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육아 166

[+1627days] 더 묻기 없기 꽁꽁꽁!

폴란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이야기,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여유가 없었다. 누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밀린 일들을 헤치우고 기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원래도 저질체력인데 환절기엔 그나마도 기능성이 50%로 줄어든다, 알레르기 때문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밀어넣어놓고 집에 돌아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건져 올린 글 하나가 생각을 끄집어 올린다. '아빠'가 되기 힘든 한국남자들 http://storyfunding.daum.net/episode/19024 한국에서, 아니 이곳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글을 늘 어느 부모 한 쪽의 희생이나 피해로 기우는 것 같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엄마'가 되기도 힘든 육아현실 아닌가.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쯤 ..

[+1615days] 계속 계주 중

아직도 우리들의 병치레 릴레이는 계속 되고 있다. 그 와중에 누리가 봄학기 중간 방학을 맞았다. 아픈 와중에도 매일매일 나들이로 일주일을 보냈다. 아이들은 밤엔 열이 올라 혼을 홀딱 빼놓고, 낮엔 또 멀쩡하고 그렇다. 덕분에 나는 밤낮으로 힘들다. 아이와 집에만 뒹굴기 그래서 매일 같이 외출을 했는데 그래서 오래도록 아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누리가 아픈 며칠은 저녁을 먹기도 전에 잠들려는 아이와 씨름해야했다. 배가 고프면 오래 못잔다는 믿음(?)이 있어 TV를 켜주면서까지 아이를 붙잡아 겨우 저녁을 먹으면 지비가 뒤돌아서 설거지 하는 동안 잠들곤 했다. 애처롭게 땀흘리며 자던 누리의 실제 모습은 이렇다. 누리가 좀 나은 며칠은 지비와 내가 골골, 그리고 다시 누리가 골골. 그러고 있다..

[+1607days] TV 없는 아침

얼마 전 시작한 TV 없는 아침. 우발적으로 시작됐지만, 바꾸고 싶었던 일상이었다. 누리는 끼니를 먹을 때마다 TV를 봤다. 심지어 간식을 먹을 때도. 물론 먹지 않을때도 본다. 밥먹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를 붙잡아두기 위해서, TV에 넋이 나간 사이(?) 몰아서 정해진 양의 밥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습관과 일상이 됐다. 물론 나는 그 습관과 일상을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이가 TV보며 밥 먹는 동안 내가 밥을 먹을 수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원하는 양을 부지불식간 먹일 수도 있는 그 습관과 일상을 없애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누리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고, 정해진 시간에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환경이 되면서부터 TV는 정말 큰 어려움이 됐다. 오전반..

[+1597days] 오전 9시 10분과 9시 25분

누리의 어린이집은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오전반으로 옮기고서 9시 이전에 도착해본 경험은 한 손에 들지 않을 정도다. 내 목표는 9시는 고사하고 열렸던 문이 닫히는 9시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세 번 겨우 맞춰 도착한다. 다행히 사설 어린이집처럼 늦는다고 벌금 같은 건 없다. 닫힌 문 밖에서 버튼을 누르면 친철한 리셉션리스트가 "굿모닝" 인사와 함께 문을 열어주신다. 오늘도 겨우 그 컷오프에 맞춰 누리를 데려다 놓고, 막 들어오는 절친2의 손을 잡아주고 돌아 나왔다. 혼자서 다시 집 주차장에 돌아오면 늘 내가 차를 댔던 자리에 같은 건물/단지에 있는 어린이집 앞으로 발권된 주차증이 있는 커다란 벤츠가 세워져 있다. 속으로 '저 양반도 늘 지각하시나 보군'한다. 아니면 대표쯤 되어서 천..

[+1594days] 육아는 시계추일까?

'퇴행'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누리가 요즘 얼마전까지 잘 하던 일들을 혼자 하지 않으려고 해서 고민이다. 고민이라기보다 내 몸이 고달프다. 예를 들면 밥 먹기, 화장실 가기 같은 것들. 자주 아기가 된다. 주로 피곤할 때라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내 입장에서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나'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컵이라던가, 젓가락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처음 소개할 때 누리는 무척 신나하며 혼자서 하곤 했다. 잘하던 못하던을 떠나서. 기저귀도 떼는 순간 그랬다. 혼자서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 알게되는 순간 따라오지 말라며, "혼자 혼자"를 외치며 화장실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 다시 우리 손에 의지하는 시기가 오고, 그 시기를 다시 넘기면 혼자서..

[+1590days] 극성 학부모

이틀 전 누리 어린이집 선생님 한 명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음력설을 보내는지 물어왔다. 중국이랑 다르냐며. 다른 아시아의 국가들처럼 음력설을 보내긴 하지만 나라마다 풍습이 다르다고 이야기 해줬다. 어린이집에 용모양의 중국연은 있는데, 한국적인 장식은 없을까 하며 물어왔다. 장식될만한 건 연인데,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줬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그런 것들 - 연, 가면, 팽이, 윷 등을 사올 생각이었다. 9월에 누리가 학교에 있는 유치원을 시작하면 필요할 것 같아서. 선생이 새해 인사를 한국어로 써줄 수 있냐고 해서 수요일까지 해주겠다고 했는데, 내일이 수요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인사만 쓰려니 그래서 또 사브작사브작. 설날을 소개하는 판넬을 만들었다. 어린이집 한 켠에 세워두라고. 낮에..

[+1586days] 잠들지 못하는 겨울밤

크리스마스 방학이 지나고 1월부터 이곳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월이 봄학기고, 부활절 방학 뒤 시작되는 학기는 여름학기다. 1월에 봄학기라니. 누리가 무척 기다린 봄학기. 2년 가까이 해온 짐 수업gym을 접고 발레를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발레옷으로 준비했었다. 발레 연습 신발도 선물로 쨘!하고 주고 싶었는데 크기를 재어보느라 미리 신겨보았다. 그랬더니 그 신발 어디 있냐고 12월 내내 묻곤 했다. 1월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있었던 첫 발레 수업. 며칠 전부터 '발레'는 일종의 무기였다. "발레 할 건데 이렇게 하면 못하지"하면서. 들뜨다 못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아이를 데리고 발레 수업을 갔다. 누리의 첫 발레수업은 2년 가까이 함께 해온 체육..

[+1585days] 기억이 자란다.

오랜만에 써보는 밥상일기 아닌 일기. 언니와 조카가 월요일 한국으로 떠나가고 4일 동안 매일 두 번씩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할 거리가 많았다기 보다는 세탁기가 6.5kg라 한 번에 많은 빨래를 할 수가 없어서다. 언니와 조카가 떠나던 월요일부터 누리는 쭉 - 감기로 어린이집을 쉬고 있다. 어제인 목요일쯤엔 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누리는 어린이집에 가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놀기 때문에 아예 보내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보냈다간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질 것 같아서. 일주일 동안 정말 둘이서 지지고 볶으며 보냈다. 가족이 함께 한 3주 사이 크리스마스가 있었고, 해가 바뀌기도 했지만 그러한 계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누리에겐 매일매일이 축제였고 휴가holidays였다. 내가 느끼지..

[+1556days] 크리스마스 방학

어제로 누리는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갔다. 한 열흘은 누리를 (재촉해서) 실어가고 다시 실어오는 셔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그 기간 누리는 24시간 나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셔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좋지만, 그 나머지는 음-. 크리스마스 방학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캐롤 부르기와 엄마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진행됐다( ☞ 작년 크리스마스 방학식 http://todaks.com/1295). 캐롤 부르기는 오전 오후 반 아이들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인산인해. 점심은 아이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서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즐거웠다. 누리는 머리 이 발병(?)으로 일주일만에 어린이집에 나타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다른 액티비티를 함께 하는..

[+1547days] 당신이 잠든 사이

한참 동안 블로그를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 열흘. 누리가 아파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올리자니 블로그가 육아일기를 넘어 병상일기가 될 것 같아 참았다. 아이가 아프면 나의 스트레스 게이지도 올라가서 어디에라도 하소연 하고 싶은 것인지.누리의 감기인지 독감인지는 거의 다 나았지만 가끔 콜록콜록 깊은 기침을 한다. 그런데 누가보든 애가 지금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어제 오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어린이 집에 가면 또 두 시간 내내 밖에 나가 놀 것이 눈에 보여서. 누리가 아프기 전 같이 어울려 노는 아이 두 명이 아파서 어린이집을 며칠 쉬었다. 그 주에 어린이집 선생도 두 명 며칠 결근.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 오후부터 다른 친구 하나와 함께 누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누리의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