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51days] 공포의 숨바꼭질

토닥s 2015. 4. 28. 05:17
언젠가부터 누리가 사랑한 놀이 숨바꼭질. 아마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르치진 않았으니까.
긴긴 겨울과 겨울밤 작은 담요 한 장 가지고도 "hiding(숨기)" 할 수 있으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점점 놀이가 문제가 되어버렸다.

문 밖에서 소리가 나면 후다닥 숨는 누리. 주로 놀이용 집이나 식탁 밑 혹은 작은 담요 아래. 그런데 후다닥 숨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급한 마음에 울어버린다. 가끔은 후다닥 숨다가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하고. 특히 지비가 퇴근할 때는 정도가 심해 지비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 십 여분간은 매일 같이 울음바다다.
지비로서도 환영받고 싶은데 자기를 보면 자지러지게 울기부터하니 짜증이 한계에 달했다.

지비의 퇴근뿐 아니라 집의 벨이 울릴 때마다 반복된다. 벨이 울리는 경우는 너무 갑작스러워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나를 찾고 안간힘을 다해 매달린다. 그럼 애를 안고 벨에 응답을 해주어야 한다.
의외로 일주일에 한 번쯤 받는 식료품 배달은 아무리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와도 선뜻 내 팔에서 내려오고, 물건을 다 내려놓고 가는 아저씨 등 뒤에다가는 "bye(안녕)"이라고 인사까지 한다.

너무 소심한 게 문제인 걸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지비에게도 배달 아저씨처럼 벨을 누르고 아래서 들어오라고 해볼까 싶다.

또 다른 생각하나는 주로 배달은 아침에 온다. 그나마 누리의 컨디션이 양호한 시점이다. 그런데 지비가 퇴근하는 시간은 누리가 우연히 낮잠을 자지 않는한 컨디션이 최저일 때다.

일단 내일부터 지비의 귀가방법을 바꿔봐야겠다. 환영받지 못하는 지비도 힘들고 울며 매달리는 누리를 감당하는 나도 힘들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다른 집 아이들도 이런가? 이것도 때가 되면 지나갈 '한 때 놀이'면서 '통과의례'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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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세워놓고 성(castle)이라는 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