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미리 크리스마스

토닥s 2022. 12. 11. 06:42

12월의 첫날,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기념 브런치를 먹었다. 요즘 들어 전에 없는 경험을 종종한다. 아침 댓바람부터 밖에 나가 아침을 먹는다는 것도 어색한데, 놀라운 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침을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까페 겸 레스토랑이 가득 찬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집콕하며 아이와 십년 보내고 세상에 나오니 모든 게 신기+어색.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괜찮네"하고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남이 해준는 음식이면 토스트 위에 올린 콩(baked beans on toast)도 맛난 법이지"라고 말했더니 "그건 맞는 말"이라고. 그런데 그렇게 공감한 사람이 남성이라는 게 재미있는 일.

나는 오전에 크리스마스 브런치를 먹었고, 지비는 저녁에 회사 크리스마스 행사에 갔다. "나만 크리스마스 행사가 없다"고 슬퍼하는 아이를 위해 저녁 댄스 수업을 마치고 둘이서 외식을 했다. 평소에 가보지 못한 프랑스 식당에 갈껀가, 종종 다녔던 일본 식당에 갈껀가 고민하던 아이는 일본 식당으로 마음을 정했다. 우동은 나도 집에서 해줄 수 있는데-.


아이는 집에서도 먹는 우동을 시켰고, 나는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카라아케(닭튀김)을 시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라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등을 밝히는데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또한 내게는 이상한 풍경이다.

하긴, 나도 '연말'이니까 그 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났다. 수다 폭발. 물론 나는 듣는 역할 및 추렴.


12월이 되고 아이는 시험을 앞두고 밤마다 발레와 바이올린 연습을 번갈아했다. 틈시간을 쪼개 유투브의 도움을 받아 아이 발레 신발에 리본을 꿰맸고(정말 별 걸 다해 본다), 마침내 발레 시험날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나고 바이올린 시험날이 되었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우체통의 특별한 뜨개 장식 - 테마가 겨울인듯.


성공적으로 바이올린 시험을 마쳤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학교에서도 연말 행사들이 줄줄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음악관련 클럽 발표회. 11월부터 금요일 점심시간에 기타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기타를 사달라는데..


같은 날 열린 아이 학교의 겨울 축제.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축제(Christmas fair)라고 불리던 행사인데, 요즘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이런 말을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사라고 보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너무 멀리 간 건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대로 즐기고, 이슬람 라마단의 끝인 이드(Eid)는 이드 대로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사실 아이 학교 겨울 축제에 쿠키를 만들어 기부할 생각이었는데 반죽은 만들었는데 시간도 없고, 너무나 피곤해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 반죽은 아이의 폴란드 스카우트 크리스마스 파티로 고고.

아이는 올해의 마지막 폴란드 주말학교와 스카우트로 바쁜 하루를 보냈고, 그 동안 나는 런던 교외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런던 모임에 다녀왔다. 추운 날씨였지만, 멈춰서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과 친구들과의 대화로 나대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우체동 뜨개 장식 - 크리스마스 시즌 교회 앞.
잠시 서서 질문을 하시던 분이 차와 머핀을 사주고 가셨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지비는 며칠 전에 주문한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픽업해왔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여행을 할 계획이라 아이가 원하면 오늘 열어보도록 하자고 미리 의견을 맞추었다. 집에 온 아이에게 원하면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봉해도 된다고 했다. 아이는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가 한 시간만에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 선물 개봉.

작년에 사려고 했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접었던 닌텐도. 아이 친구 엄마는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에게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를 선물로 사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 친구들 중에서 닌텐도(아니면 플레이스테이션) 없는 아이들이 없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도 그 대열에 뒤늦게 합류.


덕분에 부녀가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는 조름 이른 크리스마스 이야기.

 

+

 

아.. 크리스마스 카드 써야는데. 내일의 숙제로 남겨두자.  피곤..