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8년 8

[life] 마침내 크리스마스

더운 여름 한국 다녀와서 정신 차려보니 가을 지나고 겨울, 마침내 크리스마스다. 지금까지는 12월 초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다. 참고로 오늘은 12월 20일. 이번주에 보낸 대부분의 카드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도착하겠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자리를 빌어서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게 마음이었다. 물론 그 마음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닿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 마음은 그랬다. 12월이 들기 전부터 매일 2시쯤되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정말 졸린 눈 비벼가며' 만들었다. 선물을 전하며 '내 피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밤마다 잠이 오니 바늘로 내 손가락을 찔러가며 만들었다는 뒷이야기. 듣고 있는 교육의 보충강의가 1..

[life] 또 중간방학이 끝났다.

6주마다 돌아오는 누리 학교의 방학. 이번에는 일주일 길이의 중간방학이 끝났다. 중간방학이 블로그가 뜸한 이유였다면 이유. 보통 방학이면 아이를 TV 앞에 두지 않기 위해서 밖으로 밖으로 다닌다. 그러니 집에 돌아오면 아이가 8시가 넘어 잠들어도 리모콘 누를 기력도 남아 있지 않는다. 보통 휴대전화로 다음날 할거리, 먹거리 정도를 찾아보다 잠이 든다.이번 방학은 그래도 좀 나은편이었다. 월요일은 공휴일이라 지비가 있었고, 그래도 밖으로 돌아야 하는 건 똑같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지비에게 누리를 맡기고 교육을 받으러 갔다. 소아응급처치 Pediatric First Aid라는 자격증 교육. 사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생전 처음들어보는 의학용어들을 사전 찾아가며 머리 속에 집어넣는..

[life] 나이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1번이 커피, 2번이 라면이다. 커피와 라면이 음식일 수 있는지 모르지만. 커피는 하루에 2잔으로 정해 마시지만 라면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라면을 먹고나면 속이 불편해서 먹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라면을 먹고난 뒤 더부룩함이 배부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보니 배부름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물론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끔 먹기는 한다. 요즘 라면을 대신해서 먹는 게 떡국이다. 너무나 쫄깃해서 과연 쌀떡국인지 의심이 가지만, 재료를 확인해보니 100퍼센트 쌀이라고 한다. 누리도 떡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 냉장고에 늘 있는 게 떡국떡. 혼자서 따끈한 국물과 함께 점심으로 먹기도 좋다. 떡국을 몇 달에 한 번 끓일 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어떨 때는 떡이 말..

[life] 변화의 시작 - 플라스틱 공해

작년부터 급격하게 뉴스 등장 빈도가 높아진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 그걸 볼 때만 해도 '이제야 사람들과 정부가 생각이라는 걸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생각도 자의적이기라기보다는 그 동안 쓰레기를 중국에 떠넘기기 하다가 그 길이 막히자 시작된 타의적 문제 제기였다. 세계 각국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올해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끄럽지만 나도 우리가 만드는 많은 쓰레기들이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는 걸 몰랐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냥 이 나라 어디쯤 매립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내가 분리해서 버린 쓰레기도 잘 자원재활용되는 줄 알았다. 듣자하니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도 상당히 낮다고 한다. 오늘도 뉴스는 영국 정부..

[life] 부활절 방학 전야

어제는 정말 정신 없는 하루였다. 개인적으로도 바쁘고 누리도 학교 야외학습에, 발레 마지막 수업에. 게다가 하루 종일 비는 내리고. 정신 없는 하루가 마쳐질 즈음해서 비는 그치고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다. 바쁜 어제가 끝나고 오늘 하루 준비해서 내일 부활절 방학과 함께 약간/조금 긴 여행을 가는데 짐싸기를 미루고 방황하고 있다. 여행 동안 읽을 책을 골라담고 있다. 과연 몇 권이나 읽게 될까.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해,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들을 구매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책 있으면, ebook 컨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누리가 실내복 겸 잠옷으로 입는 옷이 딱 네 벌이다. 수가 작아 열심히 빨아 입히니 낡기도 하였고, 길이도 달랑해서 U에서 한 벌 사보고 괜찮으면 더 사입힐려고 실내복 겸 잠..

[life] 토닥s와 쿠키 공장

지난 한 주 정말 많은 쿠키를 구웠다. 갯수로 따져보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닌데 오븐에 구울 수 있는 양, 구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매일 밤 20~30개씩 주 5일을 구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굽고 있다. 쿠키 공장 처음 3일은 지비의 생일 축하용으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을 쿠키를 구웠다. 회사에선 보통 생일이거나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초콜릿이나 컵케이크를 돌리기도 한다. 3일 동안 열심히 구운 쿠키를 내놓으니 "가방이 작아서 들고 가기 힘든데 왜 구웠냐"고 해서 아침부터 또 잔소리 듣고 회사로 가져갔다. 회사에서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나아진 지비. 그러니 말 좀 들으란 말이다.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아느님 말을. 지비의 생일 턱 쿠키를 구워놓고 다시 이틀 동안은 누리의 ..

[life] 추울땐 라면

런던 날씨는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 여름엔 25도를 넘는 날이 잘 없고, 겨울엔 5도보다 낮은 날이 잘 없다. 햇볕이 잘 나지 않아 체감 기온은 원래 기온보다 3도 정도 낮다고 하지만 내가 나고 자란 부산만큼이나 눈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이런 곳에 눈이 한 번 왔다하면, 그게 1~2cm라도, 도시가 야단난다. 그런데 화요일부터 간간히 내리고 있는 눈이 녹지 않고 쌓였다. 물론 런던 밖, 영국의 중, 북부는 더 많은 눈이 왔다. 런던의 많은 중등학교도 휴교를 했는데, 초등학교는 대부분 열었다. 중등학교는 차로 통학할만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오는 반면,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통학하는 거리에 사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수요일은 원래도 바쁜 날인데 눈 때문에 더 없이 바쁜 날이었다. 다행히 내가 듣는..

[life] 좋은 생각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누리와 지비는 폴란드 주말학교로 떠났다. 한 학기에 한 번 부모가 자원봉사 하는 날이라 일찍 나섰다. 주말학교를 마치고는 스카우트에서 런던 타워 Tower of London에 왕관을 보러 가는 날이라 둘은 저녁 6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전부터 이 생각을 하며 욕조 청소를 해서 뜨거운 물 가득 받아 놓고 목욕을 할까, 뭘 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기운이 달리는 느낌이라 둘이 보내놓고 이불 속에서 더 뒹굴기로 했다. 물론 지비에겐 이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둘이 보내놓고 아침빵 먹은 설거지를 하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침 먹으며 커피 한 잔 먹었지만, 다시 커피 한 잔 더 하자는 생각. 잠결에 과일과 도시락 싸고(그래봐야 햄과 치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