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꺼진 코비드 다시보기(feat. 길 위의 마스크들)

토닥s 2022. 6. 23. 23:20

딱 일주일 전 아이가 코비드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교에 갔다.  지난 1월 아이가 코비드에 걸리고 마스크가 무슨 소용, 코비드로 자연면역도 생겼겠다 그냥 다니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4월 초 아이가 백신 1차를 맞았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는 코비드에 다시 걸릴까, 한국에 가지 못하게 될까 걱정을 했던지 백신 2차를 맞을 때까지 쓰겠다고 혼자 정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할 때 아이에게 "이제 코비드도 앓았고, 백신도 맞았으니 누구보다 (한동안은) 코비드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안심시키면서 언제든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주 금요일은 올해 들어 가장 기온이 높은 날로 기록되었다.  30도쯤이었는데, 집안 기온은 32-34도쯤 된 것 같다.  그 전날부터 기온이 높으니 등교때 꼭 물을 함께 보내라는 문자도 오고, 교사들도 여러번 강조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오늘은 아주 기온이 높다고 하니 오늘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게 어떨까?"하고 물었다.  아이가 👌🏽해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교에 갔고, 이후로도 쓰지 않고 있다.

 

하교한 아이에게 마스크가 없으니 어땠냐고 물었다.  "왠지 모르게 아픈/아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서 더 짠했다.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먹고, 다시 학교 앞 공원에서 절친을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그 절친 엄마와 통화를 하다, 그 절친 엄마가 코비드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  막.. 찜찜..  하필 처음으로 마스크 안하고 학교에 간날 절친의 엄마가 코비드라니-.😰

 

토요일은 아이 발레 발표회 공연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공연장에 가고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다.  아이를 아침 8시에 공연장에 내려주고 우리는 집에 돌아와 각자 할 일을 하다가 공연 시간에 맞춰 또 정신 없이 갔다.

 

 

1부는 마틸다 공연팀의 공연, 2부는 댄스 수업 공연이라 보는 우리는 즐거웠지만, 아이들은 아침에 도착해 연습 한 번 하고 마틸다 공연팀이 두번의 리허설을 하는 4시간을 기다려야해서 힘들었다고.  마침 친하게 지내는 같은 반 친구도 다른 수업으로 공연에 참가해서 둘이 시간을 보내 다행이었다.  아이들보다 그 집 엄마랑 내가 더 자주 만나는 사이라 두 집이 공연을 마치고 이른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일요일은 한 주 거른 집안 청소를 열심히하며 '집콕'했다.  그러지 않으면 피로로 병날 것 같은 느낌.  마침 아버지의 날Father's day라 지비가 장을 보러 간 사이 아이가 그린 카드를 전달했다.

 

지비는 아이가 '자기 고향의 상징'인 독수리를 그렸다며 반가워했으나, 아이는 '폴란드'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독수리.  나는 앵무새인줄-.🙊

 

 

한 주가 시작되고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2차로 발사되고.. 정신이 없는데 지비가 콜록콜록..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비드 자가진단기로 검사를 해보니 양성..😰

 

바로 격리에 들어갔다.  방안에 약,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넣어주고 나오지 말라고 했다.  나와서 나까지 아프면 폭망.  아이와 나는 음성.  이후로 나만 매일매일 검사를 하고 있는데, 3일째 음성이다.  5일째까지 계속 검사를 해볼 예정이다.

 

한 달 동안 출근도 하지 않는 지비가 어디에서 코비드에 걸렸을까 둘이서 되짚어봤다.  물론 지비는 마스크하고 2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한채.  아마도 공연장에서 걸릴 것 같다는 결론.  마침 그날 급하게 나가느라 마스크를 잊었다.  평소에 잘 쓰다가.  아차!하고 마스크를 챙기려 다시 들어오려니 공연에 늦을 것 같아 그냥 갔다.  그런데 지비 옆에 앉은 부부가 마스크를 썼길래 '의외로구먼'하고 생각했다.  나는 통로쪽에 앉고.  아마도 그 부부가 코비드에 걸리고 온게 아닐까 하는 뒤늦은 후회.

 

첫날은 열과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방 밖을 나와서 병원을 가야하지 않을까 하길래,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약과 얼음물을 보온/냉병에 담아주고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누리랑 지난 여름에는 꺼내지도 않았던 선풍기를 조립해서 방에 넣어눴다.   그때 그때  얼음물을 채워주고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둘 다 아프면 폭망이니까.  채워달라고 내어놓은 보온/냉병에 얼음물을 채우기 전에 열심히 씼는데 문득 한국에서 한 두 편 본 '킹덤'이 떠올라 피식-.😶‍🌫️

 

지비는 3일을 꼬박 아프고 나아진 느낌적 느낌.  건강보조제는 좋아해도 약은 싫어하는데, 첫날 열에 고생하고 지금은 삼시 세끼 식후로 해열제를 챙겨먹고 있다.  안먹다가 식겁했으니-.

 

아이가 마스크를 벗고 나도 좀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예전 같으면 마트 갈 때 마스크가 없이면 집과 주차장 사이가 멀어도 다시 돌아왔을텐데 그냥 가기도 했다.  공연장에 간 날도 그런셈.  지비를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다행히 지비는 3차까지 맞고 코비드를 겪으면서도, 영국의 많은 사람들처럼 백신 무용론을 펼치진 않는다.  되려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다.  자기가 경험해보니 백신이 없었더라면, 생으로 앓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작년엔 주변 사람들이 백신 1차, 2차까지 맞고도 코비드에 두번째 걸리더니, 요즘은 세번째 걸리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코비드 이야기를 쓰라면 밤을 새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경험을 보고 들었다.  그렇게 정리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안걸리는 게 좋다.  백신은 맞는 게 좋고.  언제가 끝이 될지는 모르지만 계속 자나 깨나 코비드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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