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메리포핀스 - 책, 영화 그리고 뮤지컬

토닥s 2023. 3. 5. 02:50

지난 가을 런던에 다녀간 친구와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메리포핀스'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가 저학년 때 런던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꾸미고 등교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어떤 아이가 메리포핀스 의상을 입고 왔다.  그걸 보고 '메리포핀스, 아이 돌보미 이야기 아닌가, 아이 취향인가 부모 취향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 영화 메리포핀스 리턴즈가 개봉했을 때 아이과 함께 보고 '와우!'했다.  원작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내가 관심을 가진 서프라젯 - 여성 참정권 운동과 사회 분위기가 구석구석 숨겨진 영화였다.  그런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도 볼 거리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가 매우 극적이다. 마치 한 편의 공연 같다.
 
아이가 좀 더 자라 극장에서 뮤지컬을 한 편씩 보게 됐다.  그 때 지비의 사촌 형수가 권한 뮤지컬이 메리포핀스였다.  영화가 이미 환상적인데, 그걸 무대에서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사촌 형수가 우리를 생각해서 언급하지 않은 마지막 장면, 그저 마술 같다고만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지난해 5월 아이와 뮤지컬 메리포핀스를 함께 보고  또 다시 '와우!' 했다.  ※그 마지막은 보실 분을 위해서 언급하지 않을께요.
 
그 이후 아이는 메리포핀스의 팬의 됐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디즈니 플러스를 1개월 동안 보게 해줬더니 아이는 1964년작 영화 메리포핀스와 2018년작 영화 메리포핀스 리턴즈를 반복해서 한국과 영국에서 봤다.  각각 10번씩은 본듯.  마지막에 가서는 지비는 또 보냐고 짜증을 낼 정도였다.  그런 지비에게 나는 또 화를 버럭!  다음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런 경향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보고, 그 대사를 써보고, 구석구석 찾아본다.  우리집 아이만 그런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방식이다.  아기상어를 아이들이 무한반복해서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  그리고 공연장에서 사온 CD는 일년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차에서 무한재생 중이다.
 
그런 이야기를 스페인에서 한국 엄마로, 독일인의 아내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와 나누었는데, 친구가 다시 만난 자리에 아이에게 메리포핀스 원작을 선물했다.  아이는 영화와 뮤지켤과 비교하며 다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얼마전에 내가 읽기 시작했다.  한 200여 페이지쯤 되는 책이라 아이는 4일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나는 한 4주는 읽어야 할듯하다.
 

 
책에서 메리포핀스가 아이들 앞에서 가방의 짐을 푸는 장면이 있다.  뮤지컬에서도 이 장면이 아주 재미있게 나온다.  가방에서 꺼내는 짐 중에 Sunlight soap이 나오는데, 이 비누는 한국으로치면 무궁화표 비누다.  비누가 대중화되던 시기 대표비누라고 할까.  이 비누를 만든 회사가 전세계에 세제를 팔고 있는 유니레버의 모태다.  아는 분께 그 이야기를 듣고 리버풀을 지날 때 그 회사가 공장과 함께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었던 마을과 박물관에 들렀다.  거기에서 샀던 기념품 비누.  딱히 효능을 알 수 없어 기념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그 부분을 보고 아이에게 이 비누를 보여줬다.  당연히 신기해 한다.  선라이트 비누 회사는 당시에 노동자의 복지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식민지 착취로 부를 쌓았다는 점에서 이야기 거리가 많다.  
 
메리포핀스 원작, 영화, 뮤지컬을 함께 보면 아주 흥미롭다.  그런데 그 흥미로운 부분들이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의 역사, 인물들의 역사를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초코파이의 의미(?)를 외국인들이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 또한 외국인이니 잘 모르다가 아이 때문에 반복해서 보다가, 폭풍검색쟁이 지비 때문에 '아!'하고 더 많이 알게 된다.  정말 우리는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이곳에서 함께 영국을 배우고 있다.
 
우리가 본 뮤지컬 메리포핀스에서 Bird Lady로 나온 Petula Clark가 마지막에 무대 인사를 나올 때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주요 캐릭터들에게보다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그녀가 부른 극중 노래 'Feed the bird'가 울림이 있기는 했어도 '이건 뭐지?'하는 생각을 했다.  지비와 나는 '우리가 모르는 엄청 유명한 배우'인가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돌아오면서 찾아보니 정말 엄청 유명한 배우였다.  1932년 생으로 가수, 배우 그리고 작곡가로 80년을 활동한 사람으로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뮤지컬 메리포핀스를 보는 의미가 있다는 글들도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주요 인물 중에 Bert라는 인물이 있는데, 영화 메리포핀스 1964년작에서 Burt로 연기한 배우 Dick Van Dyke가 54년 뒤 영화 메리포핀스 리턴즈 2018년작에서 은행창업자로 등장해 그의 여전한 댄스 실력을 보여준다.  이 배우는 1925년생이다.
 
너무나 영국적인, 런던다운 소품과 배경들이 많아서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와 뮤지컬이다.  책은 좀 문턱이..
 
+
 
지난 5월 여왕의 70주년 즉위를 기념한 연휴에 우리는 오랜만에 시내로 나가 시간을 보내다 뮤지컬 메리포핀스를 봤다.  그날의 사진기록들-.

런던 살아도 시내까지 갈 일은 잘 없다.  25-30분쯤 거리로 멀지 않아도 그렇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어서 출출한데 한국 핫도그나 사먹을까-하고 갔더니 줄이 너무나 길어서 깜짝 놀란.
핫도그 집 분식 맞은 편엔 치맥이라고 쓰여진 집이 있어서 두 번 깜짝 놀란.  우리가 동네에서만 뱅글뱅글하고 있는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 듣자하니 런던에 명랑 핫도그도 문을 열었다는 듯.  어서 가봐야지.  한국서도 못가본 명랑 핫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