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일기 24

[20161223] 식사하셨어요?

정말 전투 같은, 하지만 소풍날처럼 들뜬 하루였다. 아침먹고 집을 나서 앞으로 2박 3일 먹을 음식을 쇼핑했다. 영국은 25일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모든 것이 정지된다. 상점들도 문을 닫고 24시간 대중교통 수단도 운행을 정지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2~3일 먹을 것을 준비하고 가족과 함께 보낸다. 양손 가득 식재료(물론 반조리가 대부분) 사들고 냉장고와 냉동고를 꽉꽉 채운 다음 동쪽 런던에서 이곳 서쪽 런던까지 우리를 만나러온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아니라 누리를 만나러 온건가? 물론 점심은 누리가 좋아하는 우동집. 그리고 후식은 다시 누리가 좋아하는 케이크집. 물론 밖에서 정신없이 먹었으니 우동도, 케이크도 사진은 없다. 맛있는 밥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맛있는 커피보다 더 좋은 시간들을 보냈..

[20161222] 식사하셨어요?

오늘 점심은 맥도널드에서 해결. 크리스피 치킨&베이컨 랩을 먹었는데, 햄버거도 그렇지만 포장을 뜯고 먹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흘러내리기 시작해서 먹는 걸 중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의외로 커피가 마실만했다. 한국서도 맥도널드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 그건 롯데리아였나? 하여간 오늘 마신 맥까페 커피는 분명 별다방보다는 내 취향. 그리고 저녁엔 레몬절임된 연어. 물론 그렇게 준비된 걸 사서 오븐에 넣고 굽기만 했다. 연어가 분단된 이유는 - 가장 부드러운 속살 부분을 누리님께 드리느라. 연어를 오븐에 넣고 목욕하지 않으려는 누리와 씨름했다. 결국 누리가 울면서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씻기고 나오니 벌써 차갑고 딱딱하게 식어버린 연어. 나는 식은 밥 먹을 때 기분이 좋지 않..

[20161221] 식사하셨어요?

얼마 전에 '언젠가 누리도 한국음식을 해먹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우리가 먹는 것들을 계량화하고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아주 시간이 많아지면 레시피북도 만들어보자면서. 그럴려면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을 기록해야하는데, 그 뒤로 만드는 음식이 다 별로다. 한 때는 '요리신동 아니냐'며 '한국식당 열어야겠다'며 음식 만들고 감동하기도 했는데. 잡채를 저녁으로 먹었다. 뭔가 조합이 어색한 양념이었다. 설탕이 적게 들어갔나? 맵지 않고 누리가 좋아해서 가끔 하는 잡채인데, 할 때마다 맛이 다르다. 계량하고 기록해둔 양념을 넣어도. 누리는 매운 양념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먹는다. 토마토와 오이를 더해 반찬 삼아서. 점심은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방학 전)마지막 날 파티에서 먹었다. 엄마들이 ..

[20161220] 식사하셨어요?

한 선배가 전한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여줄 게 없는, 평소에 잘 못먹는 사람들이 음식사진을 찍는다고. 그 글을 읽고서도, 그리고 그 전에도 열심히 음식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확실히 그 글 이후 음식 사진을 덜 올리게 됐다. 부끄러운 속내를 들킨 기분이었다고나. 그래서 찍어만 놓고, 폴더로 묶어만 놓고 묵혀버린 사진들. 그러면서도 계속 찍게 되는 건 습관일까? 그냥 그날 그날 먹은 것들 가볍게 올려보려고 한다. 이렇게 먹고 산다고. 라면 포장지에 담긴 '조리예'처럼 달걀이 익혀진 라면. 누리 우동 끓이랴, 챙겨주랴 정신없는 가운데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누리 뒷처리를 해주랴 여러 가지 일 동시에 하며 라면을 끓였다. 달걀 넣을 타이밍을 놓쳐 더 끓이면 라면이 너무 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