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일기 24

[20170102] 밥상일기

같은 겨울이라도 런던은 늘 12월보다 1월이 더 춥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집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고, 마드리드에 다녀온 며칠을 무척 따듯해서 겨울추위가 어떤 것인지 살짝 잊고 있었다. 어제 옥스포드에 갔다가 살떨리는 추위를 체감했다. 다행히 전날 언니와 옥스포드에서 볼 것과 동선을 미리 챙겨봐서 추운데 밖에서 허비한 시간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먼저 옥스포드에서 무엇을 꼭 봐야하는지를 정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를 정했다. 4살 누리와 함께. 동선을 고려하며 다시 볼 거리를 추리거나 더해 코스 완료. 끼니도 사전에 누리가 평소에 먹는 샌드위치를 먹기로 동의를 구해 일사천리로 냠냠. 꼭 하고 싶은 곳을 정하고 그 나머지를 포기하는 대신 군더더기 없는 하루 여행을 할 수 있..

[20170101] 밥상일기

한 열흘 간의 실험이 진행됐다. 밥상을 중심으로 일기가 가능한지.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일상이라 비슷비슷하게 하루가 가고 또 일주일이 간다. 그러니 일기로 쓸만한 스펙타클(?) 이 없다. 며칠만 지나면 '뭘했더라' 한참을 생각해야 겨우 구분이 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잡글이라도) 글은 소재가 없으면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써내려가기 어렵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는 일 중 한 가지인 밥먹기/밥상으로 일기를 써보는 열흘 간의 시도를 해봤다. 쉽지 않았다. 지금도 12시를 넘겼다. 그리고 하루가 밀렸다. 그래도 2017년에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과연! + 새해벽두부터 한국식당과 한국마트 출동. 원래는 그래도 1월 1일이니 떡국이나 끓여먹자 - 떡국이나 사먹자였는데 막상 한국 식당에 가니 오징어철판볶..

[20161231] 식사하셨어요?

2016년 마지막 날은 지비와 조카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러가고, 언니와 나 그리고 누리는 시내(피카딜리 서커스) 구경 겸 쇼핑을 갔다. 선물할 차와 한국에서 많이 매고 다닌다는 가방을 샀다. 그리고 점심은 일전에 아는 분 소개로 가본 채식 뷔페에 갔다. 언니에게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아서. 채식 식당에 관한 언니의 인상이 재미있었다. 손님들이 생각보다 남성이 많고, 그 손님들이 콜라와 식사를 한다는 점. 채식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데 정크푸드의 대명사 콜라라니 하면서. 언니와 나는 맛나게 먹었는데 누리가 제대로 먹지 못했다. 누리는 채소를 잘 먹는 편인데, 대부분의 음식과 채소에 후추나 고춧가루, 향신료가 많이 가미되서 통 먹지를 못했다. 그때서야 지난 기억을 되집어보니 지난 번엔 누리용 간단 ..

[20161230] 식사하셨어요?

전날 마드리드에서 생각보다 늦게 런던에 도착해서 다음날 늦게 일어났다. 혹시 몰라 냉동실에 넣어두고 간 키쉬를 아침으로 먹고 다시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지비는 집청소를 위해 집에 남겨두고. 마트에 막 도착했을 때 누리가 마트 앞 크레페 가게에 가고 싶다고. 지비에게 청소를 마치고 와서 점심먹자고 했더니 장보기를 마칠 즈음 청소를 마치고 뛰어왔다. 가족들이 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크레페 가게. 평소와 같은 메뉴를 먹고 서점에 들러 누리 책 두 권사고 돌아와 또 저녁을 먹었다. 가족이 늘어나니, 평소 두배, 정말 챙겨먹는 게 일이고 끼니를 때우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 때다. 저녁은 '나름' 짬뽕을 먹었는데 "맛은 있지만 짬뽕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이런저런 해명을 하느..

[20161229] 식사하셨어요?

한국에서 두 번 에어비엔비를 이용해보고 애 딸린 우리들에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가 어른밥을 먹지 못할 때. 이번 마드리드 여행에서도 에어비엔비를 이용해서 숙소를 잡았다. 뒤늦게 여행인원이 1명 늘어나면서 선택한 숙소가 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위치나 여러가지 면에서 에어비엔비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첫날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 문을 연 상점이 없어 먹거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 아침도 마찬가지. 휴일이 끝나고 상점들이 정상운영되면서 빵도 사고, 과일도 사서 아침과 저녁을 해결했다. 대충 이 정도. 영국에서 판매되는 많은 과일, 채소가 스페인 생산인데 스페인에서 먹는 과일이 더 맛있었다. 비록 마트표지만. 그건 프랑스도 마찬가지. 물가가 프랑스보다 더 싼 느낌이..

[20161228] 식사하셨어요?

마드리드 여행 3일째. 여행은 늘 그렇듯 길이 익숙해지고 방향감이 잡힐만하면 떠나게 된다. 내일이 벌써 마지막 날.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매번 놀라고, 지비는 이제 그 사실이 놀랍지도 않으며(어디 프랑스에서는 통하더냐며), 언니는 불친절함은 당연히 생각하게 됐다. 오늘은 마드리드 근교 세르반테스의 고향 에나레스라는 도시에 다녀왔다. 어제만해도 여러 가지 맛보고 싶었던 우리는 깔끔해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네 명 모두 같은 메뉴를 시켰다. 음료만 자기 취향대류 샹그리아, 와인, 맥주, 쥬스 골고루. 그 메뉴는 마드리드를 걸을 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감자+하몬+달걀 요리인 후에보스 로토스huevos rotos. 이렇게 읽나? 맛있는 연어샐러드와 함께 먹으며 '아 이래서 사람들은 가이드..

[20161227] 식사하셨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언니가 꼭 먹어보자고 한 메뉴 델 디아 - 3코스 런치 메뉴.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 이 메뉴를 주문하면 가격 대비 실망할 일이 없다고. 15-20유로. 우리는 산 미구엘 시장 근처 식당에 들어가 먹었다. 늦은 점심을 서둘러 먹기 위해, 누리님이 노하시기 전에, 급하게 찾아들어간 식당이 텅텅 비어 걱정이 많았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도중 식당에 손님이 꽉꽉 찬 것으로봐서 우리에게 늦은 점심 - 1시가 이곳엔 이른 시간이었나보다 하고 추측만 해본다. 마음은 급한데 식당에서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주문하는데 구글번역기 동원하고 난리생쇼. 결국 오리, 소고기, 생선 정도 영어 가능한 여성점원이 와서 도와주었다. 눈물이 날뻔했네. 우리는 3코스 런치 메뉴가 아닌 2코스로 먹었다...

[20161226] 식사하셨어요?

밤새도록 설잠자고 5시에 일어나 비행기 타고 온 마드리드. 비행기는 10시 반이었는데 비행기를 탈 공항이 집에서 멀어 서둘렀다. 비행기 두 번쯤 놓치고 나서 생긴 트라우마. 영국 런던(게트윅) 공항에서 아침을 먹고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무리 공항 패스트푸드라도 스페인이니까 파에야. 나는 파에야를 맛나게 먹었는데 명물이라는 오징어튀김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은 언니와 지비는 별로. 누리가 파에야를 맛나게 먹었으니 그걸로 족했다. 그리고 숙소에 짐풀고 숙소 근처 현대미 술관에 피카소 게르니카를 보러 갔는대 누리님 체력이 바닥이라 힘들었다. 결국 언니와 조카를 전시관에 남겨두고 우린 까페로 이동했다. 현대미술관-왕립 소피아 왕비 박물관 내 까페/레스토랑이었는데 분위기와는 달리 가격도 비싸지 ..

[20161225] 식사하셨어요?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먹고, 먹고 또 먹고의 절정이다. 일단 대중교통이 없고, 차가 있어도 문을 연 곳이 없으니 갈 곳이 없다. 우리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있다. 올해 영국의 공식적인 휴일은 화요일 27일까지다. 26일이 박싱데이로 공휴일인데, 25일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27일을 쉰다. 지비는 같은 이유로, 1월 1일 새해가 공휴일인데 일요일이라 2일을 쉬고 그 사이 28일부터 31일은 자신의 휴일을 사용해서 함께 쉰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는 23일 오후 부터 1월 2일까지 열흘 간이다. 늦게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을 줄 알았는데 누리가 선물보고 반가워하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누워 있을 수가 없어서 일찍 일어났다. 평소보다 무척 빨리 일어난 누리. 아침..

[20161224] 식사하셨어요?

2.5인분 식사를 준비하다 5인분 식사를 준비하려니 간단하게 먹는 아침 준비도 늦어졌다. - 지비, 언니, 나 각각 1인분 - 누리 0.5인분 - 조카 1.5인분 - 늘 배고픈 10대다. 평소와 같은 아침-커피와 빵을 먹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버킹험 궁전 앞과 빅벤을 보고 (누리님이) 지치고 출출해 사우스뱅크에서 커피를 한 잔했다. 누리는 베이비치노와 민스 파이. 그걸 힘으로 걸어서 트라팔가 스퀘어와 레스터 스퀘어를 지나 레고 샵을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제이미 올리버의 이탈리안 식당 Jamie's Italian.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가는 곳인데, 짭짤한 맛때문인지 실망하지 않는다. 느끼함이 없고 다양한 식재료를 소박하게, 하지만 진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언니와 내가 먹은 건 매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