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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3] 밥상일기

영국에는 스콘과 관련된 전통적인 논쟁이 있다. 순대를 소금에 먹느냐, 막장에 먹느냐 또는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 먹느냐, 소스에 찍어 먹느냐에 버금가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콘과 관련된 전통적인 논쟁은 스콘을 먹을 때 크림->잼 순서로 올리느냐, 잼->크림 순서로 올리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런 논쟁을 접하기 이전에 자연스레 크림->잼 순서로 먹었다. 어떻게 먹으나 잘먹으면 그만인 것을 어디나 사람들은 작은 차이에 열을 올린다. 그게 또 사는 재미인가 싶고. 오랜만에 스콘을 구웠다. 스콘은 차가운 버터를 이용해서 만드니 서둘러 만들어야하는데, 누리랑 하게 되면 쪼물딱쪼물딱 버터 다 녹는다. 누리가 잠시 바쁜 틈을 이용해 혼자서 후다닥 만들었다. 우리 셋 모두 좋아하는 녹차 가루를 넣고. 음식을..

[+3059days] 모두의 웰빙

지난주 수요일 누리 학교는 '웰빙 수요일 Well-being Wendesday'로 정하고 하루 동안 기존 온라인 학습에서 벗어나 창의 위주의 활동들을 했다. 웰빙이란 말이 우리에게 처음 소개될 때는 주로 건강/음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은 웰빙을 더 확장시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인 조건들이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코비드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건강이 많이 언급된다. 누리만 봐도 공원에 가자면 벌떡 일어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조금 저항한다. 물론 공원에 가도 놀이터에 갈 수 없고, 친구도 없고, 날씨 마저 짓궂으니 집을 나설 마음이 더욱 생기지 않을테다. 그래도 "산책가면 뭐 사줄께"하고 밖으로 끌고 나가야하는 건 또 나의 역할이다. 지난 ..

[life] 렛 잇 스노우

한국에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여기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별로 불만이 없다. 눈 없는 지역에서 자라서 눈이 반가울 것 같지만, 그건 잠깐이고, 어려운 기억이 더 많다. 차 막히고, 춥고 그런. 심지어 내가 타야 할 런던에서 한국가는 비행기가 결항됐던 슬픈 기억까지. 그런데 이런 건 어른의 마음이고, 아이들의 마음은 다르다. 나도 어릴 땐 눈이 마냥 반가웠다. 이틀전부터 영국 일부지역엔 홍수경보가, 런던을 포함한 일부지역엔 눈예보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와 함께 뉴스(특히 날씨 뉴스)를 보고 듣는 누리도 그 소식들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창밖 눈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누리였다. 그때 지비는 빨래를 걷어 접고 있었고, 나는 화장실을 청소..

[20210122] 밥상일기 - 아이 과제 때문에 열심히 해먹은 밥

이번 한 주는 정말 '열심히' 밥을 해먹었다. 누리의 온라인 학습 과제 중 한 가지가 매일매일 일주일(월-금) 동안 아침, 점심, 저녁, 간식을 기록하고 그 음식들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과일 및 채소 등 음식 그룹을 나누어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 과제를 하려니 밥을 '대충' 해먹을 수가 없었다. "짜파게티나 먹을까?"하다가도 "Ms 코X가 보고 뭐래면 어떻게?!"하면서 나름 신경써 식단을 바꿔야했다. 그래도 달달구리나 아이스크림을 간식으로 매일 먹었네.🙄 오랜만에 구워본 그냥 브라우니. 원대하게, 평소보다 크게 구웠는데 계량이 잘못되었던지, 많이 구웠던지 브라우니가 아니라 초코스펀지 케이크가 되어버렸다. 3일을 먹어야해서 힘들다면 힘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수제비. 쿠키 커터로 수제비 만들어보니 ..

[life] 수퍼히어로(feat. 록다운)

Covid 대유행과 봉쇄를 경험하며 영국 사람들은 새삼 국민건강서비인 NHS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보수당 정부가 NHS를 잘라내고, 졸라매고 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굴러가게하는 사람들 - 교사, 배달 노동자, 유통업 종사자들의 노동에 고마움을 느낀다. 여기서는 봉쇄lockdown 기간 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필수노동종사자essesntial worker라고 하는데, 요즘 이들의 임금과 대우가 그에 걸맞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휴교와 함께한 두 차례 록다운을 경험하며 영국에서 '학부모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록다운1.0때 전국민의 체육선생을 자칭하며 나선 조 윅스Joe Wicks. 운동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인데 ..

[20210116] 밥상일기 - 먹는 게 일(상)

하루 세끼 챙겨먹는 일이 쉽지 않고 활동량이 줄어든 것도 감안해서 요즘은 아침과 점심을 간단하게 먹는다. 아는 지인은 지난 록다운 기간 하루 두끼로 줄였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건 내가 어렵다. 적게 먹어도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 아침과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니 저녁은 따듯한 음식으로 먹으려고 한다. 그렇게 먹고 남은 음식은 다음날 점심이 된다. 닭다리를 조리해서 먹고 남은 닭다리를 다음날 허니머스타드소스 샐러드로 만들어 먹었다. 오랜만에 만들어본 맥앤치즈. 한 때 누리가 잘 먹어서 몇 번 했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사먹는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던 맥앤치즈. 역시 이런 건 사먹어야 맛있나보다. 요즘 우리가 열심히 보는 We bare bears에서 곰들과 한국인 친구 클로이가 버블티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life] 록다운 2.0

4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투표로 결정되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영국에 사는 외국인인 우리들은 사는데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했다. 누리와 지비는 영국과 폴란드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나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국적으로 살고 있으니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영주권이 유럽인의 가족으로 받은 것이어서 그런 조건과는 무관한 영주권으로 변경해야 한다. Covid로 어수선한 이 때에-. 그래서 어제 거의 일년 만에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이미 영주권을 받을 당시 필요한 서류들은 다 증명되었고, 카드를 새롭게 갱신하는 절차와 비슷해서 추가로 제출해야 할 서류들도 간단했다. 지문 채취와 사진을 위해서 비자센터를 방문해야 했는데, 나름 걱정을 했던지 전날 밤 비자센..

[coolture] 부모에서 양육자로

Covid 대응을 보면 영국이 아주 뒤쳐진 나라 같지만, 그건 정치의 수준이 그렇다. 물론 정치의 수준이 시민의 의식 수준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나 문화면에서 그 어느 곳과도 비교불가 앞서 나가 있는 것들도 많다. 국민건강서비스인 NHS가 그렇고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그렇다. 이 두 가지는 한국의 건강의료보험이나 미디어 관련 법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비와 나, 둘다 영국인이 아닌 부모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BBC의 유아/어린이채널인 Cbeebies와 CBBC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육아는 물론 영국에 관해서. 누리와 같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 방향이 100%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란 사회(한국과 폴란드)보다는 ..

[life] Happy again(feat. 봉쇄와 전면휴교)

오늘 저녁 영국 총리가 Covid 대응 조치로 다시 봉쇄lockdown을 발표했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봉쇄와 달리 잉글랜드 내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다. 2020년의 마지막 날 개학 2주 연기를 발표했지만 2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 모양이다. 지난 연말 영국의 국경을 닫히게 한 변종 Covid가 영국 남부를 넘어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 이유인 것 같다. 전염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뉴스도 많지만 단순히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 룰 - 개인 위생과 집합 및 이동 금지를 지키지 않는 개개인들의 행동을 질책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나는 후자가 확산에 더 기여했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종이 되었어도 발이 없다...

[life] 2020년, 안녕!

2020년은 2019년 시작된 Covid-19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2020년이 지나갔고, 솔직히 내년도 그 연장선이 될 것 같다. 2020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누리가 많이 자랐다. 덕분에 아이와 보내는 봉쇄기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아직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엄마들에 비하면). 다만,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조급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2021년엔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겠다. 어느 방향이 됐던 간에.. ☞ youtu.be/SQQ0nk2MbHg (글 쓰는 와중에 2021년!) 2021년 모두모두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