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45weeks] 소신과 계획

토닥s 2013. 8. 8. 19:22

또 밀렸다.  폴란드에 다녀오느라 밀렸다기보다는 어영부영하다보니 밀렸다.  얼릉 써야지.( ' ');;


지난 주에 폴란드에 다녀왔다.  여행기간은 4박 5일.  여행목적은 지비 가족들에게 누리 보여주기.  폴란드가 한국보다 가까운데, 가만히생각 해보니 한국가는 수나, 폴란드가는 수가 비슷비슷하다.


폴란드에 가서는 언제나 지비의 형네 머무른다.  지비의 아버지가 우리를 보러오시고.  물론 우리가 아버지네 들를 때도 있지만, 이번엔 특히 누리가 있고  지비의 형과 형수 부부에게도 24개월 된 딸이 있어 아버지가 형네로 오셨다.  그 조카를 보면서 앞으로의 12개월을 그려보았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 저러면 안되겠다' 정도의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물론 생각만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그렇게 생각해도 12개월 뒤 누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결혼 10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이라 사랑과 귀여움을 받고 자랐음이 분명한데 딱 봐도 애정결핍이었다.  심지어 형수도 무남독녀인데.  24개월 조카는 아직도 모유를 먹고 있었는데, 엄마가 평소에 직장에 나갈 땐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이 와서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형수도 무척 사람 좋아하는 스타일, 그때마다 와서 모유를 달라고 조르는거다.  물론 형수는 한 번도 거절하는 법이 없고.  우리가 있는 동안 1~2시간 간격으로 모유를 먹었다.

나는 형편만되면 24개월 모유수유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유든, 분유든 조금은 정해진 때가 있어야 한다고 동시에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리는 아침점심저녁을 이유식으로 먹고 아침과 점심 사이 우유 한 번, 그리고 점심과 저녁사이 우유 한 번, 저녁과 목욕 후 우유를 넉넉히 먹는다.  시간이 30분에서 한 시간 들쭉날쭉하긴 해도 대충 그런 패턴으로 먹고 잔다.  사실 그렇게 만들려고 조금씩 바꾸었다.


지비의 형과 형수도 무척 상식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지비는 작은 일에도 형수에게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누리의 감기 따위도.  그런데 조카가 엄마도 쉬어야 하는 주말 온종일 붙어 모유를 달라하고, 나머지는 초콜릿 무스로 배를 채우는 걸 보니 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 빵이나 감자를 달라면 지비의 형이 당장 뛰어가 준비해 오지만 한 입이 전부.  가만히 보아하니 약간 출출할 땐 모유로, 아주 많이 출출할 땐 초콜릿 무스로 배를 채운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하고 아주 걱정스런, 그리고 동시에 우회적으로 말을 꺼내보니 형수 대답이 조카에겐 "1칼로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뭐라도 먹겠다면 주어야 한다"고.  지금 24개월에 11킬로그램쯤 된다는 것 같다.  정말 덩치가 누리랑 비슷하다.  형수의 대답엔 끄덕했지만, 지비에겐 따로 악순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유와 초콜릿 무스 사이에 밥이 들어갈 틈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입이 짧다보니 24개월인 지금도 밤에 2~3번 깨서 모유를 먹는다고 한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비교적 육아와 관련해 그들의 부모로부터의 소신을 지키는 편이다.  인터넷에서도 젊은 엄마의 육아와 나이드신 조부모세대의 육아가 충돌하는 글을 가끔 보기도 하는데, 그런 충돌에서도 젊은 엄마들은 소신을 지킨다.  그런데 그 소신이 아이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고 크게 다르겠냐만은, 나는 조부모로부터 소신을 지킬 필요가 없으니 아이에게 소신을 지키자면서 다짐했다.


그리고 소신만큼 중요한 건 나름의 계획이다.  음식 덩어리를 씹지 못하던 누리도 윗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덩어리를 씹는 시늉을 한다.  사실 그 전엔 누리가 음식 덩어리를 전혀 씹지 못한다는데 조금 애를 태우긴 했다.  누리는 이가 약간 늦게 나온 편이었으니, 씹는게 늦어지는 것이 당연한데도.  아기의 발달에 따라 계획이 있어야한다.  물론 그 계획에 아이를 짜맞추기 위해 스트레스를 주면 안되지만, 긴 호흡으로 계획을 가지고 이유식도, 우유도, 기저귀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12개월 뒤에도, 오늘 적어둔다. 꽝꽝!!




지비의 형네 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장난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집이 넓으니 장난감이 공간걱정 없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반은 친구들에게서 물려 받거나 선물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반만 생각해도 너무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난감을 많이 사지 말자고 생각했다.  20%정도는 우리가 산 것이고, 30%는 여러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것, 그리고 50%는 지비의 사촌형 부부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그전까지 가진 장난감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폴란드에서 누리가 가지고 있는 양 만큼의 장난감을 가지게 됐다.  절반은 헌 것, 절반은 새 것.  정말 부담스럽다.  집이 넓지 않은, 수납 공간이 많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런데 그 장난감을 받아보니 지비 형네 부부의 조카가 문제라기 보다는 부모에게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냐면, 같은 기능을 하는 헌 장난감/치발기가 너무 많다.  그곳에서 골라 받을 처지가 못되서 다 들고 왔지만, 런던에 돌아와서 깨끗이 씻은 다음 60~70%는 싸서 넣어버렸다.  다음에 채리티에 가져다 주어야겠다.


나는 장난감도 '이렇게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서 사준다.  이번에 물려 받은 것에는 생각하고 있던 장난감이 없어 하나 샀다.  간단한 폴란드어를 배울 수 있는 장난감을 폴란드 가면 사야지 생각하고 갔던 터라 그런 걸 하나 샀다.  간단한 폴란드어라 함은, 1,2,3,4 또는 빨강, 노랑, 파랑 또는 안녕 그런 것들.  동요도 들려주는데 내가 정신 사나워서 그냥 피아노 소리만 나는 걸로 버튼을 고정해놨는데, 누리가 어떻게 하다 우연히 코를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러곤 혼자서 어깨춤을 춘다.





사실 벌써 누리의 장난감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통 하나에 다 담길 량, 가능하면 늘이고 싶지 않다.  그게 나의 소신이면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