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31weeks] 출산준비교육

토닥s 2012. 7. 20. 00:06

어제 지비와 함께 출산준비교육Birth Preparation Session에를 다녀왔다.  한달 전에 예약하고 간 교육.  나도 나지만 지비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에 Women only가 아닌 동반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신청했다.  물론 병원에서 주관하고 무료다.  5시에 시작하는 교육에 나도 늦고, 지비도 늦어 둘이서 헐레벌떡 교육장에 들어서니 사람이 가득.  강의실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둥그렇게 둘러 앉아 진행하는 교육이었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마침 자기소개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여성들은 이름과 임신 몇 주인지,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알고 싶은 뭔지로 자기소개를 했고, 남성들은 그냥 간단하게 이름만 말하고 말았다.  30주 이상의 임신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소개를 들으면서 놀랐던 것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모른다고 했다.  점점 성별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다고 듣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곳은 성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임신 과정 자체를 놀라운 과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에 참가한 인원은 총 23명.  임신부 12명과 동반자 11명.  10쌍의 남녀 커플이 있었고, 한 흑인 여성은 어머니와 왔으며, 한 무슬림 여성은 혼자 왔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예약이 인원 초과로 되었다고 교육을 맡은 미드와이프가 설명했다.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을 교육 중에 훔쳐보면서 그 공간이 '참 영국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쌍의 커플 중 한 커플은 젊은 인도인 커플이었다.  말투로 봐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커플 같아 보였다.  그리고 2명의 임신부는 뚜렷한 동유럽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동반자들이 동유럽인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3명의 아시아인, 이곳에서는 far eastern으로 분류되는, 임신부가 있었다.  보통 이곳에서 아시아인이라는 말은 인도인과 아랍인들이다.  far eastern은 일본에서 태국정도까지가 되겠다.  물론 이 3명의 아시아인의 동반자들은 최소한 유럽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 3명의 아시아인 중 한 임신부는 걸음이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그리고 한 명의 무슬림 여성, 한 명의 흑인 여성.  35~40%의 임신부가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셈이다.  그리고 미드와이프는 스페인사람.  영국의 인구구성비를 보여주는 축소판 같았다.


교육은 10분의 중간 휴식을 포함한 3시간으로 진행됐다.  미드와이프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까지는 교육이 6시간이었는데, 예산 삭감으로 2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을 진행해본 경과 2시간은 어림도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 반영되 얼마전부터 3시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3시간도 정말 빠듯했다.  미드와이프가 쉬지 않고 설명해도 3시간을 넘겨 교육을 마쳤고, 이런저런 질문이 오가면서 3시간 반쯤이 되서야 교육이 마무리 됐다.



교육의 내용은 출산의 과정, 진통에서부터 병원도착-출산-회복-귀가-미드와이프의 가정방문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한 부분은 진통과 출산이다.  어느 정도의 진통이 오면 병원에 와야하는지, 절대로 911로 전화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출산까지 과정, 인형까지 동원해 너무 디테일했다, 사용되는 진통수단들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이 부분은 몇몇 임신부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초기 진통에는 tens라는 전기파장기가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건 병원에서 제공하지 않으므로 본인이 구입하거나 대여해야한다고 설명해줬다.  그 다음엔 air&gas-diamorphine-epidural순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각각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어지럼증이나 구토,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었다.  이곳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로 사용되는 epidural이 문맥상 한국에서 사용되는 무통분만주사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 주사를 맞는 사람이 20%미만이고, 이 주사는 미드와이프의 권한 밖이라 이 진통완화수단을 선택할 경우는 의사의 권한으로 출산이 진행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참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미드와이프는 진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약을 대체하여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워터풀이었다.  


임신부 요가를 시작할 때 요가 강사가 물었다.  "아기를 어디서 낳을꺼냐"고.  병원에서라고 답했더니 "왜?"라고 되물어 왔다.  "병원, 집 말고 다른 옵션이 있냐"고 했더니 "birth centre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브로셔에서 그 birth centre를 보기는 했지만 나로써는 이해가 안가는 개념이었다.  그렇노라고 답했더니 요가 강사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집은 집이고, 병원에도 birth centre와 labour ward/unit이 있다고 한다.  birth centre의 경우는 미드와이프의 주도로 비교적 자연적인 분만이 진행되는 곳이고 labour unit의 경우는 의료진의 주도로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 분만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요가 강사는 birth centre에서 분만을 진행하다 epidural과 같은 진통제가 필요하거나 보다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하면 labour unit으로 옮겨 갈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한국의 분만실이 labour unit이 아닐까 싶다.

오늘 요가 수업에 갔다가 어제 출산준비교육에 갔었다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워터풀 분만을 추천했다.  워터풀 분만은 birth centre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분만 방법이다.  요가 강사의 경우는 분만 자체를 워터풀에서 하지는 않았지만, 진통이 올때 워터풀에서 진통을 완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비도 오늘 출근해서 얼마전 출산휴가에서 돌아온 동료와 어제 출산준비교육에 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동료가 워터풀에서 분만을 했는데 권하더라고 우리도 고려해보잖다.

사실 병원에서 워터풀 분만 사진을 보기는 했는데 낯설기도 하고 더 추울 것도 같아서 고려하지 않았는데 '급고려 대상'이 됐다.  덜 아프다잖아. ( ' ');;


어제 이야기 들었던 내용들은 병원을 오가면서 집어와 보게된 각종 브로셔에서 봤던 개념들이었다.  하지만 각각의 개념들로 정리되지 않고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서 출산의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비가 진통에서부터 귀가까지 모든 과정을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서 좋았다.  미드와이프는 진통을 완하하고 분만을 촉진하는데 엔돌핀과 옥시토신 분비가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이들의 분비를 통해 동반자들이 옆에서 해야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그 첫번째가 'be there'이었다.  절대로 도망가지 말라고.  격려와 맛사지, 탯줄 자르기 등 의외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뭘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이 대목을 들으면서 아마 나는 '묻지말고 나를 좀 내버려둬'라고 답할 것 같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가끔 그럴때가 있지 않나.  몸이 불편하면 옆에와서 말거는 것도 싫고, 대답하기도 힘들 때.  하여간 출산은 성격의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이 될 것 같다.



초음파 사진의 아기보다 더 지비를 닮은 교육 도우미 인형.  집에 오는 길에 탯줄을 직접 자를꺼냐고 물어보니 "탯줄 안에 핏줄이 있을텐데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지비.  "네가 일본만화를 너무 봤구나.  출산은 일본만화가 아니야"라고 답해줬다. 

미드와이프 말에 의하면 동반자들이 처음부터 탯줄을 자르겠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 없단다.  그런데 두번째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동반자들이 직접 자르겠다고 한단다.  영국에서의 분만은 동반자와 함께 하면서 자연적인 분만을 유도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뭐 그렇다고 영국의 시스템이 다 좋다는 건 아니다.  분만에 문제가 없다면 초산이어도 24시간 정도만 병원에 머무를 수 있다.  제왕절개인 경우 2~3일, 아기의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더 머무르기도 한다.  분만과 동시에 모든 관심과 기준은 산모에게서 아기의 상태로 옮아 가는셈이다.


전체적으로 출산준비교육은 유용했지만, 앉는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견디기 힘든 3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평가지에 그 대목을 썼다.  '교육은 유용했으나 의자는 불편했다'고.  그런 디테일까지 좀 신경써주면 안되나?

일단 출산준비교육은 완료.  물론 그렇다고 출산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이 임박해서 있을 모유수유교육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