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059days] 모두의 웰빙

토닥s 2021. 2. 3. 01:39

지난주 수요일 누리 학교는 '웰빙 수요일 Well-being Wendesday'로 정하고 하루 동안 기존 온라인 학습에서 벗어나 창의 위주의 활동들을 했다.  웰빙이란 말이 우리에게 처음 소개될 때는 주로 건강/음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은 웰빙을 더 확장시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인 조건들이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코비드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건강이 많이 언급된다.  누리만 봐도 공원에 가자면 벌떡 일어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조금 저항한다.  물론 공원에 가도 놀이터에 갈 수 없고, 친구도 없고, 날씨 마저 짓궂으니 집을 나설 마음이 더욱 생기지 않을테다.  그래도 "산책가면 뭐 사줄께"하고 밖으로 끌고 나가야하는 건 또 나의 역할이다.  지난 수요일 비록 밖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아이에게 영어과 수학 과제로 닥달하지 않을 수 있어서 나도 '조금'은 편한 날이었다.  창의 위주의 활동들에는 그런것들이 있었다.  빵 한 조각으로 재미있는 수염과 눈썹 만들어보기, 티백을 찻잔에 던져 넣어보기, 아지트 만들기 making fort, 보호색 개념을 활용해 자신을 숨겨보기 Camouflage, 재활용품을 이용한 만들기, 베이킹과 같은 활동들 중에서 선택해서 할 수 있었다.

 

 

 

youtu.be/v9ZL4Ro6NBg

youtu.be/9wkl8sutsPs

 

 

 

누리는 또 누구를 닮았는지🙄 과제가 올라오면 다 해내야 한다.  골라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모두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서 어려운 점을 언급하며 과제의 갯수를 좀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는 선택의 폭을 주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그럴꺼면 아이들에게 어떤 과제는 왜 몇 명만하고, 이번주는 지난주에 비해 아이들이 영어과제를 덜하고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웰빙 수요일' 활동 수가 많아 힘들다면 힘들었다.  오전엔 나도 수업을 듣는데, 누리가 계속해서 도움을 청하니 나는 나대로 수업을 다 놓쳐 조금 화가 난 날이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누리에게 그 때 내 기분을 이야기해줬다.  누리가 '자기 때문'이냐고 슬퍼했다.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수업을 들어야 하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음에 그런 상황이 되면 혼자 할 수 있는 걸 먼저하라고 말했지만,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은 그런 판단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수학과제는 보통 혼자 할 수 있어서 하라고 말하고 장을 보러가거나 내 시간을 쓰는 일도 있는데, 풀 수 없는 문제가 등장하면 그 문제를 건너뛰는게 아니라 거기서 멈춘다.  물론 그 문제를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영어, 수학을 가르친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한데, 나도 집에만 있으니 별로 방법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웰빙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 역시 별로 방법이 떠오르지 않지만.

 

지난 주 그런 뉴스가 있었다.  길어진 코비드로 지금 아이들은 예전과 비교해(2017) 학업성취가 2개월 가량 뒤쳐지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자녀들의 학업성취는 7개월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한다.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다 같이 뒤 쳐지니 괜찮다"고 대답한다.  내게 더 걱정인 건 아이들의 사회성이나 정서 그런 것들이다.  뒤쳐진 학습 2개월치는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면 언제든지 뒤따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따라 잡아야 하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지만.  그럴려면 지금 이 시간을 지치지 않고 즐겁게 보내야 하는데, 지금처럼 아이들이 온라인 과제에 시달리고 부모들 스트레스에 눌리면 아이들이 이 시간을 잘 견딜 수 있겠나 싶다.  

 

학교가 휴교하면서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누리 학년에 2개반이 있는데, 누리가 속해 있는 반은 절반 정도가 한쪽 부모만 폴란드인이라 아이들의 폴란드어 실력이 다른반과 같지 않다.  그런데 교사는 일방적 강의식 수업만하니 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항의를 했다.  부모들의 항의 이전에 집집마다 애들이 주말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항거(?)한 모양.  그 뒤 계속 만들기만 하는 교사.  그 만들기에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지, 그냥 유튜브 보고 하면 되니, 모르겠지만 덕분에 누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항거하지 않고 주말학교에 접속하고는 있다.  이 눈 사람은 지난 주 폴란드 주말학교에서 만든 눈사람.  나는 지금 저 지비 양말 안에 들어 있던 쌀로 밥을 해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중이다.  버리긴 아깝고.  밥해서 지비만 먹일까.🤨

 

 

 

한 2주 전에 누리 학교 학부모회에서 모금을 했다.  기본적인 교육 컨텐츠 이외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교육 컨텐츠를 추가로 구독하기 위해서 진행했는데, 3~4일만에 천 파운드가 넘는 돈이 모였다.  그 이후 이북 컨텐츠를 접속할 수 있게 되어 누리는 낮시간에도 틈틈히 이북 컨텐츠를 읽을 수 있게 됐다.  나는 누리 나이에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니 좋기는 한데, 교사가 누리가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놓는다, 스크린 타임이 늘어나니 그건 또 걱정이다.  

 

 

 

 

그래서 비만 안오면 동네마트에 우유 사러 가자, 우체국 가자, 공원에 가서 핫초코 마시자며 아이를 잠시라도 데리고 나간다.  나 같은 집순이가 다른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는데 애를 쓰다니, 이게 부모란 말인가.🤤

 

 

 

 

이건 온라인 학습과제와는 별도로, 그래도 내게는 또 과제, 가족들과 '나에게 중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해보는 활동.  누리를 설명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보다, 지비에게 설명하고 참여시키는 게 더 힘들었다. 으이그 남편!  

 

 

 

+

 

요즘 누리의 노트북 점유시간이 길어서 블로그를 할 여력이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  영국 초등학교 3학년의 과제들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은 참 많은데, 여기도 교육과정과 현장에 바뀌어야 할 게 참 많구나 싶고, 기록하지 않으니 내 머리 속에 잠시 머물렀다 잊혀진다.  개인적으론 영어교육, 이 아이들에겐 국어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뭔가 그런 뜬 구름 잡는 생각들을 하다가 내 것(영어시험준비)이나 잘하자로 마무리 짓는다.  그런데, 참 어렵다.  지비도 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게 말이다.  아이가 영어로 글을 쓰기 위해 주어진 과제를 이해하도록 나는 한국어로 풀어서 이야기해준다.  그게 완전히 이해도 안될텐데, 그걸 또 영어로 프로세스해서 써야하는 누리의 어려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