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Spam

토닥s 2012. 2. 17. 23:59

얼마 전부터 스팸Spam이 무척 먹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소망을 지비에게 이야기했지만, 정크푸드라며 외면했다.  은근 먹을 걸 따지는 지비는 소시지를 살때 늘 고기함유량을 체크한다.  고기함유량이 80%가 넘으면 "겨우 소세지라고 할 순 있겠군"하고, 90~100%정도 되야 "소세지다" 그런 반응.  지비가 그런 걸 체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시중에 소시지나 햄이라고 불리고, 판매되는 것들의 고기함유량의 의외로 낮다는 것이다.  50%미만이 태반이다.

어쨌거나 어제 혼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하게' 스팸을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비에게 스팸을 샀다고 하니 "그런 걸 왜?"해서, 혼자 먹을꺼라고 했다.
오늘 아침부터 점심을 기다려 따듯하게 밥을 하고 스팸을 구웠다.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밀가루와 달걀을 차례로 묻혀 구울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구웠다.  역시 '명성답게' 기름 한 방울 프라이팬에 붓지 않아도 지글지글 잘도 구워진다.  스팸을 구우면서 한 생각한 건, 스팸을 내 손으로 사서 먹어본적이 없다는 것.  어쩌다가 식당에서 샐러드나 부대찌개류에 섞여 나오는 스팸 혹은 스팸류는 먹어봤지만, 내 머릿속의 그림처럼 스팸을 구워 먹어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먹고 싶었을까.  어디선가 맛있게 묘사된 스팸에 관련된 글을 봤음이 틀림없다.

따듯한 밥도 준비, 스팸도 준비.
첫 밥 한 술에 스팸을 베어무는 순간 뭔가 내가 상상하던 맛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들었다.  참 빨리도 든다.  짭쬬롬한 건 내가 원했으되, 돼지고기 냄새는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훈은 먹는 것에 관한 한, 특히 햄과 치즈에 관한 한 지비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

먹다 남은 스팸으로 주말에 부대찌개에 도전해볼까? (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