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161231] 식사하셨어요?

토닥s 2017. 1. 2. 09:23
2016년 마지막 날은 지비와 조카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러가고, 언니와 나 그리고 누리는 시내(피카딜리 서커스) 구경 겸 쇼핑을 갔다.  선물할 차와 한국에서 많이 매고 다닌다는 가방을 샀다.  그리고 점심은 일전에 아는 분 소개로 가본 채식 뷔페에 갔다.  언니에게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아서.  채식 식당에 관한 언니의 인상이 재미있었다.  손님들이 생각보다 남성이 많고, 그 손님들이 콜라와 식사를 한다는 점.  채식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데 정크푸드의 대명사 콜라라니 하면서.

언니와 나는 맛나게 먹었는데 누리가 제대로 먹지 못했다.  누리는 채소를 잘 먹는 편인데, 대부분의 음식과 채소에 후추나 고춧가루, 향신료가 많이 가미되서 통 먹지를 못했다.  그때서야 지난 기억을 되집어보니 지난 번엔 누리용 간단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었다.  급하게 음식을 먹고 근처 샌드위치 가게로 자리를 옮겨 햄치즈 샌드위치를 사줬다.

언니의 채식 식당에 관한 재미있는 인상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따로 그 생각을 남겨보고 싶다.  채식에 관한 단상-정도.

그리고 집에 돌아와 손님맞이용 폴란드 음식을 만들고 우리는 저녁으로 간단하게 버거(고기 패티)를 먹었다.

그리고 누리님을 재우고 자정이 되기를 기다려 화이트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친구들과 소주를 먹는 조카(고등학생)가 화이트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고 해서 새해 맞이 술로 채택됐다.  안주는 쥐포와 치즈.

물론 맥주파인 우리는 화이트 와인을 다 비우지도 않고 맥주로 주류 변경.

조카가 화이트 와인을 안먹어봤어?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언니와 나는 우리가 어릴때 큰 아버지가 사주신 마주앙을 기억 속에서 꺼냈다.
한 번씩 집에 오신 큰아버지는 커다란 비닐봉투 가득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브라보콘이 나름 고급일 때 그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인 월드콘, 빵파레도 한 가득 사주셨는데 어느날은 우리들 - 아직 어린 언니들과 나 - 마시라고 마주앙을 사주셨다.

조카 덕분에 잊혀졌던 기억 한 조각을 꺼낼 수 있었다.  잊혀졌던 하지만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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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