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43weeks] 여름나기 - 선크림과 선풍기

토닥s 2013. 7. 21. 21:29

정말 한 2주가 영국답지 않게 너무 더웠다.  어제 오늘 슬며시 영국의 여름으로 돌아온듯하지만, 내일 다시 31도라하니 방심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선풍기 없이 살던 사람인데, 영국의 날씨에 익숙해진 탓인지 한국처럼 뜨거운 여름이 영 적응이 안된다.  지난해 임신하고 보낸 여름도 부채 하나로 버티었는데, 36.5도보다 약간 더 뜨거운 누리가 곁에서 떠나지를 않으니 내 몸에 보일러를 장착한 기분.  지난 주말 도저히 안되겠다하면서 선풍기를 샀다.


선풍기


그 선풍기를 주문하기까지 눈물겨운 투쟁기가 있었다.  영국에 여름이 덥냐며 내년에 사자는 지비에게 "네가 낮에 집에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버럭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을 연이어 집에서 보낸 지비가 제 입으로 선풍기 사자 한다.  "그래!"하고 내가 고른 제품은 다이슨dyson의 날개 없는 선풍기.


사진의 선풍기는 온열기 겸용이지만 선풍기는 색상만 다르고 모양은 같다.  10인치 £199, 12인치 £219, 그리고 타워형 £299.  (o o )

당연히 지비가 허걱했다.  날개가 없어 안전하고 청소가 쉽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는데, 어떤 기술로 바람이 이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비싸지만 날개와 청소가 뿌리치기 어려운 장점이었다.  며칠 동안 티격태격하다가 지비가 '엄청~' 양보해서 10인치를 사자한다.  정말 지비의 눈물겨운 양보였다.  사실 그 양보도 누리가 있었으니 가능했다.  그런데 막상 사려고 하니 이젠 내 손이 후덜덜 떨린다.  그래서 저렴한 걍 선풍기 사기로 혼자서 마음먹었다.  지비에겐 다이슨 10인치 산다하고.  걍 선풍기를 산 날 지비의 활짝핀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하는건데.(- - );;


월요일 선풍기를 사러 아고스에 가니, 보통은 온라인에서 사는데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서 그냥 가서 사기로 했다, £100 미만의 선풍기는 다 품절.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나 알아보니 토요일에나 배달이 된단다.  '장난하냐?'면서 근처의 별다방에 앉아 모바일로 존루이스라는 잡화점에서 £39짜리로 주문했다.  여기서 주문하면 다음날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서 수령할 수 있어 요즘 몇 번 이용했다.  물론 이렇게 수령하면 배송료 무료고, 배달이 빠르다.  그렇게 그날은 별다방에서 버티고 다음날 마트에 가서 데려온 선풍기.


누리가 낮잠자는 동안 혼자 조립했다.  눈떠보니 낯선 물건이 바람을 만들고 있어 멀뚱 쳐다보던 누리는 선풍기를 바닥에 내려놔도 한 동안은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정말 '한 동안'만 가까이 가지 않고, 5분 뒤엔 신나게 쳐대서 멀찍이 올려버렸다.  바람 2단계, 회전 기능만 있는 클래식한 선풍기.  가격이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지만, 또 다른 고려대상은 안전성.  누리가 억지로 손가락을 넣으려면 못넣을 것도 없지만, 다른 선풍기보다 촘촘한 편.  그래서 바람이 약간 덜 시원한 것도 같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하면서 그럭저럭 만족.


선크림

어디 휴가를 다녀온 것도 아닌데, 집이 더워 매일 들락날락하다보니 내 팔이 탔다.  내가 팔이 탈 정도면 아기는 어떻겠냐면서 아기가 쓸 수 있는 선크림 검색.

아기용이 없는 것은 아니나 딱 맘에 들지는 않고,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를 않았다.  대체로 6개월 이후면 선크림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만 있는 걸로봐서 여기 사람들은 그냥 자외선 차단지수가 약한 성인용이나 어린이용을 아기에게 쓰는 게 아닌가 싶다.  특별히 아기용 주방세제가 없고, 아기용 세탁세제가 많지 않은 것 처럼.

혹은, 선크림을 쓰지 않던지.  영국 사람들에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얼마전에 4주된 아기를 그냥 햇볕에 내놔 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누리가 쓰고 있는 오일과 로션을 만든 회사 Green People의 제품으로 골랐다.  오일과 로션은 오가닉베이비스인데, 이건 오가닉칠드런.  여기도 아기용 선크림은 없나보다.

이제까지 육아용품이 그랬든 사실 이건 특별히 좋다기보다 그냥 개인적인 선호다.  천연소재면 좋고, 공정무역제품이면 좋고.  로션이든, 오일이든, 선크림이든 £10 내외니까 내 기준에서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써보니 오일말곤 일년은 넘게 쓴다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하면서 샀다.  오일, 로션과 마찬가지로 80%정도의 재료가 유기농이고, 그러면 유기농 인증 해주나보다, 비건프리Vegan Free와 공정무역 Fair Trade 인중이 붙어 있다.  아주 먹으라고 숟가락에 짜주는 건 아니지만서도 아기 손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건 그럭저럭 참아줄만 하겠다하면서.


누리는 얼굴에 로션 바르는 것도 싫어하고, 그보다 더 뻑뻑한 이 선크림 바르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도 억지로 바른다.  발라도 타는 걸보면 요즘 햇살이 너무 강하다.  나는 팔에 껍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몇 번 없는 일인데.


식재료를 주문하는 곳에서 아기 로션, 오일, 기저기 크림 샘플을 주었다.  분유, 기저귀, 이유식 등을 사니 그렇겠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브랜드인데, 이번에 여행 갈때 들고가면 좋겠다.  사실 영국에선 샘플 같은 걸 받을 일이 잘 없는데, 횡재했다 싶다.  영국에선 샘플, 무료 증정 그런게 가끔 그립다.




그리고 앞니 2개


앞니 2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2~3mm정도 밖에 나와있는데 제법 크기가 크다.  그런데 아랫니처럼 쑥쑥 올라오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모든 걸 무지 물어뜯는다.  마치 사바나의 사자처럼 케이블을 입에 물고 도리도리.

지비는 IT아기가 되겠다면서 좋단다. (_ _ );;





그러다 카메라로 돌격.  요즘 그렇게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