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49

[+49weeks] 지비의 육아실험

나는 누리의 변화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교육 시키거나 훈련 시키려 들지 않고. 그런데 지비는 다르다. 끊임 없이 누리의 행동과 변화를 관찰한 다음, 규칙을 찾아내거나 규칙을 만들려는 스타일. 시작은 그랬다. 실험 1 누리가 태어나고 집으로 온 뒤 지비와 함께 보낸 2주. 어느날 지비가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바로 변을 본다는 것. 태변을 하루에 몇 번씩 볼 때였으니까.실제로 그랬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그 양이 많건 적건 마치 장이 입에서 항문으로 일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좌륵 태변을 보곤 했다. 그 규칙에 대응하기 위해 우유를 준 뒤, 누리가 변을 본 다음 기저귀를 갈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유를 먹은 뒤 잠들지 모르는 누리를 위해 우유를 주기 전에 ..

[+48weeks] 이앓이와 더딘 걷기 연습

이앓이 누리는 지금 4개의 이가 있다. 아랫니 둘은 5월 한국 가기 전후로 쑥 올라왔고, 그 이후 윗니 둘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1/3쯤 올라온 것 같은데, 이가 작아서 그렇지, 벌써 절반 이상 올라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에 갔을 때 콧물과 동시에 유난히 흐르는 침을 보고서 다들 "이 나려보다"하시더란. 정말 꼭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가 나기 전후해서 심하게 침을 흘리긴 한다. 폴란드 다녀와서는 이전처럼 낮잠을 달게 자지도 않고, 밤잠도 잘 자지 못한다. 깊은 잠이 들기까지 두 세번은 깨는 것 같다. 다행히 12시에서 6시까지는 깨는 일이 잘 없다. 이래저래 찾아보니 이가 날 징후이긴 한 것 같아서 바로 폴란드서 받아온 치발기를 물렸다...

[+46weeks] 돌잔치는 없다.

폴란드에 가기 전 돌잔치에 관해서 생각해봤다. 엄마가 옷을 사줄까 어쩔까 하시길래. 엄마가 옷을 사주신다해도, 한국서 사서 여기까지 보내는 비용생각하니 배보다 배꼽이 커서 그냥 두라했다. 엄마 말고도 간혹 누리의 돌에 관해 물어오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영국에 딱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리가 생긴 후 있던 인간관계마저 소원해진 이 시점에 잔치 또는 파티를 한다고 해도 와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니, 생각할수록 우울해서 잔치는 없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더군다나 누리의 생일이 평일의 한가운데인 수요일이라서 더욱 와줄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그냥 지나기는 뭐해서 주말로 당겨 친구들을 불러 축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지비가 의견을 냈다. 한국서는 그렇게 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도 그렇게 하는지가 의..

[+45weeks] 소신과 계획

또 밀렸다. 폴란드에 다녀오느라 밀렸다기보다는 어영부영하다보니 밀렸다. 얼릉 써야지.( ' ');; 지난 주에 폴란드에 다녀왔다. 여행기간은 4박 5일. 여행목적은 지비 가족들에게 누리 보여주기. 폴란드가 한국보다 가까운데, 가만히생각 해보니 한국가는 수나, 폴란드가는 수가 비슷비슷하다. 폴란드에 가서는 언제나 지비의 형네 머무른다. 지비의 아버지가 우리를 보러오시고. 물론 우리가 아버지네 들를 때도 있지만, 이번엔 특히 누리가 있고 지비의 형과 형수 부부에게도 24개월 된 딸이 있어 아버지가 형네로 오셨다. 그 조카를 보면서 앞으로의 12개월을 그려보았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 저러면 안되겠다' 정도의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물론 생각만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그렇게 생각해도 1..

[+44weeks] 누리는 투병中

누리가 아프다. 정확하게 말해 나아가고 있는 중. 지난 수요일 아침 일어나니 콧물이 찔끔해서 지비랑 "왜 이래?"했는데, 오후되고 저녁되니 콧물이 줄줄.(ㅜㅜ ) 밤에 콧물 때문에 한시간 ~ 한시간 반 간격으로 칭얼대서 누리도 나도 잠을 잘 못잤다. 그 순간에도 지비는 틈틈이 잘 잔다. 다행히 목요일 오전 GP(보건소 격)에 베이비클리닉이라 데려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GP에 가니 베이비클리닉은 맞지만 그건 성장체크나 예방접종을 할 수 있지, 아픈 아이를 보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내일 올래?"하는 접수원에게, "아기가 아파 아기도 나도 잠을 못잤다"하니 콧물 줄줄 누리 얼굴 한 번 보더니 성장체크를 하는 의사의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줘서 15분 정도 기다려 의사를 만났다. 체온체크하고, 귓속을 보더니 ..

[+43weeks] 여름나기 - 선크림과 선풍기

정말 한 2주가 영국답지 않게 너무 더웠다. 어제 오늘 슬며시 영국의 여름으로 돌아온듯하지만, 내일 다시 31도라하니 방심하기 어렵다.한국에서도 선풍기 없이 살던 사람인데, 영국의 날씨에 익숙해진 탓인지 한국처럼 뜨거운 여름이 영 적응이 안된다. 지난해 임신하고 보낸 여름도 부채 하나로 버티었는데, 36.5도보다 약간 더 뜨거운 누리가 곁에서 떠나지를 않으니 내 몸에 보일러를 장착한 기분. 지난 주말 도저히 안되겠다하면서 선풍기를 샀다. 선풍기 그 선풍기를 주문하기까지 눈물겨운 투쟁기가 있었다. 영국에 여름이 덥냐며 내년에 사자는 지비에게 "네가 낮에 집에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버럭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을 연이어 집에서 보낸 지비가 제 입으로 선풍기 사자 한다. "그래!"하고 내..

[+42weeks] 난데없는 유목생활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누리와 함께 난데없는 유목생활 중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을 일이 없었다고 구차하게 늦은 일기에 대한 변명. 더워지기 전에도, 심지어 12월이나 1월에도 거의 매일 산책을 가긴 했지만 요즘은 산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도는 유목생활에 가깝다. 동네 도서관 - 유아 음악 교실 Music Session 동네 도서관에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그건 음악 교실이라기보다 동요 교실이어서, 그리고 유아toddler 프로그램이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누리의 월령이 아기와 유아 사이쯤 되서 어중간 하다.또 다른 이유는 남들은 다 아는 노래, 나만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그렇기도 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5개월쯤 되는 딸이 있는 니콜라스, 영..

[+41weeks] 잠이 태부족

생후 5주부터 밤에 깨지 않고 자는 누리도 늘 그런 건 아니다. 예방접종을 맞은 뒤 한 이틀 한 밤중에 깨어나 울기도 했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우유를 먹은 뒤 트림없이 잠든 날은 어김 없이 한 두 시간 뒤에 깨어나 울기도 했다. 그래도 비교적 잘 자는 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특별히 좋은 걸 먹이거나, 지비와 내가 특출나게 크지 않아도(아 나는 물론 한 덩치 하지~) 누리 키가 특출나게 큰 이유가 잘 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누리는 그렇게 많이 자는 편은 아니다. 한국가기 전까지 누리는 저녁 10시에서 아침 7시 또는 7시 반 정도까지 자고, 낮에 두 번 정도 낮잠을 자는데 더하면 3시간 정도 됐다. 오전에 많이 자면 오후에 덜 자고, 오전에 적게 자면 오후에 ..

[+40weeks] 가젯맘

육아용품과 관련해서 '이런 것도 있나?'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정말 없는 게 없다. 각종 지식 검색에 없는 질문과 답이 없는 것처럼. 나는 주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한국어로 검색해보고, 그 다음 영어로 검색해보고, 구입하는 편인데. 한국의 육아용품은 정말 없는 게 없고, 그것이 비록 대부분이 물 건너온 수입품이라 하더라도, 사용자 후기도 그렇다. 가끔 열심히 읽어내려가다 끝부분에 협찬을 받은 후기라는 걸 알게 되면 김이 확 식어버리긴 한다. 남이 써 놓은 후기 잘 읽고서 드는 생각의 한 자락은 '나는 이런 가젯맘은 되지 말아야지'. 육아일기인지 육아용품 사용자 후기인지를 읽다보면 아기는 없고, 육아도 없고, 제품만 남아있다. 그런데 나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 i i) 눈에..

[+39weeks] 옆으로 옆으로 - 잡고 걷기

요즘 누리는 부쩍 잡고 일어선다. 겨우 앉게 되면 누우려 들지 않고, 겨우 설 수 있게 되면 앉으려 들지 않더니, 이제 겨우 뭔가를 잡고 설 수 있게 되니 가만히 서있지 않는다. 역사적인 2013년 6월 19일 드디어 누리가 TV 아래 책장을 잡고 혼자 걸었다. 저 나이가 시킨다고 할 나이도 아니고.(- - );; 2013년 6월 19일 내가 낮에 혼자 찍은 이 동영상을 퇴근하고 무한반복해서 보던 지비는 37초 부분에서 누리가 두 손 다들고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선 누리가 천재('genius'라고 했는데 '천재'라는 표현이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다른 표현도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라면서. 지비, 그건 좀 오바야. ( ^ ^);; 2013년 6월 21일 그렇게 걸음을 뗀지, 물론 TV 아래 책장을 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