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36weeks] Birth Center Tour

토닥s 2012. 8. 29. 21:00

지난 일요일 오후 지비와 함께 Birth Center Tour를 갔다.  나름 시간을 넉넉히 두고 런던 동쪽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다시 시간을 넉넉히 두고 런던의 동쪽에서 우리집과 병원이 있는 런던의 서쪽으로 출발했는데 매년 8월 말 노팅힐에서 벌어지는 페스티벌 때문에 사람도 가득하고 지하철도 서다가다를 반복해서 투어 시간에 늦고 말았다.

 

Birth Center는 일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조산사의 주도로 분만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자연적인 분만을 유도하며 진통제로 무통주사와 같은 처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그 이전 단계인 Air&Gas와 Diamorphine정도만 주어진다.  무통주사인 Epidural과 같은 처지 또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려면 의사 주도로 분만이 이루어지는 Labour Unit으로 가야한다.  나는 가능한 자연분만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의사와 조산사에게 이야기했고, 조산사가 Birth Center 신청서를 지난 방문에서 작성해주었다.  그때 조산사가 그 주, 33주 안에 Birth Center에서 전화가 와서 투어 일정을 잡을 꺼라고 했지만 34주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전화가 오질 않아 내가 Birth Center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 말이, "아 지금 네 서류가 내 앞에 있어."라며 투어 일정과 38주 방문을 예약해주었다.  36주에 이루어지는 투어 예약을 34주에 예약하는데도 투어가 목요일과 일요일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다.  나는 지비와 함께 하기 위해 일요일 투어로 예약했다.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연휴의 한 가운데 투어 일정이 잡힌다는 것이 약간 걸리기는 했지만, 여지가 없었다. 

 

Birth Center Tour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시설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언제쯤 병원에 연락을 해야하는지, 분만 전체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선택할 수 있는 진통제의 종류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주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지난 번에 지비와 함께 했던 Preparation session의 요약판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  그 내용도 중요하긴 했지만, 내게는 시설을 직접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게 다가왔다.  대략의 시설을 봐야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았고, 더 구체적인 질문이 생겨날 것 같았다.  반 시간 정도 조산사의 설명이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풀이 있는 방과 그렇지 않은, 두 종류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지난 교육과 같이 10쌍 정도의 커플이 있었는데, 시설 투어에 나서기 전 풀 분만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10명의 임신부 중 6~7명이 손을 들었다.   나 역시도 요가 강사의 추천으로 51%쯤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 풀 분만 시설이 궁금했다.  지비는 직장의 동료, 최근 치과에서 만난 폴란드인 리셉션니스트에게서 풀 분만의 장점을 듣고 나에게 적극 권유 중이다.

 

 

한국에선 한 때 연예인, 유명인사들의 풀 분만이 소개되었다가 위생에 관한 걱정 때문에 선호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선 많이 선호되고 있는 분만 방법 중 하나라 이 Birth Center도 10개의 시설 중 절반이 풀을 가지고 있고, 어떨 땐 풀 분만이 가득차서 일반 분만실에서 기다리다가 풀이 있는 분만실로 옮기기도 한단다.  옮기기 전에 아기가 문제없이 나오면 그도 나쁘지는 않지.  영국에 있는 한국인 K선생님도 Birth Plan에는 풀 분만을 꼽았지만, 물이 채워지기 기다리기 힘들어 그냥 분만을 했다고 들었다.

풀 분만의 좋은 점은 산모의 허리 통증을 조금 완화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아기가 양수에서 물로 나오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있다고 한다.  풀 분만 시설을 본 후 사람들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 수준이 나랑 다르지 않아서 조금 우스웠다.  질문의 내용은 "수영복을 준비해야 하나요?" 같은 것들.  일전에 나는 병원 벽에 걸린 풀 분만 사진을 보고 혼자 화들짝 놀랐다.  다들 옷을 벗고 있어서.  '정말?'하면서 꼼꼼히 보니 딱 한 산모만 비키니 탑을 입고 있는 것.  그 점이 나에게 풀 분만의 네거티브라면 네거티브였다.( ' ');;

 

 

두번째로 본 곳은 풀이 없는 일반 분만실.  천장에 줄이 매달려 있었다.  조산사의 말이 허리가 아프다고 침대에 누워있기 보다 줄에 의지하던지, 공에 의지하던지 분만을 진행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유도하기 위해 침대가 방 한가운데 있지 않고, 구석이나 벽장 속에 있다고 했다.

영국에선 제왕절개 수술이 아닌 다음에야 바로 샤워를 하기 때문에 모든 분만실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었다.

 

나는 짐 볼이 없어 그렇지 않아도 하나 사나 어쩌나 생각을 하고 있었고, 두꺼운 요가 매트를 가져갈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분만 때 옷은 대체 뭘 준비해야 하나가 궁금했다.  Preparation session에서 권한 것처럼 긴 셔츠,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 가운이 다 필요한지 교육을 마치고 조산사에게 물어봤다.  사실 분만에 필요한 것은 긴 셔츠인데, 대부분의 산모들은 벗고 아기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분만실이 덥기도 하고, 땀을 흘리는 일도 많고, 실오라기 하나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래서 조산사는 굳이 뭔가 입고 싶다면 버려도 좋을 헐거운 티셔츠를 준비하라고 했고, 덧붙여 남편도 함께 있으면 덥기 때문에 남편도 여벌의 티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이나 가운은 그럼 출산 과정에는 필요 없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 옷들은 분만 이후 휴식에 필요한 것인데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은 모유수유를 위해서 그리고 가운은 체온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니 그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병원에서 앞이 막히고 뒤가 트인 원피스형 환자복 같은 것도 있으니 그걸 입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흔한 목욕 가운 하나 없는 처지라 이 참에 하나 살 예정이다.  앞이 열리는 잠옷은 파자마를 들고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 일정 기간 배출되는 것들을 생각할 때 원피스형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건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지비는 지비답게 주차를 물어봤고, 내가 가지고 있는 Birth Center 연락처가 24시간 운영되는 번호인지를 조산사에게 확인했다.  음, 그 연락처를 지비 휴대전화에도 넣어줘야겠군.

 

Birth Center Tour가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후 좀더 분만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다녀온 후 지비는 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라고 나에게 재촉한다.  그러겠다고 하고 하루 이틀 두었다가 주문하려니, 이런 재고가 없는거다.  지비는 더 목소리 높여 "그것 보라"며 "더 일찍 주문했어야 한다"고.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으로 가서 직접 출산준비물들을 사오기로 약속했다.  아.. 비가 올 것 같은데. 꼭 나가야 해? (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