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63

[taste] 밥에 비벼먹는 오징어

한국에 갔을 때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정신이 없어서 잊고 온게 바로 젓갈이다. 그 중에서도 명란젓. 언니가 일본에서 가끔 명란젓을 사오곤 했는데, 한국 보다 심심한 맛이 나는 좋았다. 일본 슈퍼마켓에 가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가격이 만만찮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어딜가나 최상의 수산식품을 먹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은 한국김을 좋아한다.(^ ^ )요즘은 예전보다도 밥을 많이 먹는 편이라 그 젓갈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짠 음식과 날 음식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한국 슈퍼마켓에서도 찾아보니 대구알이라고 해서 있기는 한데, 그건 젓갈이라기보다는 탕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슈퍼마켓을 빙글빙글 돌다가 발견한 '밥에 비벼먹는 오징어'. 이건 젓갈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비슷한 거 아닐까? 엄마는 생오징어를..

[taste] Sun-Pat Peanut Butter

왜 갑자기 땅콩버터냐고? 땅콩버터는 그런 음식이다. 아니, 음식이었다. 일년에 딱 두 번 정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 두 번을 위해서 사고나면 먹을 일이 없고, 큰 마음 먹고 빵에 펴바르면 한 조각 이상 넘어가지 않는 그런 음식이었다. 그래서 웬만해선 사게 되지 않는 땅콩버터. 지난 주에 그 일년에 두 번 정도 있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생각이 들면 먹어줘야 한다. 당장 가서 하나 사왔다. 슈퍼마켓의 진열대 앞에서 땅콩버터의 대명사격인 스키피Skippy를 살 것인가, 스키피보다 저렴한 슈퍼마켓의 브랜드를 살 것인가, 스키피 보다 비싼 다른 브랜드를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세 번째 안을 선택했다. 스키피는 우리가 땅콩버터하면 떠오르는 제품인데, 그래서 익숙하긴 하지만, 나는 늘 입천..

[book] 닥치고 정치

김어준 저 · 지승호 편(2011). . 푸른숲. 이 책을 받은 건 올해 초였는데, 읽은 건 열흘 전쯤. 19대 총선 기념으로다가 읽었다고나 할까. 책을 받고서도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금새 읽어버릴 것 같아서다. 이틀만에 읽어버렸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들춰봐도 기억에 남는 게 없을까. 방송에서 들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건성으로 읽은건가. 책을 읽으면서 모서리를 접어둔 페이지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아예 남았던게 없는건 아니다. 예를 들면 좌·우의 비교가 그렇다. 한국의 우파는 우파라기 보다 본능만 존재하는 동물이라는 이야기와 좌파의 지나친 도덕적 경직성에 관한 이야기. 글쎄, 나는 후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도덕적 경직성을 경계해야 할 것의 그들의 숙제라기보다 더 도덕성을 경계해야 할 부..

[taste] 레몬차

이틀 전부터 콧물이 멈추지 않더니 오늘 아침 일어나니 목이 따갑다. 어제 하루종일 밖에서 보낸 탓일꺼다. 지비가 출근하고 좀더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오늘부터 참가하기로 한 임신부 요가 선생에게 감기가 들어서 못가겠다고 메일보내고, 내가 가면 민폐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전화로 이메일, 페이스북 꼼지락거리다가 20여 분만에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지난 일요일 사온 레몬을 떠올리며 레몬차를 만들까 말까, 만들까 말까 생각하다 만들기로 결정하고서. 내 감기의 스타일은 늘 콧물을 동반하기 때문에 인후염으로 번진다. 한국에서 자주 가던 이비인후과 의사는, 인후염은 65도쯤 되는 차만 많이 마셔도 나으니까 늘 차를 많이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레몬차를 만들어 마시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사실 무어라도..

[taste] 생강차 배숙

지난 주말 B언니의 오피스 워밍 파티에 다녀오는 길, 지비가 근육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감기약을 먹고 밤새 땀을 흘리면서 자도 낫기는 커녕 일요일엔 몸져누웠다. 뜨거운 허브차를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고, 생강차를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을 하다 생강차 배숙을 발견하고 도전. 마침 전날 한국 슈퍼에서 사온 배가 있어서. 배를 퍼내고, 뭘 넣고 그런건 힘들어서 진한 생강차에 배숙을 첨가하기로 했다. 일요일 정오 슈퍼마켓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생강, 계피 ,통후추 사와서 끓이기 시작했다. 주재료: 생강, 계피, 배, 통후추 부재료: 꿀 배를 다듬는 동안 생강과 계피(스틱)를 하나 넣고 끓였다. 향기는 좋지만, 날더러 마시라면 못마실 생강차. 생강은 깎아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깎아..

[taste] 굴라쉬Goulash

부다페스트에 여행을 가기전 지비에게 숙제를 줬다. 가서 뭘 꼭 먹어야 하는지를 챙겨놓으라고. 가이드북에 보니 굴라쉬Goulash, 패스트리, 팬케익 정도가 추천되어 있었다. 꼭 먹어보자하면서 갔다. 도착한 첫날엔 도착이 늦어 숙소 근처의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다음날 굴라쉬를 먹으러 갔다. 굴라쉬 전문점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헝가리안 누들(?)과 함께 서빙된다고 되어 있어, 이건 뭘까 하면서 기다렸는데 헝가리안 누들은 내 관점에선 수제비였다. 한국음식의 수제비는 국물음식이라면, 헝가리에선 스튜와 함께 먹는 일종의 파스타인 셈. 담에 그 사진을 보여주기로 하고.예전에 슬로바키안 친구가 굴라쉬를 해준적이 있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가 위아래로 이웃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동유럽 음식..

[taste] 호빵

한국에서는 저녁이나 식사를 먹고나면 과일을 후식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케잌류가 대세다. 지비 역시 케잌을 좋아한다. 평소에는 잘 아끼다가도 디저트로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공원에서도 아이스크림 차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지비의 형수 말로는 지비의 형 역시 그렇다하는데 집안 내력인가.( ' ')a나도 커피와 함께 하는 케잌은 좋지만 후식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내 취향이고, 옆에 앉아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먹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비의 경우는 일주일에 최소 세번 정도는 짐gym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니까, 더군다나 체질적으로 말랐다, 식사 후 케잌 정도는 상관없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건 엄살이고, 운동을 그 만큼 하지 않으니까 지비처럼..

[keyword] Military Wives Choir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와 토크쇼에 Military Wives Choir의 앨범이 3월 12일 Mother's Day에 맞추어 발매된다는 소식이 나왔다. 영국 군인들의 아내 합창단쯤 되겠다. 지역별로 몇 개의 합창단이 있었는데, 합쳐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난해말 차트 상위권에도 올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1년 전쯤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룬 영화를 봤는데 참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감독과 프로듀서가 말하기를 영국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전역한 10%의 전역군인들이 현재 폭력 등과 연루되어 감옥에 수감중이라고 한다. 폭력 범죄이전에 그들은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말이다. 그들 못지 않게 가족들에게도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족들은 고사하고 ..

[taste] 김치국밥

한달 전쯤 W에서 함께 일하던 M씨를 만났다. 어째서였는지 나는 M씨가 2월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여 서둘러 만났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비자는 초여름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지난 번 인사를 나는 2월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기억한 모양이었다. 4~5시간은 수다를 떤듯. 한국에 돌아가면 뭐할꺼냐는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M씨가 그랬다. 한국에 가면 김치국밥을 먹을꺼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동안 존재를 잊고 살았던 김치국밥이 잠시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 나도 김치국밥'하면서. 결국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김치국밥을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보고, 동영상도 봤다. 가수 장윤정이 요즘 김치사업으로 성공했나보더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 보였지만, 잘 익은 김치가 없는 것..

[keyword] football nation

영국에 살아도 축구랑은 정말 무관한 나 같은 사람도 지난 한 주는 축구와 관련된 뉴스를 숱하게 많이 본 한 주였다. 참 이상한 일주일이었고, 동시에 영국 사람들의 축구에 관한 관심은 정말 높구나 하는 걸 느꼈다. 유명 축구 감독의 세금 회피 가장 먼저 스타트한 것은 현재 토튼햄의 감독, 여기선 매니저manager라고들 한다, 해리 레드냅Harry Redknapp의 세금 회피에 관한 공판 결과였다. 5년 전 사우스햄튼에 있을 당시 구단주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 돈은 그의 해외계좌로 유치되면서 세금을 회피한 혐의다. 한국으로치면 국세청에서 고소한 건인데, 결과는 해리의 무죄로 나왔다. 구단주는 친구로써 돈을 주었을뿐 감독직에 관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 또는 보너스 같이 세금징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