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book]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토닥s 2013. 1. 31. 22:08


오소희(2008).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북하우스.


나에게 여행에세이는 대리만족이면서 사전정보 수집인데, '도대체 갈 것 같지 않은 아프리카의 여행에세이를 읽어서 뭐하겠누'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지나칠 수는 없어서 한 번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프리카는 못갈 것 같다.  풍토병도 풍토병이지만, 현지인들에게 럭셔리여행 밖에 안되는 여행이 마음에 들지않고, 검은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꼬리를 물고 따라 올 것 같아서.  또 그보다 앞서 개인적으로 내 두다리와 대중교통수단으로 여행할 수 없는 곳은 '못간다'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행으로 다져진 모자지간의 탄자이나 우간다 여행기.  그런 두 사람도 아프리카에서 무릎이 꺾여야했는데 하물며 나같은 사람은 두 말해서 무엇하리.

그 둘의 무릎을 꺾이게 만든 것은 그런 거다.  아프리카엔 에이즈와 내전으로 고아들이 넘쳐나고, 더불어 고아원도 많은데, 그 고아원들이 외국인들의 기부를 노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점.  해외에서 오는 원조들은 현지인들의 손에 닿기까지 이리 떼이고 저리 떼여 10~30%만 원래의 목적대로 닿게 된다는.  아니 1%라도 닿게라도 된다면 다행이다.  그것이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계속 아프리카를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  이리 저리 떼이고 조금이라도 건네지는 것과 전혀 건네지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


왜 아프리카가 저렇게 어려운가에 대해서 유럽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것이 가장 많은 원조를 책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유럽이 어려워지면서 그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 건 여전히 탐탁치 않다.  물론 그녀는 월드비젼과 같은 단체와 일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깨울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모금을 진행하여 그녀가 여행했던 곳에 도서관을 세우기도 한다. 


아들을 데리고 오지를 여행하는 것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시작한 여행이 이젠 펀드를 만들고, 그 펀드로 계속 여행하며 사람들도 돕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람들이 이 모자의 여행에 열광하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나처럼 대리만족인가?  아니면 언젠가 그들도 이 비슷한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인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비와 나는 BBC의 자연다큐멘터리 AFRICA도 열심히 보았다.  이제 다음주 마지막 편만 남겨 놓은 상태.  TV화면에 보여지는 아프리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것이 냉혹한 자연의 질서를 담고 있다하더라고 정말 환상적이다.  그런데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은 환상적인데, 이 책에서 읽은 사람들의 세계는 그리 환상적이지 못하다.  무엇이 자연과 다를바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세계를 환상적이지 못한, 때로는 정말 정떨어지는 세계로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면 참담하다.

나는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고, 그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를 안다는 건 아프리카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짓밟았던 유럽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지구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작하건데, 분명 아프리카 여행에세이는 동유럽과 북유럽 여행에세이보다 인기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책 제목 위에 붙은 수식어가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인데, 글쎄다.  나 같은 사람이 마음의 길을 잃고 아프리카로 갔다가는 영영 길을 못찾을 가능성 98%다.  하여간 나는 아프리카는 못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