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46

[life] 응답하라 2015

부담을 가질까봐 이야기하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연말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우편물이 있어 그렇기도 하였고, 대부분이 국제우편이라 그렇기도 하였지만 대략 90파운드쯤 우편요금을 지불했다. 양가 가족들을 기본으로 보내고, 지난 한국행에서 본 모든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주소를 몰라 묻기도 하였지만 절반 정도는 이래저래 가지고 있는 주소가 있어 보낼 수 있었다. 누리가 어린이집을 시작한 초반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데,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바뀐 새 도로명 주소와 5자리 우편번호를 찾는데 시간을 보냈다. 쉽지 않았지만, 카드를 받을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즐거웠다. 덕분에 우리 부모님께 생애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라는 것도 받아보았다. 몇 년을 보내..

[etc.] 투표해요!

올해 4월 13일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요. 4년 전 국회의원 선거부터 재외선거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때는 부지런히 홍보하던 재외선거였는데, 이번에는 어찌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가고 있네요. 재외선거가 도입된 배경에는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동포들이나 단기 체류자들의 주권 행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난 선거들에서 젊은층이 많이 투표를 하면서 도움이 안된다고(?) 보았는지 홍보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해외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동포들은 연령대도 높고,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이 많다고 저는 느끼는데 그 분들은 비자 문제 등으로 투표를 꺼리시는 것 같습니다. 이 재외선거는 주로 학생, 주재원 같이 단기체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되는 국외부재자와 ..

[english] 음성 알파벳 phonetic alphabet

영국에 살아도 영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극(도로) 피하는 일 중 하나다. 일단 잘 모르고, 아는 사람이 보면 웃을 일이고, 논쟁에 휩싸일 수도 있는 일이니. 그런데 알면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 하나. 사실 나를 위해서다. 대충은 알지만, 나도 가끔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손으로 써보면, 아니 입력해보면 더 정확하게 남을 것 같아서. 바로 음성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알겠는데, 음성 알파벳이라니. 여기선 포네틱 알파벳 phonetic alphabet이라고들 말하는데, 한국말로 바꿔보니 음성 알파벳. 여전히 뭐하자는 것인지, 직관적인 느낌이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알파벳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대체/대표 음성 단어다. a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apple. 그래서 a라는 알파벳을 전..

[etc.] 2015년과 2016년

2015년의 끝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누리의 어린이집이 2주간 방학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전엔 그 동안 만나지 못한 동네 사람들(?)도 만나고, 크리스마스엔 지비와 또 함께 그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다. 지비가 연휴를 끝내고 출근한 뒤 여전히 방학인 누리와 나만 남았다. 날씨가 춥지만 집에 있으면 누리와 투닥투닥할터 어디에 가면 좋을까하고 생각하다 일전에 Y님이 알려주신 링크를 타고 발견한 V&A 방학프로그램 - 팝업 공연이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글을 보고, 부랴부랴 누리를 챙겨 박물관으로 달렸다. 어찌나 달렸던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버렸다. 팝업 공연은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25분짜리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이곳은 가족공연이 많아 우리도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누리..

[food]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브라우니 Raspberry pistachio brownie

보통 까페에서 잘 먹지 않는 메뉴가 브라우니인데, 브라우니를 구웠다. 어제 차를 마시러 지비 사촌형네 가면서 최근 몇 번 가본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갔다. 사람수대로 여러 종류 사봤다. 마지막 한 가지를 뭘로할까 고민하다 고른 브라우니가 가서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 커피 마시러 나가 브라우니 재료들을 사왔다. 물론 레시피는 어젯밤 열심검색.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브라우니 어제 먹었던 브라우니는 헤이즐넛이 들어간 브라우니였다. 그런데 조금 상큼한 맛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라즈베리를 넣고 구웠다. 나에게 헤이즐넛은 생밤처럼 독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어(우리 부모님들은 '생목'이라고 표현하시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려나) 피스타치오로 넣었다. 참고한 레시피는 BBC good food에서 팽창제가 ..

[life] 집념의 검사

지난 한국행 시기를 결정할 때 주요 고려사항은 2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였다, 믿거나 말거나. 언니님이 반나절 누리를 돌봐주신다 하여 그 시간에 맞춘 영화들 중 한 편을 골라 지비와 함께 봤다. 바로 "집념의 검사 프리츠 바우어"라는 영화. +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십여 년이 흐른 뒤에도 나치 전범 중 유태인 학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쫓는 검사 프리츠 바우어의 이야기였다. 그는 스스로가 성소수자면서 유태인이었다. 그의 사무실로 늘 살기가 느껴지는 우편물이 배달되었으며, 직장 상사도 부하도(물론 다들 검사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전범들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쫓아가면 도망 간 뒤였다. 전후 독일 정부 내 전 나치 친위조직원들은 그들의 전범들을 보호하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