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즐기지 않는 아이 때문에 달걀을 자주 먹는다. 일인당 일주일 달걀 소비가 3-4개쯤. 그런데 요즘 달걀을 사기가 어렵다.
텅빈 달걀 선반. 이 상태가 적어도 2주는 넘은 것 같다. 시간에 쫓겨 요즘은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 저녁시간 발레와 댄스 수업을 받을 때 교습소 옆 마트에서 장을 본다. 열흘이 지나는 동안 장을 세번쯤 보러 갔는데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낮에 지비를 장보러 보냈다. 달걀을 사려고. 평소에 잘 사먹지 않는 비싼 달걀만 남아 있다고 했지만, 그거라도 사오라고 했다.
조류독감이 유례 없이 대유행이라는 뉴스를 들은 것 같아 찾아보니, 그건 맞는 사실이고, 이 달걀 부족 현상이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정부 차원에서 가금류가 야생새들로부터 조류독감에 옮지 않도록 방사해서 키우는 가금류들을 축사안에 들이고 이동을 자제/통제하는 식의 조절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를 두고 한 미디어는 ‘록다운lockdown(봉쇄 중)’이라고 썼다. 새들에게 판데믹이 온 셈이다.
그 동안 조류독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마다 지구상 여기저기서 발생한다고. 도시 사는 우리만 느끼지 못할뿐. 닭의 생사만 오락가락할뿐 사람으로의 전염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코비드로 판데믹을 격어보니 이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았듯 새들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스페인에서 살처분에 관여한 두 사람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사람에게 사용할 백신도 없는데(조류용 백신은 있다고 한다) 치명률이 60%에 이른다고 한다. 이 치명률은 조류치명률이라고 믿고 싶다. 코비드 확산 때 미디어에서 말하던 R number(재확산률)은 100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말은 한 마리가 감염되면 백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코비드가 변이를 거듭했듯, 이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되고 변이를 거듭한다고 생각해보면.. 무섭다. 판데믹을 겪어보았으니 더 무섭다. 이렇게 판데믹도 반복하게 되는 걸까?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2/nov/09/bird-flu-mutation-h5n1-virus-strains-pande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