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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리필용 샴푸

(블로그를 오랫동안 본 사람을 알 수도 있지만) 얼굴 피부에 탈이 나서 몇 년째 고생중이다. 청소년기에 여드름도 없었고,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마트용 화장품만 써도 크게 흠이 될 피부는 아니었는데. 한국에서 피부과에 가보기도 했고, 역시 한국에서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올 여름 (병원에 좀 가라는)언니의 권유로 간 피부과에서 화장을 많이 한 화장독이라고 풀이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엉터리 피부과라고 할테다. 물론 여기 보건소 격인 GP에서 바르는 항생제를 처방받아 써보기도 했는데, 계절과 몸 상태에 따라 덜하고 더하고를 반복할 뿐 별로 나아진게 없다.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친구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 친구 말이 "우리가 나..

[life] 함께 배운다.

아이 학교에서 자선단체 돕기 케이크 판매를 해서 오랜만에 돌려본 공장(?). 주로 부모들에게 팔 간식을 기부 받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한다. 진저쿠키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구웠다. 플라스틱 봉투로 개별포장을 하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때가 때인지라-. 행사 때문에 학교에 보내는 음식은 늘 그 내용물을 써야한다. 기본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가는 음식은 받지도 않는다. 알레르기 때문이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간식에도 견과류는 가져갈 수 없다. 아이 학교는 Nut free school을 표방하고 있는데 영국의 많은 학교가 그렇다. 견과류 외에도 우유, 밀에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세하게 쓰는 게 좋다. 오늘 아이 학교가 돕는 자선단체는 West London Welcome Charity다..

[+3359days] 바빴던 11월

내가 아니라 아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11월이었다. 덕분에(?) 아이를 여기저기 실어날라야 하는 나도 꼼짝없이 바쁘게 지낸 한 달이었다. 아이는 11월의 절반을 딱 넘긴 즈음 학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그 즈음해서 골골골. 나도 골골골. 독감 백신 때문에 아팠던 것이 아니라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정점과 맞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발레와 바이올린&피아노를 배우는데 11월에 발레와 바이올린 등급 시험을 쳤다. 아이도 나도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비용은 둘째치고 시간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일인지 몰랐다. 발레는 따로 토요일 아침 8시에 시험준비 추가수업이 있었고, 바이올린은 그런 것은 없었지만 시험 리허설이 있었다. 시험에 앞서 집에서 매일 두 가지를 연습하기도 하고. 발레 시험을 세번째 주..

[+3353days] 중간방학 2 - 패딩턴베어(feat. Paddington trail)

해리포터 이전에도 세계를 휩쓴 영국 컨텐츠들이 많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렇고, 아기곰 푸도 그렇고, 패딩턴베어도 그렇다. 사실 나도 잘 몰랐.. 영국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많이 읽는 패딩턴베어. 패딩턴 역에서 브라운 가족에게 발견되어 이름이 패딩턴이 된 곰 이야기. 런던 시내에 있는 패딩턴역은 알아도 나도 아이 키우며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이야기다. 왜 패딩턴베어가 패딩턴인지. 나만 몰랐나? 한국다녀와서 정신없던 가을이라 별다른 준비 없이 맞은 중간방학. 한국맘인 J님과 시간을 맞추어 패딩턴베어 전시회를 예약했다. J님도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 런던의 웬만한 공원/박물관 안가본 곳이 없어서 관심가는 곳이 별로 없다. 게다가 코비드. 그래도 J님과 그 집 아이들을 만난다는데(주변에서 유일하게 한국..

[+3347days] 중간방학1 - Roald Dahl museum

오늘 아침 아이 등교길에 아이 친구 엄마가 크리스마스 방학 계획을 묻는다. 이제 중간방학 끝나고 겨우 숨돌린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가 끝나면 크리스마스휴가를 예약하는 패턴이긴하지만, 우리는 코비드로 여행/휴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솔직히 내년엔 한국을 봄에 가나, 여름에 가나 잠시 생각해보긴 했지만. 여행계획이 없다면 더 방학계획을 세워야 할 처지지만, 재정문제와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날씨 때문에 밖으로 다니기 어려운 시즌이니 나도 이제 크리스마스 방학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아직 시작도 못한 지난 중간방학 기록이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후딱 올려버려야지. + 아이의 중간방학이 시작되던 주말, 아이의 주말학교 친구 가족이 공원에 오리밥이나 주러가자고 해서 잠시 만났..

[life] 가슴 뛸때(feat.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전태일의 누이들)

지난 목요일 런던 한국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 전태일의 누이들을 봤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영화는 영국의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들이 가끔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광고를 보는 순간 냉큼 예약했다. 해떨어지면 에너지도 같이 방전되는 사람이라 저녁 시간 상영이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마침내 영화를 보러 가는 날, 6시 20분 상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이가 하교하자 말자 씻기고 저녁 준비해주고 5시 20분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오른 순간 벌써 지쳐버렸다. 솔직히 이제는 웬만한 책을 봐도, 강연을 봐도 그게 자극이 되지 않는다. 제자리 걸음인 경우도 많아서 새로운 정보로 남는 경우도 적다. 문득 돌아보니 그건 책이나 강연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가슴이..

[life] 젠더와 코비드(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지난 화요일 볼 일이 있어서 오버그라운드(지상철)을 타고 내가 사는 곳과는 반대편 동북방향 런던에 갔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복잡함을 피해 가고 싶어 오버그라운드를 선택했다. 내가 오버그라운드에 오른 시간은 바쁜 출근 시간을 약간 넘긴 9시 몇 분 전이었다. 종점에 가까운 역이라 앉아서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앉아서 오버그라운드 안 사람들을 보니 열 명 중 두 명 정도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몇 정거장마다 한 번씩 TFL(런던교통공사) 내 지하철, 지상철, 버스를 이용할 땐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그걸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이..

[life] 시월에 만보걷기

지난 늦봄 친한 친구가 자궁 관련 암으로 수술을 했다. 다행히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수술도 잘 되었고, 수술 후 진단한 암도 1기였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건강한 삶으로의 복귀가 유일하게 남은 일이라고. 그 친구는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6주 동안 우리 가족 외 딱 5명을 만났다). 운동이 권장/처방됐는데, 치료로 기운이 없다는 친구. 문자로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운동을 같은 장소에서 하지는 못해도 따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10월에 월-금 만보걷기를 했다. 만보를 걷지 못하면 벌금 천원.🤑 수술한 친구에게도 활력이 됐음은 물론이고, 함께 하는 다른 친구와 나도 운동하는 계기가 됐..

[+3331days] 할로윈 2021

(다른 글 두 개를 쓰던 중이었지만 간단히) 할로윈 이야기 먼저. 할로윈에 볼 수 있는 유령보다 더 무서운 COVID가 여전히 극성인데, 가만히 집에서만 보내기는 어려워서 아이와 마카롱을 만들었다. 할로윈 트릿(간식)과 관련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그 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것으로 골랐는데 - 별로 간단하지 않았다는 게 함정. 만드는 과정이 길었지만, 먹는 건 순식간이라 약간 허망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이는 과정을 즐겼지만, 너무 달아서 당분간은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마카롱을 만들기 전에 마카롱 매트라는 걸 살까 말까 무척 망설였는데, 배송시간이 길어서 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지 않은게 다행. 아이는 Trick or Treat!이라는 밤나들이를 가고 싶어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는 달..

[life] 오징어 게임 파장

페이스북에서 한 선배가 먼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게 있구나’ 생각해도 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작년 여름 이후 한국의 이모가 아이에게 넷플릭스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아이만 한 동안 한국음성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뿐 우리는 관심도, 시간도 없었다. 우리집 TV는 아이가 깨어 있을 땐 어린이채널 고정, 아이가 잠들거나 학교에 있을 땐 뉴스채널 고정이다. 일년이 넘는 동안 ‘필이 좋은 여행’이라는 음식 프로그램 몇 편 봤다. 선배의 포스팅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관련된 뉴스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아이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주로 하는 roblox라는 게임에 오징어 게임 버전이 있어 아이들이 관련된 걸 검색해보다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