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토닥s 2023. 2. 18. 06:33

짧지만 피곤했던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치고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는 날 -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취소 됐다.  공항에 들어갈 때 본 짙은 안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목적지로 가는 우리 앞 비행기도, 뒷 비행기도 그대로 운항했는데,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만 취소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체결함으로 취소 됐다는 것 같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항공편 취소 소식을 듣자 말자 지비는 전화로 예약을 시도했고, 나는 우리가 타는 항공편을 운항하는 아무 게이트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물었다.  게이트 직원이 공항 한 켠에 있는 안내데스크를 알려줘서 재빨리 줄을 섰다.  우리 앞에 4~5명 정도 밖에 없어서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모두들 대체 항공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였는지 30분이 넘도록 줄을 서고서야 우리 차례가 왔다.

 

전화로 예약상황을 알아본 지비는 그 날이 12월 30일이었는데, 우리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는 1월 1일에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비교적 로스엔젤레스와 가까운 산 디에고로 가는 당일 항공편을 예약했다.  우리 차례가 와서 다시 직원과 이야기를 해보니, 자기들 기준으로는 산 디에고보다 팜스프링스가 더 가깝다면서 그쪽으로 변경해서 우버를 연결해준다고?  대략이라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팜스크링스에서 산타아나(로스엔젤레스) 공항까지 우버 비용은 얼마쯤?"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걱정 말라"며 항공사에서 대준다고.  사람 마음이 그렇다, 내가 "혹시 그 우버를 공항 아니라 집으로는 안돼?"냐고 물었더니 "OK".  항공편 취소는 비극(?)이었지만 끝은 비교적 해피엔딩.  다만 예상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내 체력을 갈아넣어야 했지만.    

 

우리가 항공권을 해결하느라 데스크 앞에 있는 동안 아이는 너무나 불안해 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이런 상황을 맞은 것도 그렇고, 우리의 긴장과 불안이 아이에게 전달되었을테다.  그래서 좀 오버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기로 했다.  우동으로 저녁 해결하기!  그래서 점심 때 못먹은 우동을 결국 공항에서 먹게 됐다.  다만 우동은 엄청나게 비싼.  우동 셋, 해물샐러드 하나, 음료 하나에 $7~80선이었던듯.

 

항공편이 취소되서 다른 도시로 가는 비행기로 바꿨는데, 그것도 지연된.  30분은 '애교'수준이라며 우리끼리 웃었다.  친구 말로는 미국 내 항공편의 지연이 너무 잦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소재의 영화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렇게해서 예정에도 없이 팜스프링스에 가보게 됐다.  단, 공항만.  공항 앞에서 바로 우버를 타고 친구네로 갔으니.

 

한국의 배틀트립 캘리포니아편에도 팜스크링스가 나왔다.  그걸 본 지비가 팜스크링스에 가보자고 했는데, NO라고 한 번에 잘랐는데 결국 이렇게 가본.  "다 너 때문"이라며 후하하하..흑흑흑..

 

 

 

다른 나라라 거리감이 없겠지만, 한국으로치면 서울에서 부산가는 항공편이 취소됐는데, 항공사에서 서울-대구편으로 항공편을 바꿔주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택시를 태워주는 격이다.  

런던에서 차로 한 시간 반, 두 시간이면 엄청나게 먼 거리인데, 미국에서는 '가뿐한' 거리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아주 쉽게 우버비용을 대주나 싶고.   우버비용이 호텔비용보다 적고, 다음날이라고 여유좌석이 있을리 없으니 이렇게라도 귀가시키는 게 항공사측에서는 나은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잊지 못할 경험이 하나 더 추가됐다.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울고 싶었던.  신기한 건 화내는 손님도 없고, 짜증내는 직원도 없었다.  직원들은 멘탈이 '진정 갑'인지 끝까지 웃는 얼굴로 대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옆의 손님은 우리가 줄을 서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출발해버린 수화물과 연결편 문제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극적으로 해결되는 순간 너무 고맙다며 직원들을 껴안았다.  고맙기는.. 항공편이 취소됐는데..하며 쳐다보는 한국인 1명, 폴란드인 1명..😑

그렇게 팜스프링스로 경유해서 왔던니 친구는 "팜스프링스에 좋은 호텔 많은데 숙박 해달라고 하지!"  미국은 그런 나라인가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