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링구얼 아이 3

[+1223days] 아이 눈높이 언어

예전에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귀신에게서 배우지 않는한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오후 런던 남쪽에 있는 한국마트에 다녀오면서 누리를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보통 오는 길에 잠이 드는데, 늘 깨고나면 문제다. 피곤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운다. 어찌 낮잠을 건너뛰었는데 잠들 시간이 되어서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잠들기를 거부한다. 겨우 책을 들고 침대에 눕는데까지 성공. 누워서도 침대 밖으로 나갈 껀수만 찾는 누리. 잠들기 전에 꼭 머리에 똑딱이 헤어핀을 꽂아야 한대서 "잘 때 머리 아프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머리핀을)위에 꼽으면 누워도 귀만 아프지 위는 괜찮다"고 해..

[+966days] 영어 모국어

우리가 집에서 어떤 음식을 해먹고 사는지 만큼이나 궁금해하는 건 우리가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가이다. 나는 한국어를 쓰고, 지비는 폴란드어를 쓰고, 둘이 함께 있을 땐 영어를 쓴다. 하지만 누리에게 하는 말은 각자의 언어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의 영향으로 누리는 영어를 더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쓰는 말도 그러하고. 우리마저 영어로 대화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영국 영어 British English 누리가 예전에 하지 않던 말을 내뱉을 때 늘 나는 놀란다. 예전 같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누리가 누리가" 외칠 것을 얼마 전엔 "I will do it(내가 할래)", " I can do it(내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주어로 I, You 배우고, 동..

[+655days] 말문

누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라기 보다 몇 개의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하는 단어보다 이해하는 단어는 더 많다. 그 전에는 엄마/아빠도 못하면서 사람들만 보면 손 흔들며 하이/바이만 주구장창했을 뿐이었는데. 지난 주에 누리가 처음 내뱉은 말은 볼ball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정확하게 [볼] 한 것은 아니고 [보-ㄹ] 정도로. 이 말을 듣고 좀 놀란 이유는 나는 누리에게 볼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이라고 한다. 가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 공을 뺏기고 슬퍼할 때가 있는데 그 때나되야 나누라고 말하며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 내뱉은 말이 '볼'이라니. 지비와 이야기해본 결과 TV에서 들었거나,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