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2일

토닥s 2023. 2. 13. 03:01

작년 5월쯤 항공권 구입 때 예약한 호텔은 조식 서비스가 안됐다, 코비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텔 앞 별다방에서 아침을 해결하자며 일찍 호텔을 나섰다. 호텔 정문 앞에 위치한 라이카 카메라 매장. '소싯적'(?)이라면 들어가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냥 통과. 사실 문도 열지 않았더라만.

가장 가까운 별다방을 찾아 다녔는데, 문을 연 곳은 앉을 곳이 없는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이었고, 앉을 곳이 있는 곳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본 차이나타운 골목 입구.

그러다 발견한 블루버틀 커피. 한국 소셜미디어에 한참 올라오던 커피라 이름만 들어 본. 우리도 맛이나 보자며 들어갔다.

커피는 나쁘지 않았으나 가격이 너무 나빴던(비쌌던) 블루버틀커피. 정말 생활런던인들 뺨치는 미국물가였다.

멀지 않은 곳에 전날 저녁 들렸던 한국 빠리빵집이 있어서 다시 들렸다.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 사준다고 했지만,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빵이 없을지도 모른다며 사고 싶어했다. 그래서 비축 개념으로 구입.

그리고 우리가 향했던 곳은 우리가 호텔을 예약하면서 인근 지도를 살피다 발견한 일본군 강제 위안부 소녀상이 있는 곳. 지도 상으로는 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공원과 연결된 건물 위 정원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떤 소녀상인지는 모르고 찾아갔는데, 노인이 된 할머니가 어린시절 자신과 같은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상이었다. 어렵게 설치된 소녀상이 일본의 압력으로 철거되기도 하는데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기를-.

그 다음 우리가 찾아간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 박물관.
사실 여행을 가면 지비와 참 많이 싸운다. 피곤하도록 많이 많이 걸어야 '잘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지비고, 나는 한 몸 건사하기가 힘든 처지라.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녀상에서 케이블카로 이동하는 동안 한국의 여름비 같은 비가 세차게 내렸다.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다던 케이블카 박물관은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고 30-40분을 걸어야했다. 우산을 들고 아이와 걷느라 휴대전화를 확인할 틈이 없었는데, 지비는 케이블카 박물관으로 가는 동안 본인이 가고 싶었던 차이나타운을 경유하고 싶었던 것. 그래서 차이나타운을 경유해 가느라 그렇게 먼 거리를 걷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샌프란시스코는 오르막길 투성이.
도중에 폭발한 내가 지비를 멈추지 않았으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도착했을 케이블카 박물관. 그렇게 도착했지만, 나도 아이도 어디에 얼른 앉아서 쉬고만 싶었는데 박물관이 내가 기대했던 박물관이 아니라 까페가 없었다.
왜 샌프란시스코에 다니는 것들이 트램이 아니라 케이블카인지, 그리고 그 케이블가가 운영되도록하는 일종의 엔진이 되는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했지만 아이는 케이블카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서 꾸벅꾸벅 졸기 직전. 그래서 시내 같아보이는 유니언스퀘어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서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식당을 찾아서 고고.

앞서 잠시 이야기 했지만, 케이블카가 다니는 주요 도로에는 케이블이 매설되어 있다. 이 케이블은 적어도 케이블카가 운영되는 시간에는 쉼없이 돌고 있는데, 케이블카는 그 돌고 있는 케이블을 꼭 잡으면 케이블카가 그 움직이는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멈출 때는 움직이는 케이블을 놓아버리는 식.
지금은 교통수단이 아니라 관광용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편도 $8 정도였다.

선물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려고 하니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그 비탈길을 내려가 현금을 찾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온 지비. 요즘 세상에 카드가 안된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물건을 계산하고 거기에 다시 세금을 덧붙이는 식이라 생활런던인 우리는 조금 어이가 없긴 했다. 계산기로 투닥투닥 두드리심. 그걸 보는 나는 탈세가 쉽겠는데...하고 생각함.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 운영 도로에 매설된 케이블.

우리가 가려던 유니언스퀘어 쪽으로 운행을 안한다던 케이블카를 어떻게 어떻게 타고 이동했다. 케이블가 운행지도가 있기는 한데, 주로 운전하시는 분들이 "어디가?" 물어보면 어디어디 대답하면 "타!'하시거나 어디까지 걸어가서 타라던가 하는 정보를 주신다.

유니언스퀘어에 도착하고 보니 우리가 가려던 일식당은 폐점하고 없고, 명품점들로 가득한 곳이라 우리랑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인지는 알 것 같지만. 지비가 가보고 싶었던 메이시즈 Macy's 가 정면에 보였는데, 검색해본 지비가 저기도 푸드홀이 있다고 하니 가보자고 해서 들어갔다. 푸드홀엔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없어서 결국 매장 한 가운데 있는 별다방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우동은 다음 기회에 사준다고 아이를 달래서. 그런데 이 우동 먹을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아침부터 세찬비를 맞으며 다니느라 힘들었던 모두. 먹고 싶은 것 다 골라 사먹으면서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지비가 이 메이시즈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 이유는 미국 최대 동물 입양 기관이 운영하는 부스가 입주해 있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였다. 건물 전체를 돌아다녀봐도 찾을 수가 없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었던 동물 입양 기관.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던 중 메이시즈의 건물 한 켠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발견. 가보니 우리가 찾고 싶었던 동물 입양 기관의 부스였다. 그런데 그 부스라는 것이 벽 한 켠이 유리로 되어 있고, 그 안에 아기 동물들이 있었다. 귀엽기는한데, 어떤 면에서 어린 생명들이 상품화 된 것 같아 좀 불편함도 있었다. 유리 벽에 붙어서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아이에게 5달러짜리 지폐를 주어 기부하게 하고 겨우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다른 집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애들이 유리벽에 붙어서 떠나지 않음.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마틴루터킹 기념비가 있는 공원. 꼭 이곳을 찾아간 것이라기보다는 인근에 있는 어린이 창작센터나 갤러리에 가보려고 했는데, 도착해서보니 예약이 필요하고. 이용자가 거의 없어서 현장구매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한 시간 정도 보내기엔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그래서 공원만 둘러보고 일찍 공항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린이 창작 센터 앞 회전 목마. 이용객이 아이 포함 3명이었던듯.

공항으로 갈까하고 영화관이 입점해 있는 건물을 통과하던 중 아시아 푸드코트 같은 곳을 발견.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점심을 먹을껄하고 후회를 했지만, 심지어 한국음식 코너도 있었다, 점심을 또 먹기엔 어중간해서 버블티나 먹을까 하고 둘러보던 중 Taiyaki라고 쓰여진 상점 발견. 그건 붕어빵인데?하고 다가가서 보니 붕어빵을 모티브로 한 아이스크림 가계였다. 우리는 당연히 주문 고고.

붕어빵 모양의 콘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줄꺼라 생각했는데, 콘 대신 컵으로 주문하니 붕어가 녹차와 검은깨 아이스크림을 토해내는(?) 형상이 되었다. 가격대비 무척 만족스러웠으나 붕어 굽고 아이크림 담고 하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비로 몸과 마음이 힘든 샌프란시스코 여행, 자 이제 따듯한 남쪽으로 가자며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자전거 싣는 곳이 특이한 버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는 택시로만 이동했다. 인원이 셋쯤 되니 일일이 노선과 위치를 찾아가며 버스를 타는 것보다 비용이 적당하기도 하였고 쉬지 않고 내린 비도 한 몫 하였다. 개인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없는 여행지는 가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다. 미국은 대중교통수단은 있지만, 편리하지는 않은 그런 느낌. 4년을 산 친구도 비행기 이외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본적이 없다고 하니 그 불편함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차를 많이 이용하는 미국이 도로는 잘 되어 있느냐-, 또 그건 아닌. 나라가 넓어서 그렇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색다른 경험이었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여행이었다.

길 위의 마스크 #206

피곤에 지친 우리는 전에 없이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아늑한 공항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그런데 공항에 도착할 때쯤 우리 비행기가 얼마간 지연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정도는 OK하면서 여유있게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공항으로 들어갔다.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하고 비행기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려는데 지비가 그런다. "우리 비행기가 취소됐어!". 비행기 출발 안내 정보 앞에 가보니 정말 우리가 타고 가야할 비행기가 취소됐다. 하늘이 노랗게.. 하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