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42weeks] 난데없는 유목생활

토닥s 2013. 7. 16. 19:06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누리와 함께 난데없는 유목생활 중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을 일이 없었다고 구차하게 늦은 일기에 대한 변명.


더워지기 전에도, 심지어 12월이나 1월에도 거의 매일 산책을 가긴 했지만 요즘은 산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도는 유목생활에 가깝다.


동네 도서관 - 유아 음악 교실 Music Session


동네 도서관에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그건 음악 교실이라기보다 동요 교실이어서, 그리고 유아toddler 프로그램이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누리의 월령이 아기와 유아 사이쯤 되서 어중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남들은 다 아는 노래, 나만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그렇기도 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5개월쯤 되는 딸이 있는 니콜라스, 영국인,가 자기도 가보니 새롭더라면서 좋더라고.  잊었던 동요 새로 떠올리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배우기도 하고.  그래 간다, 가보자 하고도 계속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웃의 라헬이 도서관에 음악 프로그램이 생겼더라면서 좋더라고 해서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내가 이해하는 동요와 음악 프로그램의 차이는 동요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배우는 격이라면 음악은 소리에 가까운 활동들로 아기들의 발달을 돕는다.  맞나? 

두 프로그램 모두 도서관에서 열리기 때문에 책이 매개다.  일단 흥미롭게 들려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사실 시간면에서도 동요 프로그램이 있는 오전은 누리가 낮잠 자는 시간이고,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 오후는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서 좋겠다 하면서.



가서보니 튜터 하나가 북치고 장구치는 격으로 악기 연주하고 책 읽고 아이들과 몸으로 움직이면서 다 한다.  책에 나오는 동물이나 그 소리를 알리 없는 누리도 덩달아 즐겁다.



가끔 비교적 어린 축에 드는 누리가 한 가운데로 기어가 훼방(?)을 놓기는 하지만, 거기에 온 부모들이나 튜터는 그런 것도 서로 다 이해한(다고 믿을란)다.


다른 아이들 보다도 월등히 머리가 큰 우리 누리.(-ㅜ )




원래 영국 사람들은, 아니 요즘은 한국도 그렇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사진 찍히는 것에 무척 민감한 편인데 다들 카메라로 찍길래 나도 소심하게 몇 장 찍었다.  담엔 카메라 들고가서 제대로 찍어야겠다.



친구네 BBQ


가든이 없는 우리를 굽어살핀 발디와 프란체스카가 BBQ를 열었다.  원래 전형적인 영국의 BBQ는 비오는 주말에 해먹는 건데(농담), 요즘 영국답지 않게 뜨거워서 미국식 BBQ라면서.



이 사진은 지비의 친구 이고르가 찍은 것이다.  얼굴이 커서 뒤로 간건 아니고, 누리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그랬다고 미리 밝혀둠.( - -)


프란체스카의 손님들은 썰물처럼 왔다가 빠져나가고 난뒤 지비와 발디의 또다른 오랜 친구 이고르의 가족들만 남아서 남은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이고르와 리하나의 아기, 아니 소년 라이언과 누리의 단란한(?) 한 때.  라이언이 누리를 위해 비누방울을 만들어줌.



그리고 별다방으로 출근


날씨 더우면 피크닉 매트를 들고 나가 동네 공원에 앉아 있기도 했는데, 요즘은 동네 공원이나 그린의 잔디들도 노랗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예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가 한국처럼 습하게 더워 거의 요며칠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별다방들을 돌아가며 매일 출근 중이다.  하루라도 커다란 아이스라떼를 마시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기 보다, 엉덩이에 땀띠가 날 지경이라.


아 땀띠!  누리의 어깨에 땀띠가 났다.  살이 접히는 목도 아니고, 누워 지내는 아니도 아니니 등도 아닌 어깨에 땀띠가 났다.  한국에서 선물받은, 도대체 영국에서 입을 날이 있을가 싶었던 얇고 짧은 옷들을 요즘 부지런히 입히고 있다.  친구들아 고마워! (ㅜㅜ )





땀 뻘뻘 흘리며 자던 누리도 시원한 별다방에 들어서면 눈을 딱 뜬다.  나도 좀 쉬면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고 싶구만.  거기선 부지런히 놀아도 땀이 나지 않으니 더 부지런히 논다.


아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싶지만, 심지어 어제는 아기 침대 매트리스만 거실로 옮기고 우리는 요가매트 깔고 그 위에서 잤다.  창문이 환기를 위해 열리도록만 되어 있어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으니 바깥보다 1~2도 더 높다.  그래서 자정이 가까워도 27~28도.  그래서 거실에서 자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잤다.  대신 허리가 무지하게 아프기는 하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여름이 길지 않을 것이라 (희망하면서) 곧 추워지면 그리워질테니 양껏 비타민 D를 축적해놔야겠다.  어디 휴가를 간 것도 아닌데 팔이 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