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food] 주간밥상

토닥s 2014. 12. 22. 07:38

이웃 블로거님 따라 주간밥상을 올려보겠다고 했으나 어찌하다보니 분기별 밥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밥상 포스팅이 8월이었으니.  밥을 매일 꼬박 먹는데 그저 먹기 바쁘고 비슷한 음식들만 먹다보니 사진을 찍을 일이 잘 없었다(고 구구절절..).


핫도그


지비는 긴 소시지만 보면, 긴 빵만 보면 핫도그를 만들어먹자고 했다.  "그래"하고 계속 잊었다.  아, 여기서 핫도그는 미국식 핫도그.  긴 빵에 긴 소시지.  온라인으로 먹거리 장을 보다가 핫도그에 어울리는 머스타드 소스(겨자 소스)가 세일을 하길래 핫도그용 긴 빵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장보기.  긴 폴란드 소시지/햄는(은) 마침 집에 있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가벼운 마음으로 핫도그를 만들어먹었다.



하지만 늘 길다고 생각했던 소시지가 빵에 비해서 턱없이 짧았고, 그것보다 문제는, 너무 뚱뚱했다.  핫도그를 먹는건지, 소시지를 먹는건지 구분이 안되는채로 먹었던 핫도그였다.  폴란드 햄은 참 맛있었는데.

지비가 머스타드 소스와 케찹을 꼭 함께 뿌려야 한다고해서 그렇게 했는데, 두 가지 소스가 사방으로 흘러나와 먹기가 더욱 힘들었다.


마늘닭근위볶음(닭X집볶음)


한국 마트에 갔는데 그 닭근위가 할인을 하는 것이었다.  500g에 2파운드도 하지 않았다.  "조리를 했는데 못먹을만큼 엉망이라도 크게 마음 아프지 않을꺼야"라며 겁없이(?) 집어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조리법을 검색, 도착하자 말자 조리해서 먹은 닭근위볶음.  조리법에 등장하는 고추가 없어서 다 조리한 뒤에 고춧가루 조금 뿌려주었다.



음식을 하면서 신경을 쓴것은 '냄새'였다.  우유에 담그고 술을 부은 물에 데쳤다.  그 덕에 걱정했던 냄새는 없었는데, 너무 질겼다.  야단법석을 떨며 조리하느라 너무 볶았는지, 원래 영국 닭이 그런 것인지, 그냥 내가 질기지도 않은 걸 질기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부분은 서걱서걱 씹히는 기분이었는데, 어떤 부분은 힘줄 같이 질기고 그랬다.  데치고서 한입 크기로 자르면서 질겨 보이는 부분은 다 잘라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해먹자고해서 먹은 음식이라 지비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참으로 질겼다.  그래도 지난번에 사먹었던 것보다는 덜 질겼다.  하지만 다시 해먹을 것 같지는 않다.  냄새 제거와 음식을 먹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되서.


핫도그 재도전


아주 가끔 폴란드 소시지를 데쳐 아침을 먹는다.  주로 주말 아침.  그때 먹는 소시지는 연한 소시지인데 길이가 제법 되서 김밥을 쌀 때도 쓴다.  그 아주 가끔이 때가 맞아 긴 빵을 사서 다시 핫도그 도전.



지난번에 비해서 먹기 쉬웠으나 소시지/햄이 그저그랬다.  하지만 지비는 '싸구려의 맛' , 본인이 원했던 핫도그라며 만족했다.  그러다 김치를 넣어 먹어보겠다고.  예전에 캠든에서 먹어본 김치버거가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아주 짜고 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래도 당분간 핫도그는 먹지 않는 것으로.


이 핫도그를 먹으면서 어릴 때 우리가 먹던 핫도그가 떠올랐다.  밀소시지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기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겨 부피를 키운 다음(?),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케챱을 뿌려 먹었던 핫도그.  먹는 순서는 만드는 순서 반대로 설탕이나 케챱을 핥아먹고(?) 밀가루 튀김 반죽 한 꺼풀 먹고, 다시 한 꺼풀 먹고, 마지막에 소시지를 먹었던 핫도그.  안되는 영어로 막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하는 지비.  담에 꼭 한국가면 먹어야겠다.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핫도그 말고, 어느 학교 앞 분식 집에서 꼭 사먹어야지.


매운닭볶음 + 떡볶이


참고했던 조리법은 나물씨 춘천닭갈비.  권하는 조리대로 넣었다간 우리는 먹지 못할 매운맛이라, 심지어 우리는 '덜매운 고추장'을 사다먹는데도, 밥숟가락으로 계량된 것을 차스푼보다 약간 큰 디저트스푼으로 계량해서 양념장을 만들어 먹었다.  양배추, 파, 양파를 넣기는 했지만 너무 매운 양념장에 고기만 든 것 같아 떡볶이 떡을 넣었다.  요즘 자주 사먹는 종X집 쌀떡볶이.  막 조리를 하면 정말 몰랑몰랑 맛있다.  그런데 맛있는 것과는 별개로 소화가 안된다.  약간 가슴팍이 턱 막힌 느낌.  그런 이유로 떡국 떡으로 주로 떡볶이를 해먹었는데, 이 몰랑몰랑함이 정말 유혹적이라 자꾸만 손이 가는 종X집 쌀떡볶이.  쌀떡볶이가 아닌가?



이 음식을 12월에 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했다.  주로 닭가슴살로 해먹었는데, 가장 최근에 껍질과  뼈가 없는 허벅지 부위(thigh)로 해먹어봤는데 딱 좋다.  이 부위가 다리보다 약간 더 기름진 느낌.  다리살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다리로 음식을 하면 뼈에서 우러난 맛 때문에 양념맛이 연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들어서는 잘 먹지 않았다.  이제 이 허벅지 부위를 종종 이용해야겠다.


부대찌개


사놓은 소시지도 있고, 두부도 있고, 김치도 있고, 떡국떡도 있고, 당면 사리도 있어서 만들어먹은 부대찌개.  이걸 끓이느라 케챱 콩조림baked beans을 사기는 샀다.  스팸도 사볼까하다가 소시지가 잔뜩 있어서 그걸 더 넣는 걸로 하고 참았다.



예전에 S님이 와서 함께 만들어 먹은적이 있는데 그땐 라면을 넣었더니 찌개가 아니라 조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육수를 넉넉히 준비해서 라면도 넣지 않고 만들었다, 국처럼.  내가 원했던 것이라며 좋아했는데, 당면이 익을 때까지 끓이다보니 국물이 다 졸아들어버렸다.  지난번처럼 조림이 되지는 않았지만, 조림과 찌개 사이쯤.  다음엔 당면을 따로 익혀서 넣어야겠다.

부대찌개 한 번 해 먹고나니 냉장고가 텅 비었다.  4일간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오기전 얼릉얼릉 다시 채워야겠다.


+


잘 먹고 살아요.  비록 밥은 눈썹을 휘날리며 지비와 교대로 먹어야하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매콤한 음식들이 땡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