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taste] 김치 Kimchee

토닥s 2013. 4. 2. 20:43

런던 시내에 있는 김치Kimchee 레스토랑에 연휴 동안 다녀왔다.  런던 시내에서 자의로 한국 레스토랑에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음식을 소개할 경우, 가까운 친구면 집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친구라긴 뭣한 손님 정도면 한국 레스토랑에 가기도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열흘 전쯤 지비 생일이었는데, 그때 일이 있어 오지 못한 친구 커플이 한국 레스토랑에 가자고 제안해왔다.  고샤와 줄리앙.  일전에 뉴몰든(일종의 한인타운)에 한국 식당에 간 일이 있었는데, 맛과 가격에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진듯하다.  하지만 그땐 우리가 차가 있어, 식당에도 가고, 장보러도 가고, 끝으로 리치몬드에  가서 차를 마셨지만 지금은 우리도 차가 없어 시내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결정된 곳이 김치 Kimchee.


예전에 골더스그린이라는 곳에 있던 식당이었는데, 하이홀본으로 옮겨왔다.  고샤와 줄리앙은 동쪽 런던에 살고, 우리는 서쪽 런던에 살기 때문에 시내면 적당하게 중간이다하면서.  골더스그린의 김치와 하이홀본의 김치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가보고 싶기도 하였다.  골더스그린은 시내에서 벗어난 북쪽이라 김치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고 맛도 다른 어느 한국식당보다는 나은편이었다.

새로 옮겨간 하이홀본의 김치는 외국인들에겐 가격과 맛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 사이에선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한국의 저렴한 외식이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이래도저래도 가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텐데, 맛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박한 점수를 받고 있는 건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지 가보자하면서 토요일에 갔다.  사실 내 생일도 아니고 지비 생일에 웬 한국식당인가 했지만,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겸사 겸사.



결혼 10년이 다되가는 고샤와 줄리앙 커플.  고샤는 폴란드인이고 줄리앙은 콜럼비아인이다.  이민자들이 그렇듯, 이런저런 법적인 문제때문에 결혼은 일찍 하였지만, 아직까지 아기가 없는 커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샤가 아기를 원해도 줄리앙은 집마련 후라는 생각이 단단했다.  누리가 태어나고 두 번쯤 봤나?  그리고 그날 드디어 내년 안에 아기를 가지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샤가 초등학교 교사라 학기가 끝나고 8월쯤 출산하는 것이 소망.

그런 마음이 있어서인지 그날 따라 고샤와 줄리앙이 누리를 아주 가만히 놓아두지를 않더란.  덕분에 우린 편했네.(^ ^ )



각자 식사를 주문하고 함께 나눠 먹을 오징어튀김과 파전을 주문했다.  그날 줄리앙이 고른 메뉴는 부대찌게.(- - ) 

사실 말리고 싶었지만, 약간 국적불명의 음식이라서, 취향은 존중해줘야 하니까 그냥 뒀다.  고샤는 일전에 먹은 비빔밥을 시키되 닭고기가 든(?) 비빔밥.





지비는 불고기뚝배기, 나는 갈비탕.  아, 밥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한 그릇에 £2.



음식은 그럭저럭 중상 정도.  파전은 아주 맛있었다.  단 네 조각이어서 하나씩 나눠먹고 사진이 없다.(' ' );;  그리고 위에 보이는 건 오징어튀김인데, 이것 역시 네 조각 정도뿐이었다.  위에 커다란 링은 오징어튀김이 아니라 양파였다.


소문처럼 친절한 서비스 따위는 점원부터 매니저까지 모두 기대하기 어렵고, 불편한 점은 음식이 띄엄띄엄 나와서 네 명이 다른 속도로 먹어야 했다는 것.  그런데 이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듣기론 한국음식을 팔지만 인터네셜한 분위기를 위해 한국인은 고용하지 않는다고.  고용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고용된 점원이 적절한 수준의 영어가 되느냐.  물론 안됐다.  음식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사이드 중에서 뭐가 맛있냐고, "다 맛있어"가 전부였다.  우리가 시킨 오징어튀김이 매콤한 오징어튀김이라 주문하기 전 "매워?"라고 물어봤는데, "글쎄"라고.  뭐 맵고 단다는 건 주관적인 것이니까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내가 사장이면 음식을 아는 한국인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고용하겠네.  런던에서 한국 점원이면 그게 더 인터네셔널한거 아닌가 싶고.



적당한 가격과 맛으로 외국인에게 추천할 수는 있겠다, 단 우리 같이 유아동반이 없다면.  테이블을 어찌나 촘촘하게 두었는지 유모차를 둘 곳이 없어 아직 오픈하지 않은 지역에 겨우 앉았다.  당연히(!), 아기의자 없고.( - -)

그래서 결론은 누리가 다 크기 전까지는 우리는 못가겠다 하는 것.  누리 우유도 줘야하고, 기저귀도 갈아야해서 서둘러 밥먹고 근처의 코벤트 가든으로 갔다.  부활절 연휴라도 코벤트 가든은 북적북적.  일전에 지비와 커피를 마셨던 약간 한적한 코스타를 찾아갔다.  코스타엔 분명 아기의자와 아기체인징 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갔지만, 당연히 아기의자도 있고 체인징 시설도 있었다.  코스타는 영국 브랜드의 까페.




커다란 테이블의 한쪽 귀퉁이에 둘러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돌아올땐 왜 아기편의시설은 한국(인)에겐 표준이 될 수 없을까 생각하면서.

아, 김치의 사장은 한국사람이다.  내가 아는 한.  CJ가 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거기까진 확실하지 않다.  어딜 가도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한국식당이 좀 아쉽다.  쩝.  끝으로 누리의 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