'가 없도록 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말이다.  이런 이야기 길게하면 "네가 군대 안갔다와서 그런 이야기하는거다"라는 비난이 날아드니까 짧게하자.


런던 올림픽 2주 전 그러니까 한 열흘 전에 또 다른 보안 이슈가 터졌다.  보안을 맡긴 사기업 G4S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일할 사람들의 채용에 실패해 '나 몰라'하고 손을 들어버린 건이다.  G4S의 대표를 불러 국회의원격인 MP들이 질타해도 대책이 없다.  급하게 G4S에서 채용에 나섰지만, 아마 이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올림픽이 다되서 채용을 하려고 했던 것일 게다, 사람을 채우기엔 역부족이고 마구잡이식으로 채우다보니 채용된 사람들이 영어소통이 안된다는 지적들이 벌써 흘러나왔다. 

별 수 있나 경찰과 군인을 동원하기로 했다.  군인은 그야말로 군인이니까 어쩔 수 없이 런던으로 끌려나왔다.  런던으로 불려나온 군인들은 아프간보다도 못한 환경에서 먹고 자고 있다는 뉴스가 벌써 나왔다.  갑작스레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도, 보급품도 없는 형편인 셈.  아무리 여당의 정치인들이 천막으로 가 식사를 준비하네 어쩌네 보여주기 쇼를 해도 궁색하기 그지 없다.

올림픽 지원에 나선 경찰의 불만은 내게 더 생경하다.  한국에선 경찰이나 군인이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집단'인데, 이곳의 경찰들은 '내 일이 아닌데 내가 왜?'라는 입장과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많은 경찰인원을 축소/정리해고 한 것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지난 여름 폭동이 일어났을 때 그대로 지적된 부분이고, 경찰인원이 현재도 부족하다는,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보자하고서는 계속해서 경찰인원을 축소해 나갔다.  그리고 '시민참여'운운하면서 자원봉사인력으로 대체해보자고 했는데 런던 올림픽과 관련해 이런 일까지 터니지 경찰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개인적으론 인류의 화합을 운운하는 올림픽이 총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게 벌써 이 올림픽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아, '스포츠 정신'을 이해 못하는 나에게 스포츠인들의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겠군.( ' ');;


대중교통 Transport 그리고 파업 Industrial Action


아르헨티나인 친구 실바나는 런던이 살기 좋은 이유가 대중교통 수단이 "fantastic"해서라고 했지만, 그런 의견은 런던에 사는 사람들에게 참 동의를 얻기 어려운 의견이다.  지하철이 비교적 촘촘하기는 하지만, 오래된 역사 탓에 시설이 매우 노후하다.  그래서 고장도 잦다.  아침뉴스에서 교통정보를 주는 이가 "아직까지는 보고된 큰 문제는 없다"라고 말할 땐 그 표정이 얼마나 밝은지 모른다.  이유는 그런 날이 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약속을 지켜주는 지하철'이라고 홍보되는 지하철이 런던에선 '버스보다는 낫지만, 만만찮은'정도다.  또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런던의 지하철엔 에어컨이 없다.  아니 있는데 작동이 제대로 안된다.  하여간 지하철도 창문을 열어둔채로 달린다.  버스도 마찬가지.  있거나 마나한 대중교통 수단의 에어컨은 그 존재감을 상실한지 오래다.


런던 올림픽 기간동안 지하철이 연장운행을 한다.  그 때문에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보너스가 주어지게 됐는데, 이 때문에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버스 노동자들이 몇 차례 파업을 했다.  몇 차례 진행된 파업에 추가 수당이 주어지기로 결정이 되었는지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 런던 외곽과 런던을 잇는 철도의 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당연히 런던시장이 투덜대고 나섰지만, 노동자들로써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인 셈이다.  또 런던 올림픽 개막 전 날인 목요일 히드로 공항의 이민국 노동자들의 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인원 축소를 막기 위한 파업이다.  얼마 전 인원을 축소했는데 올림픽 기간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이를 인원 축소를 저지하기 위한 기회로 본 노동자들의 파업인 셈이다.  여기에도 군인들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목요일 '히드로 공항 대란'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거기다 새로 생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올림픽 차선 때문에 도심은 물론 공항까지의 외곽도로도 정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몇 달 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조합에서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소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의 입장은 '무조건 우리는 파업한다'가 아니라 '그러니 대화에 나서라'였다.  대화에 나선 지하철과 버스는 파업을 피하게 된 셈이고, 당장 급한 불이니까, 나머지는 정부가 버티다가 파업이 결정이 됐다.  그런데 그 몇 달 전 여러 조합에서 파업을 예고할 때, 당연히 여당의 리더인 캐머런 총리는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의 리더인 밀리반이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파업은 모두의 축제를 망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그냥 입이나 닫고 있으면 중간을 갈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보수당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 시점에도 노동당의 인기는 같이 바닥을 기는 실정.


올림픽 효과 Expectation


과연 런던 같은 도시에도 올림픽 효과라는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1992년 올림픽을 치른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는 분명히 올림픽 효과가 있었다고 들었다.  가우디와 해변이 TV화면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으뜸 관광도시가 됐다.  런던은 벌써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도시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도시인데, 이런 도시에 올림픽 효과가 있을지.  바닥을 치고 있는 영국경제에 구원수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지만 글쎄.  올림픽이 아니어도 8월 주말이면 떠밀려 다녀야 하는 게 런던의 관광지다.  들어오는 관광객만큼 영국인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수적인 면에서 얼추 균형이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지비의 의견이다.  런던 시내만 복잡하지, 2존이라도 주거지역인 우리 동네는 지난주 금요일 아이들의 방학이후 부쩍 한산하다.  지난 토요일 동네 마트에 차를 끌고 갔다.  보통 땐 걸어다니지만 물을 사려고 차를 가지고 갔다.  평소 같으면 차 댈 곳을 찾기 힘든 주말 오전인데 주차장이 절반은 비어있었다.  거리마져 한산했다.  올림픽 효과보다는 아테네 처럼 거대한 빚더미 부메랑으로 올림픽 호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올림픽이 별 사고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테러용의자들을 검거하는 뉴스들이 나왔다.  2005년 폭발테러가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올림픽 때문이라기보다 그 기간에 런던을 찾는 가족들을 위해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