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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달팽이구조대

요즘 애들이 지렁이를 알까? 영국에선 비가 오는 날이면 달팽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달팽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릴 땐 비가 오는 날이면 지렁이가 나왔는데 여긴 달팽이구만’. 아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국은 가든있는 집도 많고 공원도 많아 아직 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런던에 살아도 그렇다. 온통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이 지렁이를 알까? 아직도 한국은 비가오면 지렁이가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한다. 몇년 전 비가 내린 뒤 등교 길에 아이가 달팽이를 발견했다. 쪼그려 앉아서 그 달팽이를 보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이 작은 녀석(little fella)는 길 한가운데 있다가는 밟혀서 깨지니까(그래서 죽으니까) 저리로 보내주자”며 살짝 발..

[life] 이제 겨우 봄

별로 궁금하지 않을 근황 - 3월 말부터 3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가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다녀와서는 3주간 자리를 비운탓에 또 정신없이 바빴다. 물론 한국가서는 한국이니까 매일매일이 바쁘고. 정말 바쁘다 바빠 1번 잡고 2번 삐약🐣의 연속이었다. 한국에 가서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공차) 딸기음료를 먹고, 있는 동안도 내내 딸기를 간식으로 먹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여름이 아닌 봄에 한국에 가서 한국의 봄을 맛보고 왔다. 여름, 한국에 가면 더위를 피해 급하게 에어컨과 에어컨 사이를 메뚜기처럼 뛰어다니기 바쁜데 정말로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맘껏 마시고 왔다. 이번 봄 한국행은 엄마의 80세를 기념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를 위한 여행도, 여행을 대신한 다른 여행도 ..

[+3826days] 이제는 쿨하고 싶은 아이

아이가 보는 어린이채널 뉴스 프로그램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관련 이슈가 나올 때 아이가 물었다. - 아이: Men's day는 없어? - 나: 없지.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쁜 때라 이야기를 이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서 말을 이었다. - 나: 왜 Men's day는 없을까? - 아이: Men are respected(남성들은 존경/대우를 받으니까). - 나: 그렇다기 보다는 여성들이 discriminated. 아이는 '대우' '차별' 같은 한국어는 어려워하니까 이 부분은 영어로 답했다. 그런 날이 올런지는 모르지만 여성이 차별 받지 않는 날이 와도 차별 받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 날을 기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은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life] 메리포핀스 - 책, 영화 그리고 뮤지컬

지난 가을 런던에 다녀간 친구와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메리포핀스'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가 저학년 때 런던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꾸미고 등교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어떤 아이가 메리포핀스 의상을 입고 왔다. 그걸 보고 '메리포핀스, 아이 돌보미 이야기 아닌가, 아이 취향인가 부모 취향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 영화 메리포핀스 리턴즈가 개봉했을 때 아이과 함께 보고 '와우!'했다. 원작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내가 관심을 가진 서프라젯 - 여성 참정권 운동과 사회 분위기가 구석구석 숨겨진 영화였다. 그런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도 볼 거리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가 매우 극적이다. 마치 한 편의 공연 같다. 아이가 좀 ..

[life] 솥밥

쌀을 씻어서 전기 압력밥솥에 넣고 짜장소스를 만들었다. 짜장소스를 다 만들고 밥을 뜨려고보니 밥이 안됐다. 그렇지 않아도 오락가락하던 밥솥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고장이 난 것 같다. 취사버튼을 누르면 몇 초 뒤 보온으로 넘어간다. 짜장소스 만들기에 집중하느라 몰랐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 마음은 급하고 전자렌지에 넣어볼까 하다가 솥밥을 했다. 일단 솥에 옮겨담고 강불로 올리고 중간에 약불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아서 검색을 해봤다. 인터넷 없으면 먹고 살지도 못했다.😭 놀랍게도 레시피 사에트에는 솥밥하는 방법도 올라 있다. 그런데 중불로 끓이기 시작해야 한다고해서 급하게 중불로 바꾸었다. 중불로 5분, 약불로 10분, 불 끄고 뜸들이기 10분. 놀랍게도 밥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캠핑 이후 솥밥은 처음..

[캘리포니아] 라구나 해변, 새해맞이 그리고 일상

런던으로 돌아오기 전 이틀은 평온하게(?) 보냈다. 긴 비행시간을 대비해 체력을 아끼고 싶었고 날씨도 그 전만큼 좋지 않았다. 준비 없이 친구네가 자주 간다는 라구나 해변에 산책을 갔다. 집에서 20-30분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건 참 행운이다. 친구도 부산사람이라 20대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며 늘 바다 타령을 하곤 했는데-.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해변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서로 피하는 분위기?😅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해변에 왔으니 아이스크림은 피해갈 수 없다. 친구가 추천하는 젤라토 파라디소로 고고. 런던도 그렇지만 아이스크림은 미국 역시 이탈리안 젤라토가 꽉 잡고 있는 모양이다. 괜찮은 집이었다. 평소 줄이 길기로 유명한데..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짧지만 피곤했던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치고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는 날 -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취소 됐다. 공항에 들어갈 때 본 짙은 안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목적지로 가는 우리 앞 비행기도, 뒷 비행기도 그대로 운항했는데,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만 취소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체결함으로 취소 됐다는 것 같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항공편 취소 소식을 듣자 말자 지비는 전화로 예약을 시도했고, 나는 우리가 타는 항공편을 운항하는 아무 게이트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물었다. 게이트 직원이 공항 한 켠에 있는 안내데스크를 알려줘서 재빨리 줄을 섰다. 우리 앞에 4~5명 정도 밖에 없어서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모두들 대체 항공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였는지 30분이 ..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2일

작년 5월쯤 항공권 구입 때 예약한 호텔은 조식 서비스가 안됐다, 코비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텔 앞 별다방에서 아침을 해결하자며 일찍 호텔을 나섰다. 호텔 정문 앞에 위치한 라이카 카메라 매장. '소싯적'(?)이라면 들어가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냥 통과. 사실 문도 열지 않았더라만. 가장 가까운 별다방을 찾아 다녔는데, 문을 연 곳은 앉을 곳이 없는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이었고, 앉을 곳이 있는 곳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본 차이나타운 골목 입구. 그러다 발견한 블루버틀 커피. 한국 소셜미디어에 한참 올라오던 커피라 이름만 들어 본. 우리도 맛이나 보자며 들어갔다. 커피는 나쁘지 않았으나 가격이 너무 나빴던(비쌌던) 블루버틀커피. 정말 생활런던인들 뺨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1일

지비가 미국 서부에서 가고 싶었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이었다. 본업이 IT라서 샌프란시스코에, 스타벅스 때문에 시애틀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나의 대답은 ‘NO’. 결국 여행 기간 중에 1박 2일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됐다. 그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배틀트립의 샌프란시스코 편. 겨우 열 시간 비행의 여독이 풀려갈 무렵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고고. 공항에서 구입한 나무늘보 인형. 캘리포니아랑도 미국과도 전혀 상관 없어서 안사준다고 했는데, 심지어 영국보다 비싸게 팔고 있었다. 아이가 눈물바람 하는 바람에 지비가 앵겨줌. 이 인형을 계산하는 직원이 이 인형을 잡자말자 “헤~엘~~로~~~ 하~~~~와~~~~~유~~~~~~”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빵 터졌다. 나무늘보..

[캘리포니아] 산 디에고 씨월드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었던 우리에게 친구가 추천한 산 디에고 씨월드. 입장료가 비싸다고 우리만 내려주고 인근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친구를 설득해서 함께 들어갔다. 사실 입장료 3장을 사나, 연간 회원권을 사서 친구와 아이를 게스트를 초대하나 가격은 같고. 심지어 나중에 친구가 그 연간 회원권을 쓸 수도 있으니 연간 회원권이 이득이었다. 혹시 모른다, 우리가 일년 안에 또 갈지. 그렇게 찾아간 산 디에고 씨월드. 중간에 교통정체가 있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씨월드는 아쿠아리움이라기보다는 해상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중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입구에 위치한 닥터피쉬 코너. 입장료도 내고 들어왔는데, 다른 거 봐야지해도 발길을 떼지 못하는 아이. 친구 말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