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556days] 크리스마스 방학

토닥s 2016. 12. 23. 08:39

어제로 누리는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갔다.  한 열흘은 누리를 (재촉해서) 실어가고 다시 실어오는 셔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그 기간 누리는 24시간 나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셔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좋지만, 그 나머지는 음-.


크리스마스 방학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캐롤 부르기와 엄마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진행됐다( ☞ 작년 크리스마스 방학식 http://todaks.com/1295).  캐롤 부르기는 오전 오후 반 아이들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인산인해.  점심은 아이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서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즐거웠다.



누리는 머리 이 발병(?)으로 일주일만에 어린이집에 나타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다른 액티비티를 함께 하는 아이도 와서 나란히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지비와 나는 누리를 먹이는 일이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위로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주로 '난도질'인데 반해 누리는 자기가 고르고 담아온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어 다른 엄마들이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의외라 나도 놀랐다.


그리고 방학 첫날.  뒤늦게 예매한 공연을 보러 갔다.  원래는 주말에 지비도 함께 보려고 계획했는데, 어느날 보니 표가 매진.  시간 맞춰 뒷자리라도 서둘러 예매했다.

영국 아이들은 방학 때, 특히 겨울엔 공연을 많이 본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들도 그렇다.  그래서 가족공연이 평소보다 많이 기획된다.  유명한 공연들은 꽤 비싸다.  우리는 집에서 멀지 않은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을 봤다.  덕분에 뒷자석이라도 거리감 없이 공연을 봤다.



이 공연을 예매할까 말까 망설일 때 홍보동영상을 누리에게 보여줬다.  "우리 이거 보러 갈까?"하고.  싫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가 가장 먼저 공연장을 나섰는데. 마침 배우들이 사진도 찍고 인사도 하려고 나와 있었다.  누리가 무섭다고 울면서 도망가서 난처.  다른 아이들은 서로 사진찍으려고 하고, 공연 중에도 잘만 떠들던데 누리는 아직 그런걸 많이 부끄러워한다.  그래도 달라지고 있는게 느껴지긴 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하겠다고 나서도 내가 부담스러울 것도 같고.


공연장 바로 앞에 있는 맥도날드.  어젯밤에 열심히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연구했다.  일년에 한 번쯤 가보는 맥도날드인데 지난 여름 해피밀 시키는데 진땀흘렸다.  그래도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건물 밖 주차장을 나와 공연장으로 들어가던 중 누리가 딱 발견.  그래서 공연 뒤에 고민 없이 해피밀을 먹으러 갔다.



더 놀라운 것은 맥도널드에 들어가니 타블렛 PC가 설치된 테이블이 있었다.  마침 그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 자리를 잡은 누리.  이후엔 이 자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져 옮기고 싶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을 쭉 둘러싸고 서서 밥을 먹음.



누리가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변화만큼이나 참 신기한 변화.  지난 4월 파리에서 맥도널드에 갔을 때만해도, 그러고보니 올해만 맥도널드가 세번째다, 누리는 햄버거를 먹지 못했다.  받아들고서 좋아는 했는데 손으로 빵만 뜯어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치즈와 고기만 든 플레인 치즈버거를 다 먹었다.  그렇다고 맥도널드를 자주 찾지는 않겠지만 이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가면 꼭 가는 코스가 될 것 같다.  사실 오늘 저녁 문득 누리가 또 감자튀김 먹으러 가자고 하기는 했다.  저렴한 가격에 둘이 배불리 먹을 수는 있었지만, 더부룩 속은 어쩔 수가 없다.  문득 음식이 그러한게 아니라 나의 심리가 더부룩함을 부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좋을 수가 없는 음식들이다.  적게 먹어야지.


일단 이렇게 열흘 간의 방학이 시작됐다.


+


어제 어린이집 방학을 하고 그길로 IKEA에 갔다.   손님맞이 - 매트리스 커버를 사러.  세 식구만 사니 침구류가 적은데 손님이 오면 그런게 크게 부족하게 느껴진다.  후다닥 쇼핑을 하고 커피를 한 잔 하려고 까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 놀이 공간에 있는 터치스크린이 빌 시간이 없어 슬퍼하던 누리.  빈 자리가 생기자 앉아서 열심히.



오늘도 맥도날드에서 열심히.


요즘 타블렛 PC 하나 없는 집이 어딨다.  그런데 우리는 없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요즘 아이들은 날때부터 이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