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359days] 바빴던 11월

토닥s 2021. 11. 30. 01:47

내가 아니라 아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11월이었다. 덕분에(?) 아이를 여기저기 실어날라야 하는 나도 꼼짝없이 바쁘게 지낸 한 달이었다. 아이는 11월의 절반을 딱 넘긴 즈음 학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그 즈음해서 골골골. 나도 골골골. 독감 백신 때문에 아팠던 것이 아니라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정점과 맞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발레와 바이올린&피아노를 배우는데 11월에 발레와 바이올린 등급 시험을 쳤다. 아이도 나도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비용은 둘째치고 시간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일인지 몰랐다. 발레는 따로 토요일 아침 8시에 시험준비 추가수업이 있었고, 바이올린은 그런 것은 없었지만 시험 리허설이 있었다. 시험에 앞서 집에서 매일 두 가지를 연습하기도 하고. 발레 시험을 세번째 주말에, 바이올린 시험을 네번째 주에 쳤다.


그 와중에 아이 친구들 생일파티도 있었다. 작년은 생일파티를 좀 주저하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작년에 못한만큼 다들 생일파티를 하는 분위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랜드 피아노를 본 아이
바이올린 시험 리허설
발레시험 치러 가는 길

발레시험과 친구 생일이 같은 날이라 그 머리 그대로 생일파티 장소인 사우스켄징턴 자연사박물관의 스케이트 링크로 갔다. (우스갯소리로)머리 모양은 김연아였는데 스케이트는... 음..🙄


발레 시험을 잘 쳐서 아이도 홀가분하게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이 학교-집-동네마트만 왔다갔다하며 살다가 시내에 나와 우리도 "얼마만"이냐며. 차로 15분 거리 떨어진 곳인데, 시골쥐가 된 기분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거리를 구경했다. 아이들이 강사와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어른들은 까페에서 차를 마셨다. 생일을 맞은 아이는 어릴 때 스케이트 강습을 받았고, 아이는 우리와 서너 번 타본 경험이 있었고, 나머지 두 아이는 스케이트를 타본 경험이 없었다. 그 중 한 아이는 롤러브레이드를 타본 경험이 있어서 용기있게 잘탔다. 하지만 그 용기 때문에 넘어지기도 가장 많이 넘어진-.😅


아이들이 가정식 이탈리안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오후 4시) 우리는 인근에 있는 V&A 박물관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이의 중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진학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다 대책이 없음을 깨닫고 일년 뒤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


그리고 지난 금요일, 아이에게는 더 없이 긴장됐던 바이올린 시험을 쳤다. 런던지하철이 파업한 날이라 반주자로 시험에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이 너무 빠듯하게 도착해서 나까지 간을 졸였다. 시험 치기 전 10분 정도 준비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에 딱 맞춰서 오신 선생님. 선생님이 오고 난 뒤에는 아이가 긴장을 해서 화장실을 오가느라 바이올린 한 번 켜보지 못하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튜닝은 했다.
아이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발소리만 들으면서 '이게 뭐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긴장을 대면하고 견뎌내는 것도 연습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시험인데.
다행히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표정이 너무 밝아서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긴 했다. 그 밝은 표정이 다음엔 자신감으로 발전하기를 기대를 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본인인 선생님과 인근에 있는 일본까페에서 간식을 먹었다. 그때 아이의 표정은 '천국'에 있는 표정. 그 맛에 아이는 또 시험으로 인한 두려움을 잊고 다음에도 시험을 치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다행이고-.


아이의 바쁜 11월 일정이 대충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됐다. 토요일, 비록 폴란드 주말학교에 가기는 했지만 그 나머지 시간은 집콕하며 휴식했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트리도 꺼냈다. 10월의 마지막날 할로윈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가 줄곧 노래하던 크리스마스 트리.



+

아이가 바쁜 11월을 보내는 동안 나도 수학시험을 쳤다. 중등 수학시험인 GCSE를 치려고 준비하다가, 신청한 수업이 신청자가 없어서 폐강되었다. 그래서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시험을 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찾아보니 GCSE는 250파운드, 검정시험인(Equivalent GCSE C grade) Fucntional skills는 90파운드라 후자의 시험을 쳤다. 사실 GCSE를 쳐서 A+를 받아 두고두고 자랑하는게 비공식목표였는데.🤣 시험을 신청하고 보니, 교육기관이 마련한 모의시험들을 다 해야만 시험날짜를 예약할 수 있어서 한 2주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었다. 덕분에 허리가 탈이났다.


그리고 2주 전에 시험을 쳤다. 빨리 시험을 치려고 교육기관에 가서 컴퓨터로 치는 시험을 쳤는데, 시험이 답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까지 서술해야 하는 것이어서 그걸 입력하느라 식겁-.😱 결국 주어진 시험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이번에 시험친 것은 소리소문 없이 묻었다가, 다시 쳐서 통과하면 소문내려고 했는데.. 통과했다. 75%를 맞춰야 통과인데 정말 턱걸이로 넘은 것 같다. 아니면 나이 가중치를 줘서 '불쌍하니까 통과시켜주자'그랬는지도. 이 결과를 받고 '악! 90파운드!'하고 소리지를뻔했다.

정말 정신없는 11월이었다. 12월도 그렇겠지?

+

글을 쓰고 있는데 바이올린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아이가 바이올린 Grade 1 시험을 통과했다고. 의외로 높지 않은 점수(?)에 놀랐다. 아이가 바이올린 시험 리허설을 할 때 '대체 이런 시험은 몇 살에 치나?' 찾아보니 6-7살에 친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이제 9살인데, 이런 아이에게도 버거워보이는 시험을 6-7살이? 음악을, 그것도 바이올린을 취미 이상 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그 마음도 고쳐먹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참 잘했어! 파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