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크리스마스와 Covid-19 (feat. Covid-19 규제 4단계 상향조정)

토닥s 2020. 12. 20. 09:33

오늘 아는 가족과 공원에서 잠시 만나 서서 차를 한 잔 하든, 산책을 하든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나누자고 약속을 잡았던 날이었다.  그 집과 우리 집이 만나면 아이들 포함 7명이라 Covid-19 규제 3단계(Tier 3) 규정에 약간 벗어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요즘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의 Covid-19 확산세가 무섭기도 해서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비 예보도 있었고. 

딱히 할 일이 없어진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에서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과 책을 챙겨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으로 산책을 나갔다.  차례대로 자선단체의 가게들에 들러 헌 장난감과 새 책들을 기부하고 크리스마스로 활기를 띤 거리 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같은 길을 걸어왔다.  집에 와서 시간을 보니 총 3시간이 걸린 산책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 앞 그린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들도 만나 잠시 서서 노래도 들었다.  Covid-19로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라 활기찬 거리를 보고 음악도 들으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게다가 날씨가 무척 따듯해서 겨울 코트를 활짝 열어야 할 정도였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 소나기를 맞아 옷이 젖기는 했어도 참 포근하고 산뜻한 겨울 산책이라고 우리들끼리 이야기했다.  

 

youtu.be/nNZ4-BMSOaE

 

집에 도착해서 마트에서 사온 스시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각자 휴식에 들어갔다.  결국 나는 잠들어버렸는데, 한 시간쯤 뒤에 일어나 TV를 켜보니 오늘 자정부터 런던이 Covid-19 대응 4단계(Tier 4)로 전환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지난 달 봉쇄(lockdown)이 끝나고 2주만에 3단계로 상향조정하더니 거기서 다시 3일만에 4단계로 상향조정된 것이다.  4단계는 거의 봉쇄(lockdown)과 유사하다.  사실 요며칠 Covid-19의 확산세가 무섭기는 했다.  매일 확진자 수가 3만 명 전후였다.  11월 봉쇄가 끝나는 시점에 Covid-19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확진자가 증가했다.  그 확진자 중 수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 청소년(7학년~11학년과 12학년~24세 미만)이고, 그 다음이 유아 및 어린이(2세~6학년)다.  이 연령층의 확진은 9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였다.  현재 영국은 초등은 아예 마스크를 학교 안팍에서 쓰지 않는다.   비록 중등은 학교 내 공동생활 구역에서 마스크를 쓰지만,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이 연령층이 중증이 적다며 괜찮다는 정치권.  교사들과 아이들의 가족들이 문제였다.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healthandsocialcare/conditionsanddiseases/articles/coronaviruscovid19weeklyinsights/latesthealthindicatorsinengland11december2020#age-differences

결국 정치권이 약속했던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는 4단계로 상향조정하면서 크리스마스 당일 만남 정도만 한정된 범위 안에서 가능해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나마 느껴졌던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다.  따듯하게 들렸던 브라스 밴드의 음악이 다시 들어보니 쓸쓸하게 들린다.  전에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무능한 정치가 참 원망스러운 요즘이다.😤  

 

사실 우리는 이래도저래도 우리 셋이 집콕이지만, 크리스마스에도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마음이 무겁다.  이.. Covid.. 이.. Tor..😢

하지만 지금 멈추지 않으면 1월에 다시 휴교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크리스마스도 중요하지만, 지난 봄부터 이 이상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 알아서 행동해주면 좋겠다.  물론 알아서 행동할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도 않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