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9년

[Easter holiday day1] 고향 가는 길

토닥s 2019. 4. 23. 10:08
런던엔 5개의 공항이 있다.  알려진 히드로 Heathrow와 게트윅 Gatwick, 스탠스테드 Stansted, 루톤 Luton, 그리고 런던 시티 London city 공항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히드로고, 가장 먼 공항이 스탠스테드다.  그런데 지비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가 운항하는 공항은 스탠스테드.  게다가 유럽에서 (나쁜쪽으로) 알려진 라이언에어 Rya air만 지비의 고향으로 운항한다.  가장 먼 공항과 가장 나쁜 항공사의 조합 - 가장 피하고 싶은 조합이다.  하지만 지비의 고향에 갈 땐 어쩔 수 없다.
최악의 조합인 것도 모자라 여정 한 두 달을 앞두고 현지 도착시간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오후 6시 도착이면 지비의 가족들과 오후 7시쯤 만나게 돼 저녁은 같이 못먹어도 맥주 한 잔은 할 수 있는 시간인데, 오후 10시 도착이면 오후 11시나 되야 우리가 머물 형네 도착할 수 있다.  누리를 데리고서는 너무 힘든 일정이 되어버렸다.  항공사에 불을 지르고 싶은 심정을 꽉 누르고 다른 경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 Warsaw를 경유해 지비의 고향으로 가기로 했다.  3시간 이상의 비행일정 변경이라 라이언에어 항공권은 전액 환불받기는 했지만, 여정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롭게 항공권을 구입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들었다.  하지만 일년만에 가는 지비의 고향방문이라(내게는 시월드일뿐이지만) 내가 그렇게 가자고 했다(돌아오는 항공편과 베를린에 예약한 호텔이 아깝기도 하고).  그렇게 부활절 방학 여행이 시작됐다.

요즘 코스타에서 스타벅스로 취향이 바뀐 아이.  이유는 알 수 없음.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공항으로 갔다.  깨우기 힘들줄 알았는데 의외로 벌떡 일어났다.

누리는 비행기 타는 것, 호텔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보다 데리고 다니기가 한결 수월하다.  되려 내가 화장실과 기압변경을 적응하지 못해 힘든 점이 더 많다.

그렇게 어떻게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지비의 친구가 3년 전에 런던에서 바르샤바로 이주했다.  벨기에 친구인데 오랜 블로그 글에 초콜릿맨으로 등장했던 친구.  우리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았고, 우리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을 그 친구가 좋아해서 자주 동네에서 만나 커피도 마시고 그런 친구였다.  폴란드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얻어 폴란드로 이주했다.  바르샤바를 경유해 지비의 고향으로 가는 김에 하루 머물러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며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공항 근처가 집인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편하게 친구네로 가서 폭풍수다와 맛나는 점심을 먹었다.  친구네 쌍둥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마침 부활절 행사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예정에 없던 폴란드의 어린이집을 구경했다.

아이들이 부활절 관련 노래를 불렀고, 그 뒤엔 부모들과 함께 부활절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부활절 바구니는 나중에 부활절 미사에 들고가 세례 Blessing를 받는다.  바구니를 만든다니 누리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쌍둥이와 함께 만들었다.   누리의 적극성에 지비와 내가 놀랐다.  우리는 둘다 소심한 편이고, 우리가 아는 누리도 그런 편인데 학교 생활이 아이를 바꾼 것 같다.  좋은쪽으로.

인상적이었던 화장실.  2~3세반 아이들이라 기저귀 떼기 전후인 아이들이 많았다.  교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각자의 포티 potty - 배변 훈련용이 있었다.  한국도 그런가?  여긴 포티가 있지만 공용(?)이고, 배변훈련을 바로 화장실 좌변기에서 한다.  아, 사립은 또 다른지 모르겠다.

바구니를 만들 때보니 시작은 아이들이하고 시작을 제외한 대부분은 부모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그랬다.  너무 익숙하다고나 할까.  너무 열심히인 부모들-.
쌍둥이들의 부활절 행사 참관을 마치고 우리는 바르샤바 시내로 갔다.

지비가 처음 한국으로 올때 런던에서 독일을 경유해서 오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때 폴란드에 사시는 한국분과 나란히 앉아오게 됐는데 그게 인연이 되서 알게 된 분이 집으로 저녁 초대를 해주셨다.  마침 그 집에도 누리 나이 또래 아이가 있어 작년에 만났을 때도 두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분 집과 친구네가 멀어서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만 함께 할 수 있었다.  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 낯설고 익숙함을 함께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도 집에서 밥을 접시에 담아 먹을 때가 많다.  아쉬웠지만 친구가 술 한 잔 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친구네로 돌아왔다.

예약해둔 택시에 맞춰 급하게 나왔는데 택시가 안온다.  알고보니 영국에서 예약한 택시였던지라 폴란드보다 한 시간 늦은 영국시간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밖에서 40여 분 오돌오돌 떨며 택시를 기다렸지만, 한국의 총알택시를 연상시키는 운전솜씨로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다시 한 번 한국인과 폴란드인이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늦게 친구네로 돌아오니 역시 냉장고에 프로세코를 쟁여놓고 초콜렛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친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또 폭풍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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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다시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바르샤뱌 쇼팽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탈탈탈 프로팰러가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지비의 고향 앞으로-.

+

바르샤바 시내 지하철 좌석이다.  바르샤바의 유명한 명소들이 담겨있다. 
사실 알고보면 런던의 지하철 좌석도 단순화 되긴했지만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이 담겨있다.  여권도 그렇다. 
폴란드 여권엔 페이지 마다 다르게 여행의 변천사 - 도보에서 비행기가 담겨있고, 영국 여권엔 유명한 자연문화유산이 역시 페이지 마다 다르게 담겨있다.  이런 게 문화 아닐까 싶다.
한국은 1면부터 48면까지 같은 그림이다.  남대문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