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얼갈이 배추 쌈

토닥s 2012. 6. 25. 03:59

지난 봄에 바르셀로나의 상인이가 보내온 씨앗 중에 배추 씨앗이 있었다.  심어놓고 배추가 나기를 기다렸는데, 올라오는 모양이 내가 기대했던 배추랑은 다른 것이다.  나는 김치 담을때 쓰이는 배추를 상상했다.  그래서 다시 씨앗을 꺼내 확인해보니 '얼갈이 배추'였다.  얼갈이 배추라면 지금 자란 정도가 다 자란 것 같아 '날 잡아 잡술' 날을 벼르고 있었다.  




요건 러너 빈.


얼갈이 배추를 어떻게 먹는건지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생으로 겉절이를 해먹거나, 데쳐서 쌈 싸먹거나, 데쳐서 무쳐먹는 정도가 대략의 방안.  겉절이는 양념이 자신이 없어 데쳐서 쌈 싸먹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중엔 나도 지비도 바빠서 해먹을 시간이 없어 주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토요일에 근처 일링에 아르바이트 오신다는 S님이 생각나 연락을 했다.  '쌈 먹으러 오라'고.  손님 초대만 하고 고기 없이 참치캔과 쌈장, 그리고 방금한 따듯한 밥과 먹지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일을 마친 S님이 뭐 챙겨갈 것 없냐기에 엉겁결에 삼겹살을 부탁했다.  그래서 급조된 '토요일 삼겹살 만남'.



집안이 왜 이렇게 산만한 것이냐.  손님 초대하고 청소 좀 할 껄.( ' ')a



얼갈이 배추는 표면이 거칠어 데쳐서 쌈 싸먹으려고 했는데, 잎이 연해서 그냥 먹어도 되겠다는 S님의 의견에 따라 그냥 먹기로 했다.  조그만 연한 잎들은 S님이 겉절이로 만들고.

아, 나의 사랑스런 얼갈이 배춧잎.



지비가 쌈 싸먹는 모습에 한국 사람 다됐다는 S님의 말씀.  한국 요리도 잘하면 참 좋을텐데, 안되면 미역국이라도 말이지.( ' ')a



임신부가 있으니 충분히 익히라는 S님의 지령에 따라 지비가 너무 열심히 삼겹살을 구워 딱딱해지긴 했지만,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  역시 음식은 사람과 어울려 먹어야 하는 법.



얼갈이 배추 시식 후 사진.


얼갈이 배추를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는 다 먹고 시금치를 심으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얼갈이 배추 한 번 더 심고, 그러면 가족들이 런던 왔을때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화분을 하나 더 사기로 결정.  으히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