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7

[life] 친구들과 그룹 통화를 했다.

며칠 전 친구 하나가 잘 지내냐고 카카오톡을 보냈다. 다른 친구 한 명을 더한 그룹 대화창이 있는데, 따로 보낸 메시지를 보고 ‘걱정’이 좀 됐다. 문자로 답을 해야지 하는데 어쩌다보면 한국은 연락하기에 늦은/이른 시간이라 그 시간 맞추려다보니 며칠 동안 답을 못했다. 오늘 마음 먹고 답신을 보내려고 앉았다가 카카오톡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놀라서 전화를 받은 친구와 이야기하다보니 스피커폰으로 해둔 전화 화면에 ‘초대(invite)’ 버튼이 보였다. 카카오톡에서도 이제는 그룹 통화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해볼까 하며 함께 단체 대화 창에 있는 친구를 초대했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취소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두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뒤에 초대한 친구가 “우와 신기해.”하며 그룹 통화에 들어왔다. ..

[life] 타협할 나이

한국 나이는 물론 영국 나이로도 이제는 '아줌마' 옷을 입어야 할 나이. 영국에서 내 나이 이상의 여성들이 옷을 잘 사입는 M&S 옷 코너를 아무리 기웃거려봐도 색감이나 무늬가 전혀 타협되지 않는다. 시험 삼아 몇 개 입어보니, 내 나이대 여성들(그 이상의 여성들)이 왜 여기서 옷을 사입는지는 알겠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사이즈가 월등히 크게 나온다. 다른 브랜드 같으면 L 또는 그 이상을 입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M 정도면 되니 사람들이 이 브랜드 옷만 입으면서 안심하는거다(?). 그러다 다른 브랜드 옷 한 번 입으면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텐데. 한참을 기웃거려도 감당이 안되는 색감이라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이름만 이천쌀, 경기미인 미국에서 생산된 한국브랜드 쌀을 사먹었다. 9Kg에 £16~18 정도...

[+3421days] 뽀뽀금지(feat.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난 일주일 간 우리에게 있었던 일울 기록삼아 후딱 올려본다. 큰 마음을 먹었는데, 더할 말도 없다.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다. 지난 일요일 저녁 (한국에서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라고 불리는) 자가진단 키트로 집에서 검사해 볼 결과, 양성. 어이가 없어서 한 번 더 해보았다. 역시 양성이었다. 아이가 양성이 되기 한 열흘 전 아이가 같은 테이블(분단 같은?)에 앉는 아이가 코비드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그때 학교에서 이메일을 받고 자가진단 키트고 검사해본 결과 아이는 음성이었다. 먼저 확진 된 아이가 특수돌봄이 필요한 아이기도 하고, 남자아이기도 해서 아이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 뒤로 주말이 지나고 아이와 같은 학년 다른 반 담임 교사가 확진되어 출근을 ..

[+3353days] 중간방학 2 - 패딩턴베어(feat. Paddington trail)

해리포터 이전에도 세계를 휩쓴 영국 컨텐츠들이 많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렇고, 아기곰 푸도 그렇고, 패딩턴베어도 그렇다. 사실 나도 잘 몰랐.. 영국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많이 읽는 패딩턴베어. 패딩턴 역에서 브라운 가족에게 발견되어 이름이 패딩턴이 된 곰 이야기. 런던 시내에 있는 패딩턴역은 알아도 나도 아이 키우며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이야기다. 왜 패딩턴베어가 패딩턴인지. 나만 몰랐나? 한국다녀와서 정신없던 가을이라 별다른 준비 없이 맞은 중간방학. 한국맘인 J님과 시간을 맞추어 패딩턴베어 전시회를 예약했다. J님도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 런던의 웬만한 공원/박물관 안가본 곳이 없어서 관심가는 곳이 별로 없다. 게다가 코비드. 그래도 J님과 그 집 아이들을 만난다는데(주변에서 유일하게 한국..

[20211008] (밀린)밥상일기1

내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블로그와 소셜미디어가 가장 조용한 시간은 금요일, 토요일이다.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공간에서 사람들의 일상이 바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오랫 동안 고심한 글도 이 시간에 올리면 별로 읽히지 못하고 저 멀리 밀려나게 된다. 그런 패턴을 이용해서 오늘은 밀린 글 후딱 올려버리기. 무려 7월이 밥상일기.😬 크림새우파스타 가끔, 종종 등장하는 까르보나라 논쟁. 우리가 까르보나라라고 알고 먹었던 크림파스타가 (이탈리아의 진짜)까르보나라가 아니라는 사실. 나도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이다. 영국에 와서 알게된 이탈리아 친구가 까르보나라를 해주겠다고 해서 갔더니 베이컨과 달걀을 삶은 파스타와 섞어 내놓았다. 그때 알게 된 까르보나라의 실체. 부정할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크림..

[life] 런던에 상륙한 페리카나

얼마 전 아이의 친구, 그 엄마와 함께 공원에서 만났다. 그때 그 엄마의 교회 친구도 함께 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한국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쪽 런던에 있는지 물었다. 한국 식당 한 곳이 있으니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식당을 가보지도 않았고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동쪽 런던에는 좀 젊은 느낌의 한국 식당들이 많아 거기선 확실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건 아는데 너무 멀다고. 그 친구도 동네 사람이니. 그 이야기 후 ‘한국 치킨’이 또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한국마트에 갔을 때 튀김가루를 사서 닭을 튀겨봤다. 양념치킨 소스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나도 놀란 맛.😍 하지만, 튀기는 일이 힘드니 ‘닭은 한국에서’ 먹어야겠다고 마..

[20210505] 밥상일기

친구네에서 맛본 라틴아메리카의 옥수수 가루로 만든 아레파스Arepas를 만들어봤다. 옥수수 가루로 만들어 달달한 맛도 있고, 소금으로 간을 해 짭쪼롬한 맛도 있고, 기름에 한 번 구워 오븐에 구운 탓에 바삭함까지 있어 누리가 좋아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만드는 건 너무 어렵고, 누리님은 별로라 한다. 그래도 옥수수 가루도 많이 사두었고, 글루텐 프리라 나라도 열심히 먹으려고 한다. 아레파스 번은 만들고 잘 어울린다는 Pulled Pork는 반조리 상품을 사서 오븐에 데우기만 했다. 이후에 지비와 점심으로 한 번 더 만들었을 땐 피자만들고 남은 촐리소, 살라미, 모짜렐라 치즈, 아보카도만 넣고 만들어도 먹을만했다. 오히려 내게는 무거운 돼지고기보다 간편해서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레파스 번을 굽다보..

[life] AZ백신 1차 접종(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지난 목요일에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비드 백신 1차를 맞았다. 의학적 전문지식을 제외하고 이 AZ백신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결국은 백신 접종도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미디어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저든 코비드 백신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하고 있고 그래서 코비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나 역시 현재의 코비드 백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신은 과학이고 과학은 언제나 새로운 과학으로 극복된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산다. 사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코비드 확산세에서는 백신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유럽에서 AZ 백신 공급이 늦어진데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AZ 백신 자체에 대..

[+3138days] 부활절 방학 마무리(feat. 동네 공원들)

동네 공원 사진이라고 올리면 한국에 친구들은 우리가 런던에서도 변두리 산다고 생각한다. 높은 건물도 없고 평평한 녹지가 많은 것 같아서. 물론 시내에서 보면 런던의 중심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변두리도 아니다. 런던에서도, 우리가 사는 지역이 더 그렇기도 하지만 높은 건물, 새 건물이 없는 평평한 주택가다. 물론 이 풍경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바뀌고는 있다. 일단 2-3존 경계기 때문에 시내로 가기에도 그렇게 멀지 않고, 런던 외곽으로 빠져나가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높은 집값과 좁은 집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더 넓은 공간과 좋은 학교를 찾아 런던 외곽으로 옮기기도 하고, 가족이 있는 경우 그 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

[+3132days] 이름이 곧 그 사람

누리의 부활절 방학도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다. 주말 넘기고 월요일 하루 더하면 화요일부터 등교. 지난주는 추워서 별 다른 계획 없이 보냈고, 그나마 이번주는 날씨가 나아져 여건이 되는대로 사람들과 공원에서 만나기도 했다. 어제는 누리가 발레를 배우는 곳에서 진행하는 하루짜리 워크샵에 보냈다. 뮤지컬 마틸다의 노래와 댄스, 연기를 배워보는 워크샵이었다. 워크샵은 방학 때마다 있어왔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라 생각해본적 없었다. 하지만 여행도 가지 않는 방학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해도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지비는 "그래도 판데믹인데"라고 걱정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모여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서 댄스하고 노래하는데 괜찮을지"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