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29days] 부활절 연휴-ing

토닥s 2015. 4. 6. 06:44

지금 영국은 부활절 연휴다.  지비나 나나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라 이런 연휴는 그저 연휴일뿐이다.  예전엔 여행을 가곤 했는데, 작년 부활절 연휴 기간에 누리와 웨일즈 여행가서 식겁하고서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하였다.  비자 건으로 여권을 얼마 전에 돌려받아 장기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웠고, 한국행을 위해 (나름) 긴축재정 중이기도 하고.


연휴 첫날 - 멍석말이


아는 분들과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론 점심은 후식까지 수다와 풍성하게.  그 사이는 누리는 멍석말이를 배워 손님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혼자서 멍석말이를 하겠다고.  그렇게 격하게 놀다가 피곤해하면서 힘들게 잠들었다.


연휴 둘쨋날 - 까페 데이


지비가 오후에 운동을 가는 관계로 '약하게' 오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점심을 간단하게 까페에서 먹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을 때 코스타라는 까페에 간다.  코스타는 영국 브랜드인데, 왠만한 매장에 다 아기 기저귀 교환시설이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자주 다니다보니 누리도 그곳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잘 먹는다.  햄과 치즈가 들어간 간단한 샌드위치인데 프레서로 눌러 따듯하게 데워준다.  나는 밥하기 싫은 평일에도 가끔 누리와 둘이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 코스타에 가서 점심을 먹곤한다.




지비는 운동을 하러 가고 전날 집에온 L님이 집에 두고간 물건이 있어 다시 만났다.  물론 집 근처에서.  먼 길 오신 L님을 내가 영접(?)해야하는데 L님이 티를 사주셨다.  크로스번까지 함께. 


부활절에 크로스 번을 먹는데, 나는 건포도가 들어간 빵을 먹지 않으니 내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문득 왜 부활절에 크로스 번을 먹는지 궁금해졌다.  지비에게 물어보니, "십자가가 있어 그런거 아닐까?"하고.  "에..".  그런데 L님이 그 이유를 알려주셨다!


팬 케이크 데이(참고 ☞ http://todaks.com/550 ) 이후 금식을 하는데, 라마단처럼 금식을 하는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 달걀을 먹지 않는다지만 현대인들은 다 먹는다, 그 금식 기간이 끝나는 부활절 기간/연휴에 달걀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크로스 번을 먹는다고 한다.  "오.."(바보 돌 깼다)




이 날 간 까페도 역시 우리가 커피만 마실 때 자주 가는 까페다.  브랜드는 아니지만, 우리 집을 중심으로 각각 10분 거리 3개의 까페가 있다.  그게 전부다.  일단 커피가 맛있고, 갈 때마다 찍어주는 도장을 10개 모으면 주는 무료 커피가 있고, 결정적으로 인디펜던트 까페임에도 불구하고(매장이 작다) 모두 아기 기저귀 교환시설이 있다.  그리고 몇 가지 안되지만 아이들 장난감, 책들이 있어 아이 가진 부모들이 편하게 드나든다.  그러고보니 위치도 모두 공원 앞, 놀이터 앞, 도서관 앞이네.  커피만 파는게 아니라 식사용 빵들도 함께 파는 베이커리라서 사람들이 쉴 사이 없이 드나든다.


연휴 셋째날 - 에그 헌팅


얼마 전에 공원에서 딱 만난 또 다른 한국인-폴란드인 커플인 M님과 남편 G.  언제 다 같이 볼 수 있는 날을 잡아보자 이야기하였다가 M님 가족의 폴란드 방문이 얼그러져 "그럼 큐가든 에그 헌팅 같이 가실래요?"해서 오늘로 날이 잡혔다.



얼마 전에 언급한 것처럼(참고 ☞ http://todaks.com/1221) M님의 아들 M은 누리보다 두 달 정도 빠르다.  그런데 덩치는 누리가 훨씬 크다.  손 잡고 친구하고 싶은 누리 마음(손 잡고 싶다고 징징댄다)과 달리 M은 토마스에 나오는 기차 에밀리만 손에 꼭 쥐고 누리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누리 장난감엔 간혹 관심을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누리는 그 때마다 잘 내어준다.  문제는 M이 계속 '나쁜 남자' 캐릭터를 유지하느라 누리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M은 좀 사방팔방 다니느라 바쁘다.  정말 아들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 큐 가든에 간 목적은 에그 헌팅.  헌팅 하지 않아도 줄만 서면 주어서 내가 가서 두 개 받아왔다.






열심히 껍질을 까는 누리.  하지만 M은 벌써 초코렛을 먹기 시작했다.  누리는 껍질을 까고서는 끝.  사실 M을 따라서 베어물까 내가 달라고 했더니 순순히 내어줬다.  M은 놀이터로 걸어가는 한 30m 구간에서 초코렛을 다 먹어버렸다.







실외 놀이터, 실내 놀이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지만, 두 아이들을 열심히 놀았고, 네 명의 어른들은 2시간에 가까운 점심을 먹으면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먹은 저녁 - 김치 비빔국수.  특별히 부활절이라 달걀을 삶았다.


연휴 넷째날 - 미정


겨울 내 먼지가 범벅이 된 발코니 창이나 청소할까 싶다.  혹시라도 가든 용품을 파는 매장이 문을 열었으면 가서 누리가 좋아하는 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을까 싶다.  연휴 내내 흐리멍텅하던 날씨였는데 연휴 말미인 오늘 문득 봄기운이 느껴졌다.  이젠 정말 봄인 것 같다.  날씨뿐 아니라 나의 알레르기도 봄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