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1일

토닥s 2023. 2. 4. 07:14

지비가 미국 서부에서 가고 싶었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이었다. 본업이 IT라서 샌프란시스코에, 스타벅스 때문에 시애틀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나의 대답은 ‘NO’. 결국 여행 기간 중에 1박 2일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됐다. 그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배틀트립의 샌프란시스코 편. 겨우 열 시간 비행의 여독이 풀려갈 무렵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고고.

공항에서 구입한 나무늘보 인형. 캘리포니아랑도 미국과도 전혀 상관 없어서 안사준다고 했는데, 심지어 영국보다 비싸게 팔고 있었다. 아이가 눈물바람 하는 바람에 지비가 앵겨줌.
이 인형을 계산하는 직원이 이 인형을 잡자말자 “헤~엘~~로~~~ 하~~~~와~~~~~유~~~~~~”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빵 터졌다.
나무늘보 sloth는 바쁜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컨셉이다. 우리는 왜 이런 캐릭터가 유행인가 잘 몰랐는데, 아이와 나란히 앉아 한국에서는 쥬토피아라고 알려진 쥬트로폴리스를 보면서 이 동물의 미덕을 알게 됐다. 그 때도 나란히 앉아서 그 영화를 보다가 나무늘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셋이 동시에 빵 터졌다.

연어가 그려진 알라스카항공

추적추적 비를 맞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바로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금문교. 금문교 Golden Gate에 가서야 붉은 색의 금문교가 왜 금문교인지 알게 됐다. Golden Gate Bay, 골든 게이트 만 위에 지어진 다리라 그렇게 부른다고. 그러면 한국어로도 금문만교라 불러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

아쉽게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원래 이 다리가 보기가 어려운 다리라고 한다. 수분 많은 공기가 바다에서 불어오기 때문에 늘 안개가 많은 곳이 샌프란시스코라고. 그런데 아이의 설명이 웃겼다. We bear bears에 보면 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가 뭐라 이야기하고 ‘따다~’하고 뒤돌아 보니 안개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샌프란시스코가 원래 그런 곳이라고. 그 만화의 배경이 샌프란시스코다.
우리는 그 만화의 기념품 가게 있으면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다리가 보이는 까페에서 커피와 파니니로 허기를 채우고, 기념품 가게 들러 다리 모양의 효자손을 사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는 월트디즈니 박물관. 처음엔 이곳이 디즈니, 디즈니 캐릭터와 관련된 곳인 줄 알고 가려다가 알아보니 디즈니를 만든 월트 디즈니에 관련된 박물관이라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여행 전 비가 많이 오는 일기예보를 보고 실내활동을 할만한 곳을 찾다 이전의 결정을 바꾸어 가보게 됐다. 로스엔젤레스의 디즈니랜드가 최초의 디즈니랜드인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일가가 미국 서부에서 시작되어 그에 관한 박물관이 여기에 위치하게 됐다.

월트 디즈니가 수상한 오스카
유머를 발전시키면 결국 그 유머가 너를 발전시킬 것이다

오스왈드는 월트 디즈니가 만든 토끼 캐릭터. 자신이 만들었지만, 소속되었던 회사와 결별하면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어 만든 캐릭터가 미키 마우스다.

박물관의 한 켠에는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쟁의 기록물도 있었다. 디즈니 스튜디오는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이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던 때 사회적 영향을 받은 쟁의였다.
사회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이지만, 창작영역에서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다. 단, 그 노동이 이른바 합법적 지위를 가진 노동자들의 노동일 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어디나-.

그때나 지금이나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동쟁의는 그마저도 창의적이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월트 디즈니의 생애를 다룬 곳이라 그 마지막은 그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 카툰들의 모음이었다. 60대 중반에 생을 마감했지만, 미국 문화의 대표 컨텐츠를 남긴 월트 디즈니.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괜찮은 박물관이었다.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다는. 예약제라 붐비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앱을 다운 받으면 자신의 휴대전화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데, 한국어도 있다. 아이와 나는 요며칠 이 오디오 가이드를 밤에 듣고 있다.

길 위의 마스크 # 205

그 다음 우리가 간 곳은 롬바르드 길Lombard street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인 영화에 늘 등장하는 곳이다. 한국 부산에서 산복도로를 경험한 나로써는 새로울 것 없는 경사로였지만, 잘 가꿔져 있어 관광객들이 찾는다.
우리는 애초 이 앞에 내려서 사진만 찍고 가려고 했는데, 지비가 택시의 출도착 지점을 잘못찍는 바람에 이 길 위에서 내려 아래로 걸어내려왔다. 그리고 그 부근을 떠나기 전에 기념 사진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케이블카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피셔스 맨스 워프 Fisher man’s wharf.

골든 게이트 만 한가운데 알카트라즈 감옥 Alcatraz island
피어 39 앞 바다사자들

우산까지 쓰고 이곳을 찾아간 이유는 바다사자와 저녁식사였다. 바다사자 두마리..만. 그마저도 없었으면 울었을. 그리고 저녁 먹으러 고고.
샌프란시스코에 갈까 말까 하던 때 한국방송프로그램 배틀트립 샌프란시스코편을 봤다. 거기에 나온 식당. 그걸 보면서 “저긴 가야돼”하면서 샌프란시스코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식당명은 ‘배틀트립 샌프란시스코 식당’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일대 식당을 한 업체가 다 인수했는지 메뉴가 거의 비슷한데, 이 식당은 유명한 철판에 나오는 콤보세트가 있다.

크램차우더. 크램차우더는 조개가 들어가는 걸 처음 먹어봤는데, 영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크램차우더는 대구계열 생선이 들어간다. 듣자하니 예전엔 조개가 흔해서 조개를 넣고 만들었는데, 이제는 조개가 고급식자재가 되면서 생선을 넣고 만든다나. 그런데 여기서는 조개+게살이 들어가서 너무나 맛있었다. 우리가 ‘인싸’는 아니지만 비쥬얼 좋게 빵에 담겨 나오는 걸로 먹어보자며 몇 달러 더 주고 시켰지만, 아주 배고플 때 오는 게 아니라면 그냥 알뜰하게 그릇에 담겨나오는 걸 시키는 게 나을지도. 빵을 하나도 안먹고 일어나서 계산할 때 조금 후회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3종. 하지만 생각보다 허브향이 강해서 새우는 먹지못했다. 그래서 나랑 지비만 신나게 먹었다. 대신 아이는 게를 배불리 먹었다.

살짝 부족한 느낌이라 디저트 먹기에 딱 좋은 정도라며 식당을 나서, 다른 블로거님 글에서 본 비스코프로 갔다. 우리에겐 커피 시키면 달려 나오는 로터스 과자로 유명한. 그런데 가서보니 까페가 아니라 그냥 테이크어웨이만 하는 키오스크 수준이었고,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비스코프들을 비싸게 팔고 있었다. 변덕이 심한 우리는 급 계획을 변경하여 숙소 근처에 봐둔 한국 빠리 빵집으로 고고.

묵뚝뚝한 빠리 빵집에서 각자가 먹고 싶은 달달구리와 음료를 하나씩 골라들고 호텔로 가서 zZ
원래 호텔에서 잘 못자는데 바로 골아떨어짐. 디즈니 어드벤처에 간 날보다 더 많이 걸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