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어떤 솔잎

토닥s 2021. 9. 2. 00:08

런던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토요일.  대부분의 짐(한국에 가기 전에도 우리가 쓰던 물건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갔지만, 아이의 짐(이번에 한국에서 새롭게 사온 것들)이 들어갈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딱히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찾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일단 점심만 먹고 나면 '생각-정지' 상태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차적응이 어렵다.

 

런던에서 부족한 솜씨로 끼니를 해결할 땐 한국에 가면 먹을 거리들을 생각하고, 기록하곤 했다.  정작 한국에 가서는 끼니 챙기기에, 사람 챙기기에 바빠서 + 4명 이상 모일 수 없는 강력한 방역조치로 별로 챙겨먹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다.  가끔은 런던에서 우리끼리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던 시간이 그립기도 했으니까.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또 다음에 먹으면 되니까.  집에 돌아와서, 장을 봐와서 해먹은 첫 끼니는 햄치즈 토스트.  벌써 내가 먹는 솔잎이 이런 토스트가 되어버린 것인지-.  사실 이런 음식들도 한국에서 (사)먹을 수는 있었지만, 집에서 해먹던 음식을 사먹으려니 '비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한국은 유제품(우유, 치즈, 버터)가 너무너무 비쌌다.  

 

 

 

우리는 영국 백신접종 완료자라 도착 후 이틀 안에 PCR 검사만 한 번 더하면 자가격리가 해체되는 혜택을 누렸다.  비록 아이도 5세 이상이라 PCR 검사를 함께 해야했지만.  아이의 표현을 빌리면 영국에서 하는 PCR 검사는 가장 신사적이라고 한다.  한국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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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입국 전 COVID 검사 https://www.gov.uk/guidance/coronavirus-covid-19-testing-for-people-travelling-to-england

10세 이하(children aged 10 and under)는 영국 입국시 COVID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검사 방법은 3가지인데,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PCR 이외 검사를 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곳은 잘 없는 것 같다.

검사는 출발일 3일 전, 토요일 출발이라면 수요일(포함)이후에 받으면 된다. 

☞ 영국 입국 전 격리해제를 위한 COVID 검사 예약 & 여행자위치정보Passenger location form 서류 작성 https://www.gov.uk/guidance/travel-to-england-from-another-country-during-coronavirus-covid-19

Passenger location form 작성을 위해서 COVID 검사 예약 번호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소개되고 초기 혼선이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직접해보니 Passenger location form만 제대로 작성하면 기존 입국과 절차가 같다.  서류 작성시 여권번호를 넣게 되어 있는데, 모든 것이 연동/기록 되는 것 같다.  따로 COVID 검사 예약 영수증을 요구하거나, NHS COVID Pass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지비 말로는 사람 봐가면서 그런거 아니겠나...싶고.  가능하면 출력해서 손에 쥐고 있는게 마음이 편하다.  인터넷/휴대전화도 믿을 수 없다.

4세 이하(children aged 4 and under)는 영국 도착 후 격리해제를 위한 COVID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 자가격리 해제

도착 후 COVID 검사를 예약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자가격리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내용은 없다.  상식에 기반해 우리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있었다.

입국 후 자가격리는 정말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다.  주변에 전화 한 통 받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 친구 엄마는 지난 늦봄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프랑스에 잠시 다녀왔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2통의 전화가 왔고, 한 번은 집으로 불시에 요원(?)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물론 지금은 해외 출입국자가 많아서 그렇게까지 관리할지 모르겠지만, 규정대로 하는 게 좋긴하다.

 

 

 

토요일에 도착해서 일요일 오전에 PCR 검사를 했고, 그날 저녁 바로 결과를 받았다.  비록 나는 그 시간 벌써 꿈나라에 있었지만.

 

 

시차적응에 실패하고 새벽에 깨어보니 이메일함에 도착 2일차 PCR 검사 결과가 들어 있었다.  결과는 음성.  그래서 다음날 아침 바로 큐가든으로 고고.  COVID 때문에 한 동안 닫혀 있었던 온실을 구경했다.  Temperate Rainforest 열대우림기우 - 그런 것이었는데, 우리끼리 한국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라고 웃었다.  습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어려웠다.

 

 

 

선선한 밖으로 나오니, '그래 여기가 영국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기가 영국이었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

 

이번에 아이는 한국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다고 매일 같이, 아침저녁으로 말하고 있다.  "한국은 휴가로 가니 좋지, 살면 런던이 그리울껄?"이라고 말해줘도 "아니"란다.  "좀더 크면(나는 나이가 들면) 한국에 가서 살까?"하니 "그러자"한다.  에어컨이 없이 살 수 있는 이곳이 좋다가도, 가족 그리고 냉면과 순대가 있는 한국이 더 좋기도 하다.  냉면과 순대는 한인타운인 뉴몰든에도 있긴 하지만, 거기엔 가족은 없으니까.

 

여기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런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한국행이었다.  

 

+

 

강력한 방역조치(4인이상 집합 금지)로 가족들 얼굴만 챙겨보고 온 한국행이지만, 피로가 가시면 천천히 올려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