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taste] 요즘은 펜네

토닥s 2013. 1. 25. 04:44

펜네Penne는 새끼손가락 두마디만한 파스타다.  구멍이 뻥 뚫린 모양.  영국에 처음 와서는 이렇게 짧은 파스타만 먹었다.  그러다 면 종류가 땡겨서 그것만 한참 먹었다.  특히 근래엔 소스없이 올리브오일만 두르고 채소 넣어 먹다보니 두께가 두꺼운 짧은 파스타는 더 안먹게 됐다.

이 펜네는 특히 두꺼워 소스 없이는 먹을 수가 없고, 그래서 더 손이 안가는 파스타인데 마트에 가니 할인을 하길래 '오랜만에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나 먹어볼까?'하고 잘라진 토마토캔과 함께 사왔다.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는 다져진 쇠고기를 넣고 만드는 볼로네즈가 가장 평이하다.  평이한대로 만들어 먹어더니 뭔가가 심심하다.




'이 심심함의 정체는 뭘까?'하고 고민하다 '파마산 치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마산 치즈라는 게 한 번 사두면 다 먹기 전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습기때문에 한 덩어리로 일치단결해버려서 잘 안사지는 품목.  그래도 심심한 파스타는 먹을 수 없다며 살까말까 고민하는데 갈려진 하드치즈 발견.  한달정도 보관이 된다기에 구입해서 다시 볼로네즈 펜네 도전!




'바로 이거였다'하면서 더 이상 심심한 펜네가 아닌 적절히 간이 베인, 우리 엄마 표현대로 '간간한' 펜네를 먹을 수 있었다.  참고로 맛있는 볼로네즈 소스의 비결은 소스를 '자작자작' 오래 끓이는거라 합니다. 

그러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토마토 소스 말고 펜네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하고 찾아보니 '에그파스타'라는 품목이 등장.  달걀만 있으면 되고, 파마산 치즈 가루만 있으면 된다기에 바로 도전!



만들다보니 달걀만 있으면 웬지 부족할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는 시금치도 넣고, 버섯도 넣고, 양파도 조금 넣었다.  만들다보니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이탈리아 친구가 만들어준 파스타와 비슷한 모양이라는 걸 알게 됐다.  '베이컨 같은 게 있으면 좋을듯한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뭐라도 있어야 됐다.

펜네로 만든 에그파스타는 정말로 심심했다.  치즈 가루 없었으면 어쩔뻔.(- - );;


오랜만에 내가 만들고도 끝내기 힘든 음식을 먹었다.  이걸로 펜네는 당분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