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book] 닥치고 정치

토닥s 2012. 4. 21. 00:13

 김어준 저 · 지승호 편(2011). <닥치고 정치>. 푸른숲.

 

 이 책을 받은 건 올해 초였는데, 읽은 건 열흘 전쯤.  19대 총선 기념으로다가 읽었다고나 할까.  책을 받고서도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금새 읽어버릴 것 같아서다.  이틀만에 읽어버렸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들춰봐도 기억에 남는 게 없을까.  방송에서 들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건성으로 읽은건가.


책을 읽으면서 모서리를 접어둔 페이지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아예 남았던게 없는건 아니다.


예를 들면 좌·우의 비교가 그렇다.  한국의 우파는 우파라기 보다 본능만 존재하는 동물이라는 이야기와 좌파의 지나친 도덕적 경직성에 관한 이야기.  글쎄, 나는 후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도덕적 경직성을 경계해야 할 것의 그들의 숙제라기보다 더 도덕성을 경계해야 할 부분이 그들의 여전한 숙제로 보이니까.

그런 시기를 거쳤다, 이른바 386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기성화, 기득권화 되어가는 시기를.  민족주의 포함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그들 안에서 기성화, 기득권화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 총선을 관전하면서.  좀 미안한 말이지만 정권을 심판한다는 그들에게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큰 산을 넘기위해 버리고 가야할 것들, 나누어야 할 자신의 것을 끝까지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고나 할까.  민주당이 한국의 좌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꼴을 보지 않았는가.  가관이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내 머리에 머물렀던 부분은 심상정에 관한 부분이었다.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그녀가 사퇴한 것을 두고 대중적 정치인으로 거듭났던 기회라고 했는데, 그렇게 보진 않는다.  그녀가 대단한 것도 사실이고,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게 누구보다 기쁜 사람이지만, 그녀도 나름대로 그녀가 속한 바운더리 안에서 끊임없이 헤게모니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미 정치인이었다.  그녀였는지, 그녀의 그룹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부분이 있어도 나는 여전히 그녀는 기대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욕심내지 않고 비례 제외하고 2선 또는 3선의원으로 굵직하게 자리잡는다면 부끄럽지 않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재수없으면 두번째 여성대통령이 될꺼라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여성대통령은-.  음-.


책 끝무렵에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팟캐스트를 이용한 <나는 꼼수다>가 바로 그 이야기고, 바로 그 증거라고 본다.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에 100번 동감하지만, 나 역시 그것을 찾기 위한 소모적인 방황을 계속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SNS 관한 관측은 나와 좀 다르다.  늘 새로운 미디어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무기였지만,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예쁘게 포장된 기득권의 당근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주어진 선택적 프레임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말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 조차도 그 답은 모르지만.

반MB라는 건 대안적 프레임이 없는 그냥 '반대'였을 뿐이다.  그냥 선긋기 뿐이었고.  그 선을 긋기위해 너무 에너지를 소모한 나머지 투표할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객관적으로 망했다.  주관적으론 좀 건질 것이 있다고 보지만.  대선도 이대로면 어렵다. 


끝으로 왜 지승호가 이 책에 이름을 올렸는지 모르겠다.  사실 왜 '김어준 저'라고 하는지도.  책은 참 쉽다, <나는 꼼수다>는 더 쉬우니 두 가지 모두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나는 꼼수다>를 들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