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61

[book] 현시창

임지선 글·이부록 그림(2012). 〈현시창-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알마. 아침에 눈떠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외환은행 콜센터로 열심히 전화돌리다가 떠오른 책. 간단한 메모를 남기기 전에 다른 님께 빌려 드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한겨레 기자가 쓴 글이다. 취재의 앞과 뒤 가끔 옆까지 엮어서 묶은 글. (비정규직)노동, 경쟁, 여성 그리고 (부조리)사건으로 나누어 담았다. 이 책을 한국에서 들고와준 협Bro가 먼저 런던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고 내게 주면서 한 말이 "이 사람은 글을 왜 이래 쓰는데?"였다. "기자인데 별론가?"되물었더니 "울었다~이~가"했던 책.'그래?'하면서 협Bro가 떠나기가 무섭게 읽었는데, 나는 사실 어떤 대목에서 울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디 한 번 ..

[life] 해우소(解憂所)

밀린 육아일기를 써보려고 한국에서의 메모를 들춰보다보니 그보다 한국에서의 단상을 먼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한국 가기 2주 전 런던에 와서 우리집에 묵어간 협Bro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선배가 참 외로워보였다. 그리고 선배의 이야기 속 사람들도 참 외롭게들렸다. 그땐 '그렇구나'하고 들었는데, 한국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예전 같으면 "인생 혼자 가는거다", "외롭지 않은 사람없다", 그리고 "엄살 떨지 말라"했을텐데 이젠 나도 쉬 말하기가 어렵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이곳에 살면서 '나만큼 외롭나'하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벗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좀 다른 종류 같았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한없이 바쁘게 살아도, 늘 사람들 속에 있어..

[food] 고엄끼 Gołąbki

폴라드인과 영국에 사는 나에게 주로 뭘 해먹냐는 이야기는 단골질문이다. 우리는 딱히 폴란드 음식도, 한국 음식도 고집하지 않고 되는대로 먹는다. 파스타도 먹고, 순두부찌개(인척하는 국)도 먹고, 빵도 먹고.얼마 전에 폴란드 식료품점에 가서 몇 가지 소스 종류를 사왔다. 그 중에서 미트볼인데 밥이 들어가는 미트볼 소스가 있어 사왔다. 주말 전에 다진 쇠고기 사다두고, 시간이 넉넉한 주말 저녁에 해먹었을..려고 했는데, 하우스메이트의 부서진 노트북 하드를 지비가 봐주다 시간이 늦어져 허기진 배를 잡고 급하게 해먹었다. 이름하여 고엄끼? 고엄끼는 폴란드어로 비둘기라는데.( ' ')a ☞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Go%C5%82%C4%85bki 지비가 알고 있는 고엄끼와 소스 봉..

[book] 이별하는 골짜기

임철우(2010). 〈이별하는 골짜기〉. 문학과 지성사. 내게 작가 임철우는 의심없이 책을 고를 수 있는 작가다. 그가 다루는 소재도, 글을 써내려가는 솜씨도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해답없는 질문을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리고 그게 지겹고 답답해 졌을 때, '문학'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검색해보고 고른 책이다. 이름으로 검색하고, 내가 읽은 책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그냥 주문한 책이다. 심지어 제목도, 내용도 개의치 않고. 내게 임철우라는 이름은 전라도와 짠내나는 어느 바닷가와 동의어라서 '정선선?'하고 좀 의아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차분하고, 그래서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는 그의 글투가 퇴락해 가는 어느 시골역과도 닿는 부..

[taste] 김치 Kimchee

런던 시내에 있는 김치Kimchee 레스토랑에 연휴 동안 다녀왔다. 런던 시내에서 자의로 한국 레스토랑에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음식을 소개할 경우, 가까운 친구면 집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친구라긴 뭣한 손님 정도면 한국 레스토랑에 가기도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열흘 전쯤 지비 생일이었는데, 그때 일이 있어 오지 못한 친구 커플이 한국 레스토랑에 가자고 제안해왔다. 고샤와 줄리앙. 일전에 뉴몰든(일종의 한인타운)에 한국 식당에 간 일이 있었는데, 맛과 가격에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진듯하다. 하지만 그땐 우리가 차가 있어, 식당에도 가고, 장보러도 가고, 끝으로 리치몬드에 가서 차를 마셨지만 지금은 우리도 차가 없어 시내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

[keyword] Saint Patrick's Day

3월 17일은 세인트 패트릭의 날Saint Patrick's Day이다. 아일랜드(공화국), 북아일랜드의 공휴일이기는 하지만 잉글랜드는 아니다. 아일랜드로 크리스천을 전파한 패트릭을 기념/기억/추모하는 날인데, 종교랑 관련이 없는 우리로서는 기네스의 프로모션/세일이 있는 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지비랑 내가 그렇다는거지, 영국이 그렇다는게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밝혀둔다.( ' ');; ☞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Saint_Patrick%27s_Day 집 근처엔 딱히 아이리쉬 펍이 없고, 아이리쉬 문화센터가 있는 근처 해머스미스로 가면 분명히 있을텐데 가나 마나 하다가, 비가 와서 동네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말았다. 기네스 같은 까만 아메리카노. 그러고도 아쉬운..

[etc.] Love to shop

한 달 전쯤 지비가 출근길에 타고가던 오버그라운드(지상철)가 멈췄다고 문자가 왔다. 역과 역 사이 한 시간 정도 오버그라운드가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있었나보다. 알고보니 열차의 고장이었는데. 다음 역에 내려 준비된 다른 오버그라운드에 옮겨타고 출근을 했다. 그 와중에 오버그라운드에서 사람이 나와 양식을 나눠주며 이름과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단다. 평소엔 개인정보 운운하며, 그런데 이름을 남기지 않는 지비인데 그날은 신통하게 이름과 주소를 남겼다. 어차피 지비는 월 교통권을 교통카드에 충전해 다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속으론 교통비(£1.90) 정도 채워주려나 했다고. 열차 안의 그 많은 사람들 중, 그 양식을 채운 사람은 스무명 남짓 되보이더란다. 근데 그 일이 있고 1~2주 뒤쯤 £20의 상품권이 도착했..

[tea] 히비스커스

지난 달 V님이 방문하시면서 들고와서 던져주고 가신 차, 히비스커스Hibiscus. V님의 말씀에 따르면 멕시코의 국민차라는데 찾아보니 히비스커스는 온대, 아열대,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꽃이라고. ☞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Hibiscus 맛있다 하면서 먹으니 지비가 폴란드에서도 마신다고, 아마 폴란드 식료품점에 가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토요일에 가봐야지. 맛이 완전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비슷한 걸로 오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