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영어도 영어, 수학도 영어, ... 모든 게 영어

토닥s 2021. 9. 13. 23:09

2019-2020에 받은 교육 자격증이 드디어 담당자의 손을 떠나 내게 우편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싫어도 좋아도 구직전선으로?'하고 생각하던 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들었던 영어수업이 끝나고, 올 가을에 수학수업을 들으려고 했다.  고등학교 학력 검정 같은 시험.  그때 (수업 참가가 가능한지 알아보는)평가를 했는데, 그 평가를 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평가를 진행했던 선생님은 내가 들으려는 (쉬운) 수업보다, 자기가 진행하는 수업에 나를 넣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만약 폐강되면 수입이 없어지기 때문일까' 혼자 생각했다. 

 

그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은 역시 영국의 학생들이 중등교육(중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치는 GCSE 수학이다.  같은 등급으로 인정되는 시험이라면 중등 수학보다, 학력 검정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나로써는 편하다.  그런데 올해 GCSE는 애시당초 취소되어 교사들의 평가로 점수를 받게 된 것과는 달리, 내가 준비했던 학력 검정 시험은 연기에 연기를 반복하다, 시험 날짜를 잡아놓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코비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시험이 취소된채로 지난 7월에 마무리했다.  이곳은 학기가 9월에 시작해서 7월에 끝난다.  그게 내가 한국에 가기 전 상황이었고, 며칠 전에야 교육 담당자로부터 강사들의 평가와 그 동안의 모의시험 결과를 시험기관에서 인정해주기로(Teacher Assessed Grades) 했다는 결과 통보를 받았다.  불확실한 과정을 반복하느니, GCSE 수학을 준비해보는 것도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가assessment'를 다시 받기로 했다.  장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받은 전화였는데, 당장 해야한다고 해서 집에 돌아와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접속해 선생님과 추가적인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온라인 평가 프로그램 접속 정보를 주면서 해보라고 했다.  다른 학생도 한 명 있어 음소거 상태로 진행하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모든 평가 1차와 2차를 12시 안에 마치라고 했다.  1차는 20문제, 2차는 28문제.  각각 45분.  그런데 내가 실수로 나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소거하지 않은채로 1차 시험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커피도 마시고, 배가 고파 쿠키도 꺼내 먹고, 지비는 옆에 와서 한참을 떠들다 갔다.   전염병 대확산 이후 지비의 첫출근 후 이틀이 지난 날이었는데,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잔뜩 떠들고, 몸이 아프다 해서 내가 코비드 테스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는데.😭 사실 그때 마음 속에 담긴 말을 다 하지도 않았다.  내 마음 속에 담긴 말은 - 오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보고, 혹시 모르니까 집안에서도 마스크 쓰고 지내고 가능하면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다음 날 한 번 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서 음성이 나올 때까지.  이 말을 다 했으면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을지도.  그 전날 한 말다툼의 냉랭한 기운이 남아, "나 지금 평가중이거든"하고 말했더니 "오, 알겠어"하고 물러간 지비.  그때 마이크 끄라고 한 마디 해주시지.  문제를 풀다가, 문제에 나온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문제를 만났다.  옆에 있던 수학책을 펼쳐들고 잠시 그 개념을 찾아봤다.🙄  '아하!'하고 다시 책을 덮어두고 문제를 풀었는데, 그 때 선생님이 채팅창에 책 보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셨다.  그 메시지를 보지 못한채로 1차 평가지 문제를 계속 풀었고, 한 번 정도 더 수학책에서 단어를 찾아봤다.😫  1차 평가지 문제를 마무리하고서 메시지를 보고서 얼굴이 화끈화끈.  정말 단어만 찾아봤어요.😰
2차 평가지 문제를 풀때 마이크와 카메라를 끄는 것도 이상해서 계속 켜두고 문제를 풀었다.  화면이 신경이 쓰여서, 문제가 잘 보이지도 않더라..는 며칠 지난 이야기.

2차 평가지를 채점한 선생님은 나에게 저녁에 진행되는 GCSE 수학을 권했고,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참고로 영국 중등 마지막 학년에 치는 GCSE 수학은 한국 중학교 2-3학년 정도 수학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내가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아이가 배울 수학에도 도움을 주면 좋고.  A+ 받아야지.😝

 

+

 

봉쇄기간 동안 아이의 학업을 도와주는 일이 어땠냐고 묻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  "나에게는 영어도 영어, 수학도 영어, 과학도 영어야.  여기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그게 어려워."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미처 생각 못했다는듯이 "오 그렇구나"한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초등공부 다시 하는 중이다, 영어로.

 

+

 

 

요즘 Just Dance에 다시 빠진 아이1
요즘 Just Dance에 다시 빠진 아이2(아랫층 미안해요..)
낮시간에 책 30분 읽히기 위해서 제안한 코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