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61

[etc.] 키즈리턴

내년이면 지비가 영국에 온지 십년이다. 영국에 오기 전후로 시작했던 브라질 무술 카포에이라. 지난해까지 한 8년 정도 한 취미활동인데, 누리가 태어나면서 그만뒀다. 아래 사진들은 작년 6월에 있었던 바티자도, 일종의 발표회면서 승격식. 누리 때문에 그만둔 것은 아니다. 누리+시간부족이 49%쯤. 51%는 적당한 때에 주어줘야 하는 당근(?)의 맛을 보지못해서라고 할까. 카포에라의 원형쯤 되는 군무 같은데. 이름을 들어도 까먹었다. 정작 지비 때는 잘 찍지도 못했다. 몸이 무거워 작은 카메라를 들고 갔더니 어두운데서 움직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지비의 밸트는 오렌지-블루였다. 블루가 되기 직전 단계인데, 완전 블루가 되면 가르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서로 도와 가르칠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선생님 단..

[food] 토스트

요즘 주말마다 해먹는 따듯한 토스트. 주말엔 시간이 걸려도 무조건 따듯한 아침을 먹는다. 평일엔 바빠서 그렇게 못먹으니까. 햄, 치즈, 토마토 그런 건 보통 때 먹는 토스트와 같은데, 채소를 썰어넣어 부친 달걀과 사과가 들어갔다는 점이 다른 토스트. 아, 그리고 케첩도 넣었다. 지비는 달걀을 부쳐 넣은 토스트에 처음 기겁을 했는데 든든하고 좋단다. 사과도 역시 기겁을 했는데, 짭쪼롬한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진 달콤한 사과가 이상하게 좋단다. 학교 앞에도 유명한 토스트 집이 있었다. 'X삭'이라는 이름이었나? 사람들이 줄서서 먹었던 토스트. 가격대비 양이 엄청나서 남녀 불문하고 끼니로 먹었다. 딱 한 번 먹어본 일이 있는데, 너무 느끼했다. 그리고 축축했고. 미리 만들어둔 것도 아닌데 하여간 그랬다.하지만 ..

[life] 긍정의 경지

어제 하루는 지비도, 누리도, 나도 매우 힘든 하루였다. 나는 마음먹고 책장의 책들을 모두 치워버리기로 하였고, 집에서 근무하는 지비는 일 때문에 누리 때문에 쫓기고 있었다. 오후, 누리가 잠든 틈을 타 책장의 책 치우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을 때 3번의 배달이 있었다. 그말은 3번의 초인종이 울렸다는 말. 결국 마지막 초인종에선 누리가 깨서 울었다. 30여 분이나 낮잠을 잤을까. 거기까지도 이미 enough였는데 이젠 누가 문을 두드리는거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관리실 직원들. 얼마전 부터 우리집 아래층에 물이 샌다는, 천정에서, 말이 있었는데 관리실 직원들은 우리집 어딘가에서 누수가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직접 들어와서 확인을 했지만 딱히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돌아갔다. 아랫집 천정의 문제는 점점 더 심..

[food] 찌짐이

하루 종일 비도 부슬부슬 오고 딱히 뭘 해먹기도 귀찮아서 저녁으로 먹다 남은 김밥 달걀에 부쳐내고(차고 단단한 김밥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간단 파전 만들어서 막걸리와 함께.막걸리는 손님 접대용으로 집에 사다두고 싶어도 집에서 가까운 일본 슈퍼엔 큰 통만 팔아서, 일본 사람들이 막걸리 좋아한다, 엄두를 못냈는데 얼마전 뉴몰든의 한국 마트에 갔을 때 캔이 보여서 사왔다. (대)학교 뒤에서 먹던 막걸리보다 부드럽고 순하고 밀키하다. 막걸리를 세계화 한다면서 많이 개량했다 하더니 이 맛이 그 맛인가.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데 그래도 학교 뒷산 소나무집에서 먹던 사이다를 곁들인 싸구려 막걸리 맛과 분위기(그리고 사람이)가 그립다. 그나저나 일본 사람들은 전, 부침개를 왜 '찌짐이'라 그럴까? 경상도 사..

[food] 추억의 김밥

정말로 오랜만에 김밥을 만들어 보이차와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지비가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서 약간 이른시간부터 누리를 지비에게 넘기고 김밥을 만들었다. 김밥의 생명은 단무지며, 김밥을 위한 필살병기는 김밥말이며, 김밥 만들기 고수의 척도는 재료가 가운데로 가도록 마는데 있다고 혼자서 생각하면서 8줄 만들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낼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 두줄을 싸두었다고 하니, 회사 동료들에겐 그냥 '스시'일뿐일 것 같다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꼭 '한국 김밥'이라고 말해주라고 했다. 우리에게 스시란 '니기리', 밥 위에 생선이 올라간,일뿐이고 여기 사람들도 좋아하는 '롤'은 미국에서 개량된 것이라는 등등으로 가지를 쳤다가 이야기의 끝은 '추억의 김밥'으로...

[food] 더핀 duffin

호기심쟁이 지비가 신문에서 보고 먹자고, 먹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어쩌다보니 한참만에 먹게 된 더핀 duffin. 도너츠와 머핀이 결합된 하이브리드란다. 그리고 크로와상과 도너츠가 결합한 크로넛Cronut도 있고. 크로넛은 미국에서, 더핀은 영국 런던의 한 베이커리에서 나왔는데 지비가 본 뉴스는 별다방에서 그 더핀을 런칭했다는 기사. ☞ 참고 http://www.bbc.co.uk/news/uk-24471274 늘 그렇듯 햇살과 비와 바람과 구름이 뒤범벅이 된 토요일 장보러 가면서 잠시 별다방에 쉬었다. 사실 이게 집을 나선 목적이었는지도. 이것이 바로 더핀. 머핀처럼 생겼는데 도너츠처럼 설탕을 뒤집어 쓰고 있다. 내용물은 당연히 도너츠여야 하는데, 근데 이게 뭐야. 별다방 장사 이런 식으로 할껍니까.(-ㅜ..

[etc.]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웃블로거의 파리 여행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오르세이 박물관의 시계 뒤에 펼쳐진 레스토랑 때문에.'저런 게 있었나?'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즈음에서 누군가의 뒤를 쫓느라 놓친 것도 같았다. 누구의 뒤를 쫓았던가가 갑자기 궁금해져 펼쳐본 2년 전 파리 여행 사진. 내가 쫓았던 건 서울대 점퍼 입은 학생.(- - ); 더 놀라운 건 시계 뒤 레스토랑도 사진에 담겨 있다는 것.(- - );;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파리 여행 그리고 여행들. 어쩌면 좋을까.(i i )

[event] 연대의 길은 멀다.

런던에서 제주 강정 촌장님 말씀을 들을 일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저녁 6시라는 매우 첨예한 시간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6~7시는 누리 밥시간. 하루 종일 잘 웃다가도 밥 시간 한 번 놓치면 에누리 없는 누리.(-ㅜ )하지만 런던에서 강정 캠페인을 하시는 분들께 왜인지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아서, 누리를 둘러 매고 갔지요. 마침 열리는 장소가 지비의 직장과 가깝기도 해서 지비가 퇴근 후 바로 와서 누리를 봐주기로 했지요. SOAS에서 강정을 위한 학생 모임을 만드신 앤 서방님. 통역, 진행, 수행 모두 다 맡으신 L님. 강정 촌장님(마을 회장님). 사실 누리를 데리고 집을 나선 건 4시 반. 혼잡한 퇴근길을 피해서 돌아간다고 한 것이 되려 먼길을 골라 간 셈이 되었어요. 6시가 다되서 도착을..

[food] 스콘 scone

예전에 아침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 스콘을 먹을때 쿨로티드 크림 위에 잼을 올리느냐, 잼 위에 클로티드 크림을 올리느냐로 입씨름을 벌였다. 오늘 아침으로 스콘을 먹으면서 비교한 결과 나름의 답을 얻었다. 따듯한 스콘을 먹을땐 잼 먼저, 스콘이 따듯하면 클로티드 크림이 녹아버린다, 실온의 스콘을 먹을땐 크림 먼저, 잼에 스콘이 젖어버린다,가 낫다고 지비와 합의. 딸기쨈이어야만 하는가라는 궁금증에 살구잼이랑 먹어보니 역시 딸기가 낫고. 어쩌다보니 애프터눈 티릉 브랙퍼스트로 먹었네. 그래서인지 하루가 총알처럼 지나갔다. ※ 모바일로 시험삼아 써봄.

[keyword] 그래피티 Graffiti

집에서 가까운 턴햄그린에 있는 교회가 공사를 한다고 양철판을 둘러쌌다. 얼마 전에 그 앞을 지날 땐 보니 어색한(?) 그래피티가 있었는데, 오늘 지나다보니 '호~'. 옥스팜까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로 봐서, 그냥 그래피티가 아니라 교회에서 아예 그러라고 내놓은 자리같다. 괜찮은 것 같다. 오늘 작업 중인 팀. 뭘까 궁금하다. 주중에 가서 확인해봐야지. 영국엔 방씨Banksy라는 이름있는 그래피티 예술가(?)가 있다. 이름은 몰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 '아~'할 예술가. ☞ 참고 http://www.banksy.co.uk/방씨는 영국이 자랑하는 그래피티 예술가이긴 하지만, 많은 지역정부는 쁘디 방씨들의 그래피티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물론 어떤 것들은 그래피티라기보다 반달리즘에 가깝지만. 그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