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63

[life] 2012 안녕!

올해 런던은 정말 일년 내내 축제 같았다. 여왕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쥬빌리를 시작으로 런던 올림픽까지. 하지만 우리에게도 아주 특별한 2012년이었다. 부모님과 두 언니 그리고 형부가 여름에 런던을 왔다. 처음 배낭여행을 온 2000년에도, 다시 런던을 찾게된 2008년에도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섹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포드 어폰 에이본 stratford upon avon. 스톤헨지 Stonehenge. 해맑은(?) 우리 작은 언니. 시킨다고 한다.( ^ ^);; 부모님과 파리 Paris 개선문. 마음 착한 우리 큰 언니 부부와 스위스 인터라켄Interlaken. 융프라요흐 안에서 자매님들.(^ ^ ) 올림픽의 열기가 남아 있는 런던. 지금 생각해도, 사진으로 봐도 믿기지가 않는다. 언제..

[book] 화차

미야베 미유키(2012). 〈화차〉.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페이스북에 한 선배가 올린 영화에 대한 간략 감상편을 보고 소설부터, 혹은 소설을/만 봐야지 했다. 두께 때문에 쉽게 잡히지 않던 책이었는데 좀 머리 식히면서 볼 수 있는 책을 볼려고 골라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참 속 시끄러운 시기였는데, 그 시끄러운 속을 눌러가며 읽었다. 일종의 현실도피였던 셈인데, 책을 덮고나니 도피했던 그 책이 되려 절절하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소설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권총 오발 사고로 휴직 중인 형사 혼마에게 죽은 부인의 친척 가즈야가 찾아온다. 부인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던 가즈야는 신용불량 과거가 밝혀져 사라져버린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

[keyword] Christmas

영국에도, 아니 서구문화권에도 '명절증후군'이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한국의 설과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은 미국문화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중에서 더 힘든 것을 고르라면 당연 크리스마스다. 여럿이 모이는 식사를 준비해야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써야하고, 식구 수대로 크던 작던 선물도 준비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오는 광고들은 보는 재미와 더불어 감동을 주곤 하는데 올해 최고의 광고는 바로 이거다. 물론 내 기준에서. 며느리의 '명절증후군'이 떠오르는 광고고 누구나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광고다. 모리슨은 슈퍼마켓체인. 이곳에 외떨어져 사는 우리야 친구들과 밥 한 끼 또는 차 한 잔하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 게 전부인데 어째 올해는..

[book]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2010).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PHOTONET. 성균관대에서 토목공학을 가르치던 전몽각 교수의 사진집. 1990년 시각에서 출판되었다가 2010년 20년만에 PHOTONET에서 재출판한 책이다. 처음 1000부만 찍혔다는 사진집은 명작이라는 이야기만 무성하고 접할 길이 없었다. 나도 한국에 있을때 (온라인)중고서점이나 사진동호회를 장터를 기웃거려봤지만 구하지 못해 보지 못했던 책이다. 재출판되었다는 이야기를 이곳에서 들었지만 사진에 대한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임신을 하고 〈다까페 일기〉라는 책과 함께 주문했다. 사진은 제목과 부제목 그대로다. 전몽각 교수의 큰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의 사진이다. 아기 윤미는 1960년대..

[book] 의자놀이 / 77일

공지영(2012). 〈의자놀이〉. 휴머니스트. 소설가 공지영이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 다루었다길래 읽어봐야지 했다. 이름있고 책 잘팔리는 소설가가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근데 나는 소설인줄 알았다. 받아보니 '르포타주'라고. 그건 뭔가? 그거 볼때도 그래도 여전히 소설인줄 알았다. '르포 같은 소설인가'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니네'라고 알게 됐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걸 왜 책으로 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많이 팔렸다고는 하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기 전에 모르는 사람이 찍어 먹어본 경험담 같다고나 할까. 물론 많은 자료들에서 추려서 쌍용자동차 파업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나는 소설가가 쓴 글이기에 그런 수치보다, 사실보다 다른 걸 기대했다. 그런데 ..

[book] 1인분 인생

우석훈(2012). . 상상너머. 책을 펼치고 30페이지쯤 읽다 혼자서 막 웃었다. 글을 따라 읽다보니 숨이 가빠졌다. 글을 읽는데 숨이 차다고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었다는 것은 아니고, 재미 없었다는 것도 아니다, 구어체로 쓰여진 글이라서 그랬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 0번째 이유는 우석훈, 이 사람 진짜 수다쟁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그 이유를 이 시대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보고 싶었다는데서 이 책이 시작됐다고 한다. 특히 그와 같은 40대를 위해. 40대 남성이라고 특정지을까? 아무리 그가 환경과 여성성을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환경에 있어서 그는 맨끝에 서있는 사람이지만, 여..

[taste] 비단때수건

한국에 전화할 때마다 언니가 좋다고 "보내줄까?"했던 비단때수건.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때 밀 일이 있나, 언니가 보내주고 싶어해서(?) 다음에 기회되면 보내달라고 했다. 읽을 책들이 밀려서 딱히 요즘 한국에서 물건을 부칠 일이 없어 언니에게 우편으로 보내라고 했다. 일반우편으로 보내면 될껄 이런 걸 국제특급으로 보낸 우리 언니.(ㅡㅜ ) 지비는 서양인이라서 때 안밀테니 누리와 내 것만 보낸단다. 평생 때를 밀어보지 않은 지비 때를 좀 밀어야 할텐데.( ' ')a 옛날에 임금님은 비단으로 때를 밀었단다. 감히 임금님을 아프게 할 수는 없는터 곱고 고운 비단으로 때를 민 것이다. 써보지는 않았지만, 탕목욕을 할 일이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쓴다?, 언니말론 보드랍단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런 것..

[taste] 대체 커피 NO CAF

올 상반기 일주일에 한 번 인턴쉽을 간 킹스톤 그린 라디오는 영국의 모든 곳이 그렇듯 (마시는)차 인심이 후한 곳이었다. 절대로 차 권유를 거절하는 법이 없는 그들은 내가 보는 6~7시간 동안에도 3~4잔의 차를 마셨으니, 하루 종일 얼마의 차를 마시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임신한 걸 알아도 임신은 임신이고, 차는 차라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본인들이 차를 마실 때마다 내게도 권하곤 했다. 거절도 한 두번이라 하루에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틈바구니에 끼어 뭐라도 마셔야 했는데 그때 마셨던 것이 Barley tea/coffee다. 보리차 아니고, 보리커피. 올초 폴란드에 갔을 때 6개월짜리 딸을 둔 이자도 보리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에선 본 일도 없고, 물론 한국에서도 본 일이 없던 것이라 궁금해서 한 잔..

[taste] 야끼 카레

어제 저녁 카레를 해먹었다. 음식재료 배달이 오기 전에 냉장고에 채소들을 없애버리자는 마음으로. 감자, 당근, 양파 그리고 해물을 넣은 카레. 보통 카레엔 돼지고기를 넣나? 고기 별로 안좋아해서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해물을 넣던지, 아니만 참치캔을 따 넣어 카레를 해 먹는다. 어제는 해물. 허영만의 에서 보고 해본 야끼 카레를 해먹어볼까 했는데, 요즘은 아기 때문에 얼른 해서 먹어치우는 격이라 카레를 해놓고 보니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달걀도 하나뿐이라 그냥 카레와 밥만 먹었다. 이 사진은 허영만의 책을 읽고 처음해 본 야끼 카레. 블로그 이웃님의 카레 사진에 자극 받아 좀 지난 사진이지만 꺼내본다. 주재료: 감자, 양파, 당근, 해물, 달걀, 치즈 부재료: 애호박 카레를 만드는 건 ..

[book] 아이의 식생활

EBS '아이의 밥상' 제작팀(2010). . 지식채널. 출산 전 '이 정도는 읽어줘야' 두 번째 책,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의 내용을 풀어도 쓰고, 내용을 더하기도 하여 만든 책이다. 이 다큐프라임을 전체를 본 것은 아니고 한국에 있을 때 푸드브릿지 부분만 봤다. 편식하는 아이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부분. 내용이 무척 흥미로와 내가 읽지도 않고 아이 가진 친구들에게 선물로 몇 권 사주었던 책이다. 이 책을 내가 보게 될 줄이야.(- - ) 1장은 단맛에 관한 이야기. 왜 아이들은 단맛에 열광하고, 그 기원은 무엇인지. 인류 생존의 법칙에 이끌려 단만에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이야기는 좀 설득되기 어려웠지만, 태아 때무터 단맛을 인지하고 반응한다는 건 놀랍긴 놀라웠다. 아이들이 단맛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