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34weeks] 임신부가 여행에 필요한 서류

토닥s 2012. 8. 25. 01:31

밀린 Newbie Story ②

8월이 됨과 동시에 가족들이 런던에 왔다.  지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보내고, 이틀 동안 청소와 빨래 그리고 낮잠을 번갈아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수요일.  모르는 사람은 벌써 애 놓으러 간 줄 알았겠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생각은 했는데 올리지 못한 꺼리들 어서 올려야겠다.


가족들과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었던 곳은 사실 바르셀로나였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가우디를 알리 없어, 그냥 만만한 파리를 넣었다.  에펠탑을 아실테니까.  그리고 파리까지는 기차로 가니까 내가 임신 몇 주던 그다지 제약이 없었다.  그런데 언니가 스위스를 넣자고 했다.  언니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꼭 부모님을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스위스.  '스위스? 좋지.  근데 스위스면 비행기를 타야잖아.  끙..'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임신을 알게된 즈음 한국에서 런던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 그리고 대략적인 가족여행의 비행기 티켓 구입이 동시에 이뤄졌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그게 바로 돈이니까.  한국의 여행사에 미리 연락해 인천-런던 5인 왕복 항공권을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에서 살 예정이니 가격이 나오는데로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1월에 가격이 고지되는대로 바로 구입을 해 1인당 백만원쯤 절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족에겐 꽤나 큰 비용이 들었다.  물론 애초 약속대로 1인 왕복 항공권 구입비용은 우리가 지불하고 나머지는 부모님이 모두 내셨다.  주변에선 여름에 가족들이 온다고하니 우리가 초대한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내고 오셨다.  미안해, 우리가 아직 가난해서.  흑흑. (i i )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바로 여행일정을 조정하고 이곳에서 이동에 필요한 기차, 비행기 티켓 구입에 나섰다.  파리로 갈 유로스타는 여행 4개월 이전에야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일정을 기록해놓고 기다렸다.  4개월을 조금 더 앞둔 어느날 지비가 노파심에 들어가보니 우리가 여행하려는 시기의 유로스타의 티켓판매가 이미 열려 있는 것이다.  올림픽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서둘러 7인의 런던-파리 유로스타 편도 티켓을 구입했다.  아쉽게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인당 £50가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했다.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서 바로 스위스 제네바-런던 편도 항공권을 구입했다.  저가항공 Easyjet과 Ryanair 중에서 우리에게 적당한 시간에 비행기편이 있는 Easyjet에서 구입했다.  티켓을 구입할 때 막 임신 여부를 알게 된 터라 그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봤다.


두 항공사 모두 27주까지는 일반적인 탑승이 가능하고, 28주 이상 36주 미만은 조산사나 병원에서 발급받은 medical certificate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6주 이상은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하다.  티켓구입전에 주수를 세어보니 여행을 하려던 주가 딱 34주.  '아, 고마워요.  하늘님'하면서 티켓을 구입했다.  이로써 모든 것이 여행과 임신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3월초 첫번째 초음파 촬영에서 생겼다.


10주에서 14주에 있는 초음파 촬영에서는 아기의 성장상태를 기반으로 출산예정일을 잡는다.  그러면서 임신 주수를 조정하는데, 나의 경우는 초음파 촬영을 13주에 했다.  그런데 아기의 머리둘레가 크다고 13주에서 14주로 주수를 늘이고, 또 출산예정일을 한 주 앞당겼다.  출산보다 여행이 걱정이 됐다.  겨우 한 주 앞당겼지만, '이런 일이 또 있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초음파 촬영 뒤 면담을 한 의사에게 물어봤다.  또 임신 주수를 조정할 경우가 있는지, 그리고 항공기 탑승에 필요한 여행증명서는 언제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는 다시 출산예정일을 조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하면서 임신 주수를 내용으로 담은 여행증명서는 GP에서 받을 수 있다고 답해주었다.  의사는 36주 이상도 사실 항공 탑승이 임신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출산 가능성이 높은 시기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그 위험을 지지 않으려고 제한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휴..'하면서 지비와 돌아나왔던 3월의 기억.


Medical certificate


가족들이 드디어 런던에 도착하고 정신없이 보내다가 파리-인터라켄 여행을 앞두고 GP에가서 임신 주수를 증명하는 medical certificate를 부탁했다.  받고보니 참 간단한 종이 한 장.



김 아무개는 임신 몇 주고, 비행에 문제가 없다는 말과 GP 의사의 사인sign이 전부였다.  이거 받는데 왜 내가 48시간 이전에 GP에 신청하고 받아와야하는지 알송했지만, 일단 받았다는데 안도하면서 여행을 떠났다.  제네바에서 런던으로 돌아올 때 혹시나 물어볼까 싶어 항공권, 여권과 함께 꼭 쥐고 있었는데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문제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웬지 헛고생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았다는데 의미를 두는 수 밖에.( - -)


Maternity record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에 필요한 서류 외에도 Maternity record라는 내 임신에 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노트도 챙겨야 했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모든 기록을 전산화하여 내가 어느 GP를 가든, 어드 병원을 가든 NHS 등록번호만 알고 있으면, 심지어 생년월일과 주소만 알고 있으면 나의 의료 정보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도 임신과 관련해서는 따로 노트가 만들어져있다.  의료전산시스템에 남아 있는 기록이 수기로 남겨져 있고 각종 검사 결과지도 함께 묶여져 있는 노트다.  이 노트는 내가 다니는 병원에 보관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신부 본인인 내가 보관하며 병원에 갈 때마다 함께 가져가야한다.  그 때문에 임신 후반기로 갈 수록 두꺼워지면서 너덜너덜해진다.


병원 대기실에서 이 노트 없이 병원을 방문한 임신부를 본적이 있다.  스태프는 딱잘라 집에가서 다시 가져오지 않으면 자기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NHS 등록번호를 몰라도 생년월일과 주소정도만 확인하면 받아주는 GP랑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즈음 미드와이프가 27주가 넘어가면 어딜가더라도 이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순진하게 왜냐고 물었더니, "자 생각해봐.  네가 혼자서 westfield에서 쓰러졌어.  아무도 널 몰라.  어떻게 할꺼야?  그런데 이 노트만 있으면 사람들이 네가 누구고, 지금까지 어떤 처치를 받아왔는지 알 수가 있어."라고 아이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 설명해주었다.  속으론 '그럼 신분증만 있으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론 "그렇구나"하고 답했다. 

참고로 westfield는 우리가 사는 동네와 병원에서 가까운 쇼핑센터다.  얼마전까지 유럽최대였지만, 지금은 올림픽 주경기장 옆에 세워진 새로운 westfield가 유럽최대란다.( ' ');;


그렇다고 조산사의 말을 따라 27주 이후부터 내가 이 노트를 계속 들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먼 길엔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여행짐과 함께 챙겼다.



European Health Insurance Card


medical certificate와 maternity record와 함께 챙긴 또 하나, 바로 EHIC다.  대체로 유럽은 무상의료시스템이지만 무상의료시스템과 함께 값비싼 사의료스시템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행 중에 항생제와 같은 약이 필요해서 무료로 처방을 받으려면 이 카드가 필요하다.  NHS에 등록된 사람이라면 이 EHIC에도 등록이 가능하니까 해두는 것이 좋다.  등록하면 카드가 날라오고, 스위스와 유럽경제연합 공동체 국가를 여행 중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일이 생기면 그 국가의 무상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런 것에 빠꼼이인 지비가 재촉해서 NHS에 등록하자 말자 만들어두었다.  여행 때마다 지비가 여권과 함께 늘 챙긴다.


영국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노부부가 유럽여행 중 고열로 해열제가 필요했는데, 호텔의 안내로 사의료시스템의 의사에게 처방을 받았다가 해열제 몇 알에 몇 백 파운드의 고지서를 받았다는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사실 영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NHS에 등록된 환자들에겐 NHS에서 무상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치과진료 제외하고, 등록되지 않은 환자들에겐 엄청난 의료비를 청구한다.  일례로 지인의 언니가 관광비자로 체류하다가 임신을 알게 되어 그를 확인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는데 첫번째 방문에 £400가 넘는 돈을 청구했고, 첫번째 방문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알려면 다시 £100가 넘는 돈을 내야한다고 했단다.

영국에선 합법적인 장기 체류자에겐, 비록 세금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학생비자 소지자라고 하여도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합법적으로 단기 체류하고 있는 여행자에겐 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셈이다.  이 사실은 나도 몰랐다.  관광비자라하여도 합법적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쩌다가 영국의 의료에 관한 이야기로 더 많이 흘렀지만, 이곳에선 임신부가 여행하려면 이런 서류들이 필요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알아두면 좋겠네요. (^ ^ );;


그래도 가급적이면 임신 초기인 3개월 이전, 그리고 후기인 6개월 이후는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특히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은 임신 초기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성숙한 아기가 기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전 그걸 모르고 임신 3개월이전에 폴란드에 다녀왔습니다.  4개월쯤엔 부다페스트까지.  임신하기 전에 계획된 여행들이라 다녀왔습니다.(- - );;


한국에선 태교여행이란 이름으로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고급리조트에 가서 묵고 오는 것이 유행이라더군요.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훨씬 짧은 거리를 비행한 거라며 자기변명 중입니다.  출산 한 달 앞두고 이곳에서 한국으로 출산하러 날아가는 산모들도 꽤 봤다고 구차하게 계속 덧붙이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면 편안하게 입으시고, 물 많이 마시면서,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비행기 통로를 오락가라 부지런히 걸어다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