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413days] 부활절 그 이후

토닥s 2019. 4. 28. 09:20
폴란드인들은 다른 서유럽인들과 비교해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중요하게 치르는 편이다(폴란드는 동유럽, 자기들이 싫으나 좋으나). 한국인이 추석과 설을 대하는 정도랄까.  물론 한국처럼 그 중요도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고는 있지만. 

오늘 누리는 폴란드 스카우트 모임에 갔다.  폴란드 스카우트는 폴란드 주말학교 이후 진행되는데 누리가 다니는 주말학교의 전체 스카우트 모임이었다 - 유아, 초등여아, 초등남아, 중등여아, 중등남아로 나눠진 5개의 그룹이 모였다.  대략 80여 명.
오늘 모임은 포스트-부활절 기념행사.  다같이 모여서 달걀데코도 하고, 최고 데코도 뽑고 그런다는데 누리는 집에서 달걀데코를 해서 가져갔다.  지비가 달걀이 준비물이라 해서 어디쓰냐고 물었더니 행사용이라고.  두 번 물었다.  데코를 할껀지, 데코한 걸 들고가야는지.  두 번 데코한 걸 들고가야한다고 답했는데, 오늘 아침에야 데코할 껄 들고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ㅠㅠ
듣자하니 누리 그룹 담당선생님이 예비로 더 삶은 달걀을 준비한다고 해서 '아몰랑~'하고 보냈다.

작년 부활절에 폴란드에서 받아온 달걀데코.  삶은 달걀에 플라스틱(비닐) 띠를 둘러 뜨거운 물에 넣으면 달걀에 밀착되는 식이다.  1초만에 데코 완성.  그런데 데코 그림이 좀 80년대스럽다.
 
보통 오후 3시면 끝나는 주말학교+스카우트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3시반 일명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갔다.  유아 스카우트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으로 연신 하품을 하며 앉아있었다.  그 아이들은 긴 시간이 힘들고, 많은 수는 폴란드어를 잘 하지 못하니 더 힘들었을테다.  그래도 누리는 3년차고 노래를 좋아하니 아는 구절만이라도 흥얼거리며 앉아있었다.

그 동안 이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몇 번 겪어도 여전히 당황스럽다.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계속해서 노래만 부른다.  그나마 오늘은 노래 두 어곡 부르고 게임하고, 노래 두 어곡 부르고 게임하고 - 그런식이었다.
어떤 게임을 하냐면 - 땅에 종이조각을 떨어뜨려놓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경주를 한다던지, 안대를 하고 미리 준비한 사물을 촉각으로 알아 맞춘다던지. 오늘 준비된 사물은 어른 손만한 새우였다.   이 레크리에이션이 어찌나 건전한지. 90년대 카세트테이프 마지막에 생뚱맞은 건전가요를 듣는 기분이었다.  노래를 한 시간이나 부르나 싶은데, 그러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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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도 중요한 스카우트 행사 2개가 있었는데 블로그에 담지 못했다.  틈나면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