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37

[life] 2020년, 안녕!

2020년은 2019년 시작된 Covid-19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2020년이 지나갔고, 솔직히 내년도 그 연장선이 될 것 같다. 2020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누리가 많이 자랐다. 덕분에 아이와 보내는 봉쇄기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아직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엄마들에 비하면). 다만,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조급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2021년엔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겠다. 어느 방향이 됐던 간에.. ☞ youtu.be/SQQ0nk2MbHg (글 쓰는 와중에 2021년!) 2021년 모두모두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ife] 누리의 여덟번째 크리스마스 - 먹고 또 먹고

유럽에서는 최대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명절답게 먹고 또 먹으면서 보내고 있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보다 그 전날인 이브를 더 기념한다고. 그런데 여기도 크리스마스보다 이브 저녁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명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에서 칠면조 같은 고기를 먹지만,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24일까지는 금식의 의미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주메뉴로 먹는 것들이 생선이나 해산물이라 우리도 이브엔 고기보다 주로 해산물을 먹는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12가지 음식을 먹는다지만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지비는 알기는 알아도 그 12가지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지는 못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가 척!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안되니 그 중 폴란드 대표음식 중 한가지인..

[life] 크리스마스카드 격리(feat. 산타 추적기)

크리스마스는 내일이지만 사실상 오늘부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변종 Covid-19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점에 '즐긴다'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및 친구들과 져녁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가족 이외 만남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마트만 장보는 사람들로 북적인 하루였다. 사실 지금 런던은 마트와 약국 정도만 영업이 가능하다. 우리는 어제 장보기를 마친 덕분에 좀 여유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기 위해서 다 같이 집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아무래도 그 집 엄마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올 것 같아서 지비에게 카드를 들고 가라고 했..

[life] 명절준비 (feat. 변종 Covid-19)

영국 안에 있으니 영국 밖에서 지금 뉴스가 되고 있는 변종 Covid-19 소식이 어떻게 들리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심각하게 보여지나 보다. 몇몇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왔다(고마워요!🙏). 마침 누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방학이라 1월 5일이 되어야 다시 학교에 간다. 지금으로서는 학교가 개학을 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우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우리끼리 집콕 중이다. 확산세가 무섭긴하다, 오늘 확진자가 3.9만이라고 한다. 현재 확진자의 60% 가량이 이 변종 Covid-19 감염된 경우라고 한다. 이 변종 Covid-19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고 9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지금 이 변종 Covid-19으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나라들이 영국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영국은 식량 ..

[life] 크리스마스와 Covid-19 (feat. Covid-19 규제 4단계 상향조정)

오늘 아는 가족과 공원에서 잠시 만나 서서 차를 한 잔 하든, 산책을 하든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나누자고 약속을 잡았던 날이었다. 그 집과 우리 집이 만나면 아이들 포함 7명이라 Covid-19 규제 3단계(Tier 3) 규정에 약간 벗어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요즘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의 Covid-19 확산세가 무섭기도 해서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비 예보도 있었고. 딱히 할 일이 없어진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에서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과 책을 챙겨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으로 산책을 나갔다. 차례대로 자선단체의 가게들에 들러 헌 장난감과 새 책들을 기부하고 크리스마스로 활기를 띤 거리 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같은 길을 걸어왔다. 집에 와서 시간을 보니 총 3시간이 걸린 산책이었다...

[life] 10년이 호로록..

다음 달이면 이 집에 산지도 10년이 된다. 시간 참 빠르다. 10년 동안 작은 가구들이 들고나고, 이쪽저쪽 옮겨지긴 했지만 큰 틀의 변화는 별로 없었다. 변화 없는 큰 틀을 유지하며 변화를 만들자는데(?) 동의하고 빈 벽에 액자를 걸어보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선언한게 9월이었는데 어제야 액자 하나 걸었다. 벽에 못치는 거 싫어해서 벽에 걸어야 할 것이 있으면 붙인 자국 없이 제거할 수 있는 커맨드 훅Command hooks and strips을 이용했는데, 액자는 무게가 상당해서 이 집에 10년 살면서 처음으로 벽에 못을 쳤다. 다음 주에 더 많은 못들을 쳐서 누리 방에도 액자들을 걸어줄 예정이다. 10년이 흘렀으니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하지만 Covid-19으로 집콕만 하고 있는 ..

[life] 손가락이 짧아진 장갑(feat.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몇 년 쓴 U브랜드의 히트텍 장갑에 구멍이 났다. 양쪽 검지. 새로 살 수도 있지만, 재주껏 꿰매면 한 해쯤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 꿰맸는데, 역시 재주가 없으니 뭉툭하게 쑥 짧아졌다. 뭉툭하게 쑥 짧아진 장갑을 보다가 떠오른 한 사람. 초등학교 때(당시는 국민학교) 학교 앞에 일명 뽑기 아저씨가 있었다. 손수레에 여름이면 설탕물인지 미숫가루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음료도 팔았고 번데기 같은 것도 팔았는데 주거래 품목은 뽑기였다(다른 지역에선 달고나라 하더라만). 설탕을 녹여 그림으로 모양을 찍어내면 바늘로 모양을 따라 오려내는 것도 있었고, 숫자판을 주어진 가림막(?)으로 가린 다음 숫자가 적힌 통에서 직접 가린 숫자를 뽑아내면 상품으로 내걸린 (또 설탕을 녹여 만든) 달달구리를 받을 수 있는 뽑기도 했..

[coolture] 사회가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9~12살)

우리집에서 가장 '영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누리다. '한국어' 책까지 포함시켜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이 누리일 것 같다. 영국에서 자라지 않은 내가 영국에서 자라고 있는 누리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가 어려운 숙제다. 영국 엄마들에게 혹은 누리보다 나이가 많은 자매가 있는 엄마들에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물어보고 사주기도 한다. 그 책 내가 읽어보니 너무 재미가 없더란. 영국의 학교는, 적어도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 쓰기와 읽기를 무척 '빡세게' 한다. 가끔은 한국의 아이들이 한국어 쓰기와 읽기를 이렇게 빡세게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초등학교 준비과정인 리셉션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읽기 책이 나온다. 아이의 진도에 따라 한 권 내지 두 권이 나오는데, 단계(oxford tree r..

[life] 사람이 변했다.

예전에, 한 십년 전, 누군가 찍어놓은 행사 사진 3~400장에서 쓸만한 사진 두 장을 골라달라고 했다. 사진 3~400장 보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사진을 빛의 속도로 넘겼다. 그러고보니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두 장을 골라내는 게 참 어려웠다. 그보다 더 앞서 취미로 내가 필름 사진을 찍을 때도 한 롤 24장 사진에서 괜찮은 사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진을 보는 내 기준이 있었고 거기에 맞춰 '잘 버렸다'. 좀 재수 없었네. 그런데 내 '자식' 사진은 이상하게 찍은 사진이라도 골라내기가 어렵고, 버리기가 어렵다. 요즘 작년에 누리가 발레를 배우던 곳의 발표회 사진을 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몇 장 인화해보려고. ..

[life] 먹기 위해 걷는다.

누리의 중간방학 때 1일 1빵을 하다 중간방학이 끝난 지금은 1일 1빵까지는 아니지만 2일 1빵 정도하고 있다. 주로 오후에 먹는 간식용이다. 달달한 간식을 사다 먹을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누리의 학교에서는 간식으로 건강식만 허용하는데 저칼로리 홈메이드는 예외다. 시판 머핀보다 설탕이 적다고 증명할 방법은 없는데 하여간 그렇다. 쉽게 말하면 가게에서 산 마들렌, 머핀, 쿠키는 가져갈 수 없지만 집에서 만든 마들렌, 머핀, 쿠키는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견과류가 없는 홈메이드여야만 한다. 도시락용으로만 굽는 일은 없고, 구운 것 중 견과류가 없고 누리가 학교에 가져가고 싶다면 싸준다. 대부분은 싸갈 것도 없이 다 먹어버리지만. 그 중 마들렌은 확실히 도시락용이었다. 평소 같으면 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