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 11

[life] 또 옛 생각

지난 주말 누리가 주말학교에 간 사이 누리의 운동화를 빨았다. 사실은 세제를 푼 물에 잠긴채로 하루 넘게 방치했다가, 이대로 오래두면 안된다는 생각에, 빨았다. 어릴 때 주말이면 꼭 해야할 일 중 한 가지가 신발을 씻는 일에었다. 어쩌다 그 일을 건너 뛰면 물걸레로 닦고 가기도 했고, 부랴부랴 뒤늦게 빨아 마를까 말까를 마음 졸이기도 했다. 보일러, 그 이전엔 연탄 아궁이(이게 맞는 표현인가) 옆에 세워둘 수 있는 겨울은 나았고, 습한 여름이 더 힘들었다. 빨아놓은 깨끗한 신발을 신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신발을 씻는 건 그렇게 신나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 오래되서 못쓰게 된 비눗조각에 다쓴 칫솔로 거품을 일으켜 빨았다. 가장 힘든 건 쪼그려 앉기. 마침내 비눗칠을 끝내고 신발을 뒤집어 한 손에 하..

[+2413days] 부활절 그 이후

폴란드인들은 다른 서유럽인들과 비교해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중요하게 치르는 편이다(폴란드는 동유럽, 자기들이 싫으나 좋으나). 한국인이 추석과 설을 대하는 정도랄까. 물론 한국처럼 그 중요도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고는 있지만. 오늘 누리는 폴란드 스카우트 모임에 갔다. 폴란드 스카우트는 폴란드 주말학교 이후 진행되는데 누리가 다니는 주말학교의 전체 스카우트 모임이었다 - 유아, 초등여아, 초등남아, 중등여아, 중등남아로 나눠진 5개의 그룹이 모였다. 대략 80여 명. 오늘 모임은 포스트-부활절 기념행사. 다같이 모여서 달걀데코도 하고, 최고 데코도 뽑고 그런다는데 누리는 집에서 달걀데코를 해서 가져갔다. 지비가 달걀이 준비물이라 해서 어디쓰냐고 물었더니 행사용이라고. 두 번 물었다. 데코를 할껀지, 데코..

[Easter holiday day3] 고향에서 관광객처럼 즐기기 - 브루어리와 박물관

이번 지비의 고향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새로 생긴 지역 브루어리 brewery - Browar Pod zamkiem에 가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가든에서 놀다가 다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갔다. 가격대비 양이 작다는 지비 형의 만류를 뒤로하고 나는 샘플러를 시켰다. 환절기 알레르기로 고생중이라 많이 마실 수도 없었고, 나는 그저 맛을 보고 싶었다. 맛은 - 내가 알리가 있나만은 확실히 병이나 캔으로 사먹는 맥주보다는 신선한 맛. 주문받는 분이 내가 주문한 햄&감자칩 대신 슈니츨(돈까스)를 가져다줘서 좀 그렇기는 했지만, 다시 가자면 갈 정도다. 재미있는 건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이 브루어리&레스토랑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도 주문과 다른 음식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

[Easter holiday day1] 고향 가는 길

런던엔 5개의 공항이 있다. 알려진 히드로 Heathrow와 게트윅 Gatwick, 스탠스테드 Stansted, 루톤 Luton, 그리고 런던 시티 London city 공항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히드로고, 가장 먼 공항이 스탠스테드다. 그런데 지비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가 운항하는 공항은 스탠스테드. 게다가 유럽에서 (나쁜쪽으로) 알려진 라이언에어 Rya air만 지비의 고향으로 운항한다. 가장 먼 공항과 가장 나쁜 항공사의 조합 - 가장 피하고 싶은 조합이다. 하지만 지비의 고향에 갈 땐 어쩔 수 없다. 최악의 조합인 것도 모자라 여정 한 두 달을 앞두고 현지 도착시간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오후 6시 도착이면 지비의 가족들과 오후 7시쯤 만나게..

[+2406days] 부활절 방학-ing

정확하게 2주 전 부활절 방학이 시작됐다. 사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도 아이의 각종 학교 행사 때문에 바빴고, 아이들 방학이 되면 일상생활에서 거의 3주간 벗어나니 몇 가지 일을 미리 하느라 바빴다. 방학 전 학교의 부활절 행사/조회를 누리네 학급이 준비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노래 두어 곡을 부르고 부활절 관련된 시(?)를 낭독하는 것이었다. 낭독에 선발된 누리. 거리가 너무 멀어 누리인지 아닌지도 나 아니면 알기 어려운 사진만 남았다. 그래도 누리 스스로에게는 너무 신나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부활절 방학이 시작되고 정말 하루도 집에서 쉬지 않고 밖으로 다녔다. 다양한 기억과 경험이 없는 어린시절을 보낸 우리라서 주말, 방학이면 동네 공원이라도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동안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도 ..

[+2391days] 부모도 적응이 안되는 아이

어제 방학하고 첫날. 누리는 오전에 수학 숙제를 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 나갈 때도 그 숙제를 들고가서 까페에 앉아 했다. 절대로 시킨 건 아니다. 되려 지비랑 나는 방학 숙제는 방학 끝날 때 하는 거 아니냐며 어릴 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런 누리가 적응이 안된다면서. + 날씨도 쌀쌀한데 자전거까지 끌고 집을 나선 이유는 도서관에 마련된 가전제품 수거함에 한국서 사와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미니 오디오를 버리기 위해서였다. 누리가 어릴 때 동요를 들려주기 위해서 부러 CD가 있는 미니 오디오를 사왔는데 TV와 간섭현상도 있었고 리모컨이 고장나면서 거의 쓰지 않게 됐다. 그보다 작은 DVD player를 사와서 지금 잘쓰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읽던 책을 누리 카드로 대여하려고 하는데..

[20190405] 쿠키공장

쿠키공장 가동 오늘로 봄학기가 끝나고 2주 반 정도되는 부활절 방학이 시작됐다. 지난 주와 이번 주 틈틈이 쿠키를 구웠다. 지난 주엔 폴란드 주말학교 봄학기 마지막 날이라 주말학교 반 아이들과 스카우트 아이들과 나눠 먹을 쿠키를 구워 보냈다. 다른 엄마들도 초콜릿 에그, 하리보, 롤리팝 같은 걸 보냈다. 물론 집에와서 내가 다 버려버렸지만. 누리는 그런 것들을 뜯어서 맛만보고 먹지 않는다. 가방안에 굴러다니거나 식탁위에 오래도록 쌓여 자리만 차지하니 때문에 버려버린다. 이번 주는 어제 오늘 학교에 행사가 있었는데, 특히 어제는 누리네 반이 전교생들 앞에서 부활절과 관련된 퍼포먼스(춤+노래+시낭송)을 했다. 그래서 누리네 반 학부모들만 초대되어 그 행사를 관람했다. 그래서 또 쿠키를 구워보냈다. 오븐과 오..

[life] 런던 한국문화원 도서회원

오늘 오랜기간 마음을 먹었다, 접었다 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런던 한국문화원 도서회원으로 가입하는 일. 한국문화원에 책이 있고, 도서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대여기간이 2주 밖에 안된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이다 미루곤 했다. 런던에 살아도 시내까지 나오는 일은 많아야 한 달에 한 두 번. 사실 아주 외곽에 사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 타면 30분이면 옥스퍼드 서커스나 피카딜리 서커스에 간다. 거기가 시내냐면-, 사실 알고보면 westend지만 일단 시내. 몇 년을 미루었던 도서회원 가입을 한 이유는 누리에게 책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연말 한국문화원 공간을 빌려 마련된 작은 모임에 갔다 아이들 책이 제법 있는 걸 보고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의 가정처럼 책은 ..

[life] 생일

일주일도 더 지난 지비 생일. 예전 같으면 자기 생일이니 여행을 간다 어쩐다 그럴텐데, 요즘 우리는 계속된 긴축재정 아래 있는터라 집에서 조용하게 보냈다. 곧 폴란드로 갈 계획이 있기도 하고. 마침 토요일이라 누리는 폴란드 주말학교에 가고 우리는 부부동반(?) 허리/척추 치료를 받으러 런던 외곽 한인타운에 있는 클리닉에 갔다. 하루 10여 분 정도 하던 운동을 2월에 아픈 동안 쉬었더니 허리가 아프다못해 등까지 뻣뻣해졌다. 클리닉을 한 2주 전에 예약해두고 그날부터 안하던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벼락치기 했더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선생님 말씀. 되려 나에게 운동하라 늘 잔소리하는 지비의 허리&골반이 더 나쁜 상태라 이번주도 연이어 가야했다. 그러느라 집안 재정이 더 휘청. 하여간 생일 오전은 치료와 장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